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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2008년 총선을 맞아 진보개혁세력의 현주소를 진단하는 기획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각 당 대표보다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통해 진보개혁세력이 겪고 있는 내부적 갈등과 극복 방안 그리고 18대 총선의 전망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3차례로 계획된 기획대담의 마지막 대상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이인영 의원이다. 29일 오후 국회에서 만났다. 대담의 진행은 새사연의 정명수 교육센터장이 맡았다. <새사연>

 

17대 국회에서 원내 최대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전 열린우리당)은 이미 대선 이전부터 극심한 민심이반을 경험했다. 그리고 18대 총선을 불과 두 달 남겨둔 지금은 소수 야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국회에서 만난 이인영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지금 상태로는 전멸”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잘 죽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겁하게 도망가기보다 자신의 철학과 소신을 지키며 “정면으로 심판”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지나 기교로’ 적당히 넘어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며 뒤를 계산할 여유도 없다고 했다. “지도부도 비례대표로 안주하지 말고 현장과 전선 앞으로 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17대 대선 패배의 원인에 대해 이 의원은 지난 5년간 끊이지 않았던 ‘노선의 혼란’을 첫 번째로 꼽았다. “중도적 개혁 그 자체에 대한 일관성”을 지키지 못한 채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부동산과 대북정책, 양극화와 관련된 사회 정책에 있어 진보적인 정책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국민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지 않은 ‘자세와 작풍’의 문제도 지적했다. “대중의 판단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가면서 신뢰를 회복”했어야 했는데 동일한 방법만을 고집했고, 결국 의사소통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의 당내 갈등에 대해 이 의원은 “실제 안에서 느끼는 것보다 밖으로 과대포장된 것이 많다”고 말했다.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당이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 의원은 손학규 대표와 같은 이른바 ‘개혁적 보수’ 세력이 당을 주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민주평화세력의 정통성을 가진 인물이 지도적인 위치에 있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의 대선 출마에 대해서는 “가치의 정치”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끝까지 통합을 거부함으로써 “종파적인 결과”로 그쳤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만일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면 적어도 강력한 야당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문 후보는)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바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 의원은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평화개혁 진영이 크게 재편되길 희망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진보에서 중도, 양심적 보수까지”를 아우르는 세력들이 재편을 거쳐 통합을 실현하면 “대중적인 진보당, 거대 진보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음은 대담 전문이다.

 

선거 패배, "직진해야 하는데 왼쪽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기 때문"

 

- (정명수 새사연 교육센터장) 대선패배의 원인은?

(이인영 통합신당 의원) “대선전술 그 자체보다는 그 이전부터 누적된 문제 때문에 민심이 이반했다. 민심이반을 둘러싸고 두 가지 싸움이 있다. 하나는 직진해야 하는데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평가다. 다른 하나는 중도나 오른쪽으로 갔어야 했다는 평가가 있다. 개인적으로 직진해야 하는데 우회전했다는 것에 동의한다.

 

노무현정부가 좌파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정통진보들은 웃을 것이다. 중도적 개혁, 그것이 가지는 진보적 가치로 노무현 정부의 의의를 찾았어야 했는데, 중도적 개혁 그 자체에 대한 일관성이 잘 지켜지지 않았다. 오른쪽 정책이 있었지 좌파적이거나 진보적인 정책은 아니었다. 부동산, 대북정책, 양극화와 관련한 사회정책의 능동성에서도 그랬다.”

 

- 여기서 직진이라는 표현은 중도적 개혁의 방향성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 방향성을 상실한 것이고?

“그렇다. 사회정책은 진보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 이런 것이 누적되면서 지지기반이 붕괴했다. 지역으로 보면 한나라당과 대연정 이야기가 나오면서 호남이 비판적으로 돌아섰다. 세대적으로는 부동산, 교육 등에서 이반했고. 육아 노후 등의 제도개선은 있었지만 생활 속에서 개혁이 다가오지 않았다. 계층에 있어서는 한미 FTA 같은 경우에서 지기반이 붕괴됐다. 이런 것이 쌓이고 쌓여 깨진 것이지, 대선 슬로건인 가족행복시대나 좋은 성장 등이 모호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과 의사소통 실패는 자세와 작풍의 문제

 

- 참여정부가 실적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정치개혁이나 행정개혁에서 실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완전한 민심이반인데,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옳은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은 아니다. 86년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 5·3 인천이나 10·28 건대에서 외친 구호들이 급진적이고 과격했기 때문에 국민에게 멀어진 부분은 있지만 그때 했던 역사인식이나 주장이 대부분 맞았다. 그러나 내부에선 운동의 좌편향이라 평가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노선으로의 전환을 논의했다. 선도적인 정치투쟁을 대중적인 정치투쟁으로 전환하자는 문제의식이었다.

