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석준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위원장의 글에 대한 반론글입니다. 김병준씨는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당원이며, 선박제조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입니다. [편집자말]
12일 민주노동당은 중앙위원회를 열고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12일 민주노동당은 중앙위원회를 열고 '심상정 비대위'를 출범시켰다.
ⓒ 진보정치 정택용 기자

관련사진보기


김석준 시당위원장의 글(<오마이뉴스> "권영길을 가미가제 만든 책임 안 지나" -2008년 1월 30일)을  읽고 나니, 나 또한 착잡한 심경을 가누기가 굉장히 힘들다. 자신들만이 정답이고 선이라는, 독선과 오만이 글 곳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녹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종북 딱지 붙이기와 분당을 위한 일련의 행위들이 현실에서는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지는 외면한, 관념적 진보지식인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서운 저주의 언어에 망연자실?

김석준 위원장은 ‘종북’이라는 말 자체가 분단구조의 국가보안법 체제인 한국사회에서 얼마나 무서운 저주의 말인지 정녕 모르는가! 그 딱지를 붙이는 순간 이미 생산적 토론은 차단 될 수밖에 없다. 몰랐다면 안타까울 뿐이고, 알고도 그리하였다면 한 세력을 대중적으로 고립하기 위한 종파적 행위인 것이다. 자주와 평등의 민중이 주인 되는 새 세상을 향해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손잡고 길을 모색하던 동지들에게 ‘사교집단, 광신도, 기생충’이란 딱지가 얼마나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인 줄은 생각하지 못했나!

진보라고 자처한다면 모름지기 사상적 경향성에 대한 선험적 규정에서 벗어나, 그로 인해 발생한 현상과 사실에 근거해서 평가하고 규정해야 마땅하다. 종북주의 척결을 주장하는 분당 세력에게, ‘분열 선동’, ‘반북 선동’, ‘수구 꼴통들을 이롭게 하는 일’ 등의 규정은 명백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근거한 판단이라고 본다.  

그러나 ‘종북주의’ 규정에는 그러한 실체와 근거가 없다. 기껏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북핵문제에 대한 입장이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한 사건에 대한 대처를 문제로 든다. 당은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유감의 입장을 공식화했었다. 그 과정까지 다양한 시각과 논의가 존재 할 수 있는 것이 진보정당다운 것이 아닌가. 국가보안법 자체를 법적 타당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법으로 규정하는 진보정당에서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서는 진보운동의 원칙에서 취해야 할 입장이 정해져 있다고 본다.

‘종북’이라는 말이 가지는 자극적 위험성에 대해서는 김석준 위원장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자극적이고 이념공세적인 제기가 종북 논쟁을 성과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는 지극히 자족적이고, 현실을 외면한 안이한 판단이다. 

또한 진보진영의 친북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는데, 이와는 반대로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세력이 나서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친북이미지를 고착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혁신, 자신만이 답인가!

‘민주노총당’, ‘친북정당’의 딱지는 수구기득권세력이 진보정당의 대중적 영향력을 차단하고자 만든 왜곡된 영상이다. 민주노총당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당이 80만 조합원 속으로 들어가서 일상적으로 연대하고 소통하지 못했다.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세워내고 있지 못한 당 활동이 문제라고 본다. 80만 조합원과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를 하나의 역량으로 묶어내는 역할을 당이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이 문제다.

80만 조합원의 계급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한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민주노총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예상되는 지금, ‘민주노총당 극복’이라고 떠들며 국민들에게 민주노총에 대한 부정적 영상을 심을 일이 아니다. 일터로 들어가서 당이 노동자의 무기이고 희망의 증거라는 비전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현장의 조합원들은 ‘민주노동당이 우리 처지는 모르고 자기네들끼리 별 잡는 소리만 한다’고 실망과 불만을 높여가고 있다.   

수구반통일세력과 언론의 근거 없는 ‘친북정당’이라는 규정 앞에,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친북하고, 친남 하자고 당당히 얘기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통일 이슈를 선도하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여 평화통일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친북 정당 극복’이라며 마치 친북정당임을 시인하는 듯, 민주노동당에 ‘친북’의 색깔을 덧 씌우고, 통일운동세력 전반에 위기를 불러올 것이 아니라, 북에 대한 객관적 접근과 생산적 토론이 가능하도록 국가보안법부터 없애자고 앞장서는 것이 진보운동가로서 도리이며, 진보정당의 역할이다.    

김석준 위원장과 신당 추진 세력의 대선 평가는 당권에만 매몰된 지극히 정파적인 평가이다. 당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평당원과 기층 조합원들의 밑으로부터의 목소리는 거세된 채, 평가가 아닌 일부 분당 세력의 선동에 불과하다.  

17대 대선 당시 지난해 12월 19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문래동 당사에 마련된 선거개표상황실을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17대 대선 당시 지난해 12월 19일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방송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문래동 당사에 마련된 선거개표상황실을 굳은 표정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정훈

관련사진보기


분열의 굿판을 거둬라!

권영길 후보를 민주노동당호를 격침시킨 가미가제라 한다. 

김석준 위원장이 어떠한 미사여구로 명분을 말한다 해도 민주노동당을 깨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그것도 모자라 당과 권영길 후보를 분열시키고 있다. 대선 패배의 모든 원인이 권영길 후보에 있으며, 이는 권영길 후보를 선출한 당원들에게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여러 가지 판단으로 권영길 후보를 선택했던 당원들이 소위 자주파의 꼭두각시이거나,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가정은 참으로 위험하다.

김석준 위원장은 17대 대선 당내 경선 당시 특정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역임했다.

자신이 지지한 후보의 선출은 평당원의 뜻이고, 권영길 후보의 선출은 종파의 산물이라는 사고 자체가 종파적인 것이다.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가 아니라고 민주노동당이 선출한 후보의 선거운동을 의도적으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당과 민중의 이익보다는 자기 정파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행위 아니었던가. 

권영길 후보와 권영길 후보를 지지한 당내 세력에게 대선 패배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동당의 변화를 바라는 민중의 요구와 배치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 정당정치의 원칙이고 도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권영길 후보를 선출한 당원들은 그 나름의 이유와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권영길 후보의 당선을 위해 주야로 혼신을 다해 고생한 당원들의 진정성을 ‘가미가제’와 같은 표현으로 격하시켜서는 안 된다. 권영길 후보를 위해 헌신한 당원들과 권영길 후보를 분열시키는 행위일 뿐이다.

전투에서 패하면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여 일심단결의 기세로 반격을 준비해야 한다. 평가는 내일의 승리를 위한 오늘의 혁신을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노동당에 든 민중의 회초리의 쓴맛을 제대로 곱씹어야 한다. ‘종북’ 청산 논란에 휩싸여, 분열하고 대립할 때가 아니다. 그럴수록 민중은 들었던 회초리마저 던져버리고 돌아설지 모를 일이다.

‘종북’ 논란을 거둬들이고, ‘신당’ 흐름을 중단해야 한다.

당내 패권적 질서를 바로잡고 민주적 질서를 세워 낼 방안을 허심하게 얘기 할 때이다.

강력한 진보야당으로 거듭나, 신자유주의로 억압 받는 민중과 분단 모순으로 고통 받는 민족 앞에 민주노동당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제시 할 때이다.   


태그:#민주노동당, #김석준, #종북주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