 

옳은 주장과 정책성과가 있었음에도 대중과 융합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시정해야 했다. 그 부분을 계속 외면했고, 중간에 매개하는 언론이 뒤틀고, 언론과의 관계도 잘못 풀렸다. 결국, 대중 속으로 들어가고 대중 속에서 나오는 과정까지 전진시키지 못했다. 자세나 작풍을 바꿔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경기부양, 단기부양에 손을 댈 텐데 참여정부에선 여기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은 평가해줘야 한다. 양육, 육아, 노후 등에 대한 지원이 어떤 정부보다 늘었다. 중요한 성과가 잘 안 다가온다는 것이 문제다."

 

- 국민들에게 안 다가간 이유가 뭔가? 노선문제와 달리 방법상의 문제를 찾는다면?

“자세와 작풍의 문제다. 의사소통. 말이 문제가 아니라 전달 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자세와 작풍을 바꿔 다가설 수 있는 통로를 열어야 했다. 3개월이나 6개월 정도 옳은 이야기를 하고도 대중에게 거부된다면, 대중의 판단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가면서 신뢰를 회복한 다음 최선을 이야기하면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면 다 튕겨져 나가는데도 계속 동일한 방법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잘못해도 'NO' 하지 못했다

 

- 정부와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국민과 호흡해야 했는데 당내 내분이나 정파 경쟁 때문에 못한 것은 아닌가?

“당이나 정부 모두 노선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 문제고, 당 쪽은 대통령이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NO’하지 않았다. 대연정 제안 때도 그랬고, 김근태 장관 같은 분이 계급장 떼고 논하자고 했지만 나머지는 꼬리 내리는 모습을 보이거나 시도도 못 했다.”

 

- 그런 문화가 정착된 이유는 뭔가?

“대통령제라는 한계도 있고, 당이 대통령을 공격할 경우 집권세력이 붕괴할 수 있는 위험이 있으니까 참은 것도 있다.”

 

- 손학규 당대표와 정동영 전 대표와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갈등은 치유가 안 되는 건가?

“둘 간의 갈등은 실제 안에서 느끼는 것보다 밖으로 과대포장된 것이 많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 그러나 일각에서는 분당이야기까지 나오는데?

“분당이 쉬운 것도 아니고 시간과 여건상 갑자기 되는 것도 아니다. 내부에서 공천을 둘러싼 갈등은 있겠지만 이건 한나라당도 있는 문제고 분당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민주평화세력의 정통성을 가진 인물이 지도부에 없다

 

- 이해찬 전 총리나 유시민 전 장관의 탈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이해찬 전 총리는 그 후에 이야기를 나눠보지 않아 잘 모른다. 유시민 전 장관은 출마가 확정되어 있다. 손학규 대표체제가 가지는 가치의 불명료성, 손학규 대표의 한나라당 경력 때문에 그럴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덧붙여 생각이나 노선문제도 있다. 한편으로 타당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그분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진보적인 정치 가치의 설득력이 약한 부분이 있다.

 

불행한 것은 우리가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주평화세력의 정통성을 가진, 민주평화세력의 적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대표나 지도적인 위치에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런 자리에 있으면서 준엄하게 역사의 길을 이야기하고 미래의 길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불행하다.

 

이런 역할을 지금 386들이 했으면 했다. 난 유명하지도 않고 경력도 없어 자격이 없지만 김영춘 의원 같은 사람이 작년에 창조한국당 가지 않았으면 지금쯤 여기서 그 역할을 했어야 한다. 작년에 김영춘 의원에게 탈당하지 말고 대선 이후에 이런 역할을 하라고 요구했었다.

 

임종석 의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본인의 생각은 대선 때 부정된 것이 구정치나 비리정치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우리가 치고 나갈 때가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을 한다. 그나마 총선에 보탬이 됐던 것은 손학규 대표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난 우리가 할 때였다는 생각이다. 다만, 우리가 그걸 하려면 뭉쳐야 하는데, “너희들이 청와대나 정부에 권력을 휘두른 핵심이었고, 당의 요직에서 당권을 운영한 386”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우리가 40대 중반으로 가고 있는데, 나이의 문제를 떠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흐름이 있다면 해볼 만한 시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개혁적 보수가 당 주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

 

- 총선 전망은 어떻게 보나? 15%~20%정도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당 지지율은 최종 20~25%까지는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렇게 되어도 절망적이다. 상대가 45%를 계속 넘어가고 있으니까. 지도부 구성이 중요했었다. 이미 손학규 대표체제로 왔으니 더 이상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다. 노선이 중요하다. 합리적 진보에서 개혁적 중도가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선명한 야당노선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명박 당선인이) 찍어 달랄 때 마음하고 당선된 후에 달라지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 있다. 정부개편안이나 교육정책, 급진적 시장주의에 입각한 정책, 부동산정책, 산업평화 TF 만들려다 신공안적으로 가는 문제 등이 보여주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발목 잡는다는 비판이 두려워 물러서기보다는 지킬 건 지키고 확고하게 밀고 나갈 것은 밀고 나가는 분명하고 선명한 야당의 모습을 갖추는 게 급하다. 어용 야당처럼 보이면 생명은 끝난다.”

 

- 선명한 야당, 야당다운 야당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이명박 당선인이 대선에서의 공약을 뒤집는 것, 약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 등을 보고도 대선 이후는 우리가 약자니까 정부조직개편을 적당히 타협해서 넘어가 주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 이런 점이 야당다운 야당을 할 수 있느냐의 바로미터다. 이명박 당선자가 말이 왔다 갔다 하면서 뒤바뀌는 것이 많다. 국민의 여론을 기반으로 명확하게 아닌 건 쳐내는 야당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워지는 면모는 공천에서 나타난다. 공천에서 바꿀 사람은 바꾸고 데려올 사람은 삼고초려가 아니라 삼십고초려를 해서라도 데려와서 새로운 야당의 길을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선명한 야당은 노선과는 상관없는 것인가?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흐름이 주도했으면 좋겠는데 누가 주도할지는 아직 결판내기 쉽지 않다. 나는 우리당을 개혁적 보수가 주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그분들과 함께할 수는 있지만. 당은 세 가지 흐름이 있다. 합리적 진보, 중도 개혁, 개혁적·양심적 보수다. 개혁적 보수가 주도하기보다 중도 개혁이나 합리적 진보 둘이 민주주의 과정을 통해 주도하는 것이 맞다.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의장의 당권을 둘러싼 지난 5년의 경쟁과정을 그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친노냐 비노냐의 구분은 철학 없는 구분이다.”

 

- 손학규 대표를 개혁적·양심적 보수라고 보는 건가?

“본인은 보수라고 생각 하지 않고 제3의 길이라고 한다. 대선이 끝난 후에 정운찬 총장 같은 분이 와서 당 지도부를 맡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한다.”

 

- 손학규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최소한 본질적 노선 문제는 모르겠지만 야당다운 야당의 모습은 확립해야 한다. 어용야당, 무력한 야당의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군소야당은 많은 가치를 두기 어렵다. 강력한 야당의 재건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노선의 문제는 안에서 큰 두 줄기가 민주주의로 해결했으면 한다.”

 

-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각각 정당을 따로 만들어서 선거에서 연합을 하는 형태로 가야 하지 않나?

“창조한국당과 친노가 진보를 이야기한다는 점 때문에 내가 보기에 가능성이 별로 없다. 갈 수 있었으면 나도 벌써 갔을 것이다.”

 

- 현재는 당에 적극적인 참여는 하지 않고 있나?

“기회가 없다. 누가 시켜주지도 않는다.(웃음)”

 

18대 총선, “잘 죽어야 한다”

 

- 당의 지역구 상황은 어떤가? 가능성이 좀 있나?

“지금 상태로는 전멸이다. 그중에서 상대 후보에 따라 살아남을 수 있는 부분이 좀 있다.”

 

- 거의 죽음이라고 보는 건가?

“잘 죽어야 한다. 조금이라도 살기 위해 수를 쓰는 것도 좋지만, 잘 죽어야 한다. 안 될 것 같으니까 도망가지 말고 이런 때일수록 싸워서 죽어줘야 한다. 지도부부터 비례대표로 안주하지 말고 현장과 전선 앞으로 가야 한다. (총선) 뒤를 계산하고 죽으려고 하지도 말고 장렬하게 전사해야 한다.”

 

- 4월 총선은 죽는 것밖에 없나?

“나머지는 국민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본다. 우리는 전력을 다할 뿐이다. 추운 날씨를 패션 감각으로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봄이 와야 한다. 이미지나 기교로 극복될 상황이 아니다.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정면으로 심판받고 그래서 죽어야 한다면 죽는 것이고, 살려 주시면 더 분발하고 잘해야 하는 거다.”

 

386세대, 분화와 분열은 이미 부정할 수 없다

 

- 언론에서는 노무현과 386이 손학규와 386이 되었다는 평가를 한다. 이 의원은 그 세대이긴 한데 참여하지 않고 있다. 동시대의 사람들과 교류와 교감이 없는 건가 시도 자체를 안 하는 건가?

“교감이 안 되거나 시도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의 다양화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난 그동안 세대 안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분화를 인정하라는 것을 부정했다. 그래도 우리는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직 그런 측면이 있긴 하지만 분화되거나 다양화된 것이 사람들의 눈에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분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쌓여서 구분되기 시작했다.

 

분화나 분열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 왔다. 올해 들어와서 그렇게 생각한다. 386이 가져야 할 고유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차이가 있다. 권력 핵심부에 있었던 386, 당의 요직에 있었던 386에게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을 떠나서 판단 준거들에 대한 다양성이 있다. 그게 다른 가치의 세계로 도망간 것이냐, 이사 간 것이냐를 논의할 수 없지만 차이는 있다.”

 

- 386의 장점은 패기와 집단성 아닌가? 비록 그것이 과거의 힘이었지만 시작점이었다고 보면, 지금은 정치질서에 포섭되었다는 비판이 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비판하면 경청 해야 할 문제지, 내가 자인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다. 경청해보고 그런 점이 있나 생각해볼 문제다. 포섭된 사람도 있고 안 된 사람도 있을 거다. 다 포섭됐다고 볼 수는 없다.”

 

-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는 아쉬움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족한 점은 있다. 그러나 반성할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도덕적인 문제제기가 있을 때, 단순히 미안하다고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누군가는 더 잘 가고 덜 가고, 누군가는 잘못하고 이런 측면이 명확하게 있는 문제지, 통칭해서 우리가 다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그냥 모면하고 가는 것으로 본다.”

 

- 앞으로 386은 집단적인 노력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인가?

“그건 좀 과도하다. 가능성은 있고 계속 시도할 것이다.”

 

문국현, 정치적 측면에선 바보... 평화개혁진영 크게 재편되길 희망

 

- 지난 대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시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시도는 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중·후반으로 거면서 잘못 맺었다. 단일화를 했어야 했다. 양쪽이 합쳐 30%가 넘어가는 것과 쪼개져 있는 것은 다르다. 합쳤으면 35% 이상 갔을 것이다. 후보단일화는 단순한 산수가 아니다. (단일화가 되었다면) 굉장히 강한 야당노선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누구보다 가치의 정치를 들고 나왔고 나도 동의하지만, 심하게 말하면 종파적인 결과로 막을 내렸다. 8%와 14%였을 때 통합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그렇게 됐다면 이길 가능성도 조금 있었지만, 지더라도 그 다음 국면에서 가치의 정치를 주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상실했다. 정치의 측면에서 보면 바보다.”

 

- 평소 민주노동당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민주노동당의 현 상황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민주노동당이 분당을 할지 말지를 밖에서 뭐라고 말할 성질은 아니다. 다만 민주노동당을 포함해 전반적인 평화개혁진영이 진보에서 중도 양심적 보수까지 한번 재편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그걸 추동할 능력은 상실했다. 재편되면서 크게 통합했으면 좋겠다. 정 안 되는 부분들은 떨어져 나가더라도.

 

예를 들어 경제에 있어서는 사회통합적 시장경제 같은 부분에서 하나가 됐으면 좋겠고, 하나의 노선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영국의 노동당이나 독일의 사민당, 프랑스의 사회당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일본의 망한 사회당, 그걸 대체한 민주당, 미국의 민주당보다 조금 더 진보적일 수 있다.

 

이게 대중적인 진보당, 거대 진보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어야 사회적으로 진보와 보수의 구분도 승인받고, 더 다이나믹해진다. 그러나 지금 그런 과정은 미래의 문제로 가 버렸다. 남북문제도 우리가 북한을 설득하고 대중적인 동의나 공감에 맞춰서 반복적으로 가다 보면 의외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이루어낸 것들이 공공 섹터와 법과 제도로 남아 있는 것이 많다. 이 가치를 같이 지켜내야 한다. 민주평화개혁, 약자에 대한 보호 등이 부족했을지도 모르지만 전진되어 왔다. 공동으로 지켜야 한다. 이걸 막지 못하고 해체되어 버리면 광활한 벌판에 개개인이 나서야 한다. 특히 노동자 농민들이 벌판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은 공동의 가치로 지켜낼 부분이다.”

 

- 이명박 당선자 인수위 활동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우익파퓰리즘, 상업적 파퓰리즘, 역사의 역주행, 졸속이다. 예를 들면 통일부를 해체한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산업평화 TF, 언론사들 성향조사, 과거사 관련 법안 통합 등이 보수적 담론을 넘어서 우익화 하는 기류와 영합하는 부분이 있어 걱정된다. 농진청 폐지하고 중소기업 쪽 대책이 축소될 우려가 있는 반면,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 공룡 부처의 탄생은 상업주의적인 것 같다.

 

인권위 방통위를 대통령 직할로 돌리는 문제들 같은 경우 시장주의에 맞지 않는다. 그리고 대독총리. 총리를 실무형으로 하겠다고 권한을 축소하려 하지만 헌법으로 정리할 문제다. 이런 면이 졸속적이기도 하고, 국가를 경영하는 것과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다른데 구조조정 하듯 하면 좀 곤란하지 않나? 물론 다 나쁘다기보다 긍정적인 것도 있다. 방만한 위원회를 정리할 필요도 있고. 그런데 이것이 보수적, 신자유주의적 담론을 넘어 경우에 따라 우익화, 우경화할 가능성이 보여 걱정된다.”

 

진보는 교조 아니다... 민주주의 담론 이후의 새로운 담론 모색해야

 

- 한미 FTA 같은 문제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중도가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내부에서도 찬반입장이 극명하게 나뉘어 졌는데.

“전에는 여당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추진하니까 찬성해줘야 하지 않느냐는 흐름도 있었다. 지금도 찬성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반대할 사람이 과거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 그렇다면 이것은 민주주의적 질서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가치의 질서에서 너무 극명하게 부딪히는 것 아닌가?

“진보냐 보수냐, 진보냐 중도냐를 FTA 하나만으로 가르려고 하는 것도 위험하다. 이라크 파병 같은 경우 백여 명이 (파병반대에) 함께 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반대)도 처음에는 35명밖에 안됐다. FTA도 그렇게 된다고 본다.”

 

- 이라크파병이나 한미FTA문제도 합리적인 진보나 개혁적인 중도 사이에서의 운영 문제지, 크게 갈라놓을 이유는 아니란 것인가?

“그렇다. 지난 대선에서 예비후보의 경우 어떤 사람은 3불 폐지, 어떤 사람은 2불 폐지, 어떤 사람은 3불고수를 이야기한다. 어떤 하나의 지표만을 가지고 진보냐 중도냐를 이야기할 수 없다. 전통적인 진보적 입장으로 평가하는 것과 지금의 정치적 상황에서의 기준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무엇을 진보라고 할 것인가에 대해 엄격하게 이야기해볼 때가 왔다. 진보라는 것이 교조적인 것은 아니다.”

 

-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진보의 가치는 뭔가?

“민주주의 담론 이후의 담론이 무엇인가. 과거의 독재세력들은 신자유주의, 국제주의를 가지고 왔다. 예전에는 민주와 자유가 우리 것이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사이에 저들은 자유주의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국제주의, 신자유주의를 가지고 왔다. 최장집 선생님은 사회경제적 민주화를 이야기한다. 일각의 정치학자들은 사회적 공화주의도 이야기한다. 너무 이념적이기도 하지만 민주주의 이후에 어디로 나갈 것인지 성찰이 필요하다.”

 

- 무엇으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어야 한다고 보나? 현 시점에서 진보의 가치가 어디 있다고 보나?

“사회정책과 대북정책 두 가지다. 사회통합적 시장경제 같은 것. 동반성장, 사회협약, 능동정부, 선순환, 인적투자, 사회투자 등과 대북정책이 기준이라고 본다. 대북정책의 경우, 예전에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너의 대북관이 뭐냐?” 그래서 친북과 연북이라고 했다. 우리가 통일하고 민족이 단결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친북과 연북을 불가피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종북인가? 난 종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반북은 더더욱 진보가 아니다. 종북도 아니고 반북도 아니다. 친북과 연북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까 민족 간의 화해와 단결, 상호교류와 공존 번영으로 표현하면 된다. 그런 일관된 기준을 놓고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친북이냐 종북이냐는 말을 안 해도 충분히 풀 수 있다.

 

생활진보 같은 담론도 예전에 많이 나온 이야기지만, 386 대중들이 우리를 비난 했던 것은 생활 속에서 자기들이 직면하는 문제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라고 본다. 대게 40대 중반쯤 되면 주택, 교육, 육아, 노후, 의료, 일자리에서부터 느낀다. 우리의 대안이 그들에게 가깝지 않은 거다. 우리의 사회복지 정책이 연륜이 짧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정부가 그런 쪽으로 진공적으로 가지 않았다. 만약에 이 정부가 진공적으로 갔다면 진보로 인정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미약했다.

 

세금논쟁도 벌이다 말았고, 재정지출의 문제도 다른 부문에 비해 빠른 속도로 늘렸다지만 절대적으로 미미하고. 30대 후반에서 40대 중후반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이런 것이 언제까지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문제냐고 생각한다. 국가가 최소한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만 하더라도 (민주노총에서) 노사 간의 협약, 협의를 부정했다. 참여정부나 국민의 정부에서는 부정해도 자신들이 보호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명박 신자유주의 정부 하에서는 노사정의 틀이라는 것이 자신을 보호해주는 진지나 보호막일 될지도 모른다. 구조조정이 들어올 때, 나는 임금 동결 할 테니까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주고, 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 할 테니까 정년 이후의 노동문제를 보장받는 것이 노동운동의 전략일 수 있다.

 

이런 것을 개량 내지 타협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사회적인 진보의 과제로 인정하고 내가 주도하고 나갈 거냐는 중요한 문제다. 김근태 의장 시절 때 뉴딜이 이런 문제의식이었는데 양쪽에서 다 깨졌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자신들은 불철저 했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공공섹터나 법과 제도에 의해서 지켜지는 사회적 최저선을 어떻게 지킬 것이냐는 보루일 수 있다. 그 때는 툴툴거렸지만 지금은 얼마나 중요한 문제가 될지 생각해봐야한다.”

 

“우리끼리 치고받는 우스운 꼴은 피했으면 좋겠다”

 

- 진보개혁진영에게 하고 싶은 말은?

“총선에서 우리의 정치연설이나 정치설계가 발전한 국민의 개혁적 의식에 맞춰서 상품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멸종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살아있을 가치가 있다면 서로 지혜롭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변절하거나 불철저하거나 타협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갇혀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서로 피해주기도 하고, 정치설계로 연합공천이 안되면 살 사람은 살고 의미 있게 득표할 사람들은 득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멸종할지도 모른다. 우리끼리 치고받는 우스운 꼴은 피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나간다면, 지난 총선 때 3번 찍고 12번 찍었던 것이라도 필요하다. 당선 시킬 사람들은 당선시키고 키워야 할 정당은 키우는 노력이라도 있어야 한다. 안에 있는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자기 살려고 저런다는 말 밖에 안 할 테니까 지성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NGO가 과거처럼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 오랜 시간 진지한 인터뷰에 감사드린다. 통합신당이 다시 한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수고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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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인영, #18대 총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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