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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 PD수첩>은 '나훈아 괴담'을 소재로 다뤘습니다. 가수 나훈아씨를 둘러싼 괴담들이,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이며, 어떤 과정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단계별로 추적해본 것입니다.

'나훈아 괴담'은 <스포츠조선> 강일홍 기자의 기사로부터 시작됩니다. 2006년 10월 24일에 작성된 다음 기사들이 그 최초 진원입니다.

<개그맨 A의 눈물고백 (1) "가수 C는 가정파괴범">
<개그맨 A의 눈물고백 (2) "가수 C는 가정파괴범">

그러다가, 최근 들어 3개의 글을 본인의 블로그에 올렸고, 이것이 포털사이트로 송고돼 큰 파문을 일으킨 것입니다.

<'괴소문' 주인공 R씨의 기구한 인생> 2007년 12월 30일
<R씨는 A의 전처 U를 어떻게 만났나?> 1월 4일
<'벌집 쑤셔놓은' 나훈아 미스터리> 1월 21일

이 글들의 내용을 굳이 짚어보지는 않겠습니다. 인터넷을 어느 정도 이용할 수 있는 누리꾼들이라면 파문 속에서 모두 접한 기사들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주요 포털에 송고된 기사 속에서는 내용이 모두 지워져 있지만, <스포츠조선> 홈페이지나 강일홍 기자의 해당 블로그에서는 이 기사들이 여전히 게재돼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다음은 <PD수첩> 취재진들이 강일홍 기자와 전화통화를 했을 당시, 강일홍 기자의 답변입니다.

"기왕에 인터넷에 있었던 내용들이 블로그에 직접 그런 얘기들이 올라가니까, 자꾸만 확산되고 증폭되는 부분은 인정을 해요. 그런 부분은 너무 터무니 없으니까 신문에는 다루지 못하지만, 블로그에다가는 그런 의견들, 개인의 의견들은 쓸 수 있다고 판단을 해서 된 겁니다, 그게."

그런데, 뭐가 겁나서 <PD수첩> 취재진들과의 만남을 거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 답변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누리꾼이든, 블로그에 신중치 못하게 글을 올리면 명예훼손에 걸릴 수 있습니다.

저 드넓은 인터넷 세상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스포츠신문 기자라고 남의 사생활에 관한 소문을 사실확인 없이 게재해도 된다는 법조항은 어디에도 없는 일입니다. 제아무리 스포츠신문 기자라고 해도, 인터넷에 대한 판단을 저렇게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신문에는 다루지 못한다'면서, 그 당시에는 왜 해당 글들이 포털 뉴스홈에 전송됐으며, 파문이 커진 지금까지도 <스포츠조선> 홈페이지에는 당시의 글이 버젓이 게재돼 있는지, 그것부터 해명해야 합니다.

그뿐 아니라, 강일홍 기자의 블로그에는 문제의 '나훈아 괴담' 외에도 수많은 이니셜 추문글이 작성돼 있었으며, 이는 스포츠신문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는 '이니셜 기사'의 전반적인 경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강일홍 기자의 답변은, 전반적으로 말이 안되는 답변입니다.

소문 확신의 진원지는 '증권가 정보지'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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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은 소문 확산의 진원지를 추적하다가, 중요한 사항을 발견합니다. 어디에서부터였을까요? 바로 '증권가 정보지', 일명 '증권가 소식지', 혹은 '증권가 찌라시'라고 하는, 증권가의 루머 모음집입니다. 이것은 국내외 다양한 일들로부터도 다양한 영향을 받곤 하는 증권가에서 떠도는 소문들을 분야별로 정리해 모아놓은 것입니다. 증권사들이 직접 작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나훈아 괴담'도 이 루머 모음집에 포함돼 있습니다. <PD수첩>의 취재에 따르면, 증권사의 정보수집팀과 그런 업무를 전문적으로 도맡는 리서치센터가 '루머를 수집해 모음집을 작성하는 것'이며, '나훈아 괴담'과 같은 연예가의 소식은 증권가의 메인 아이템이 아니며, 일회성 가십용 정보라는 것입니다.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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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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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스포츠신문 특유의 '이니셜 기사'는 이런 '증권가 찌라시'의 짜투리 정보가 모여 작성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증권가 찌라시'의 역사는 생각보다 깊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권이나 여당까지 나서서 대처해야 할 정도로 파문을 일으켰던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증권가의 당사자들에게는 '일회성 가십용 정보'일 수도 있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중요한 정보'일 수도 있지만, 그 파문은 컸던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예를 적용해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는 <오마이뉴스> 2004년 10월 8일자 기사 <'1등신문’ <조선> "증권가 소식지에 따르면...">입니다.

"'1등신문' <조선일보>에 때아닌 증권가 정보지, 일명 '찌라시'가 기사 출처로 등장했다. 조선은 8일자 가판 '색연필'(A13면)에 '증권가 소식지'를 인용했다가 배달판에서 삭제했다.

'찌라시'는 시중에 떠도는 각종 '설'이나 흥미로운 소식, 동향 등을 담아 증권가나 기업 주변에 도는 정보지를 가리킨다. 대부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많아 언론계에서는 정보용으로 참고만 할 뿐 기사에 인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조선일보는 이날 가판 '색연필'(A13면)에 「"미당 김춘수…" "시인 김유정…" 정신나간 KB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최근 KBS <황정민의 FM대행진>의 잇따른 방송 실수를 비판한 것. 시인 김춘수의 호가 '미당'으로, 소설가 김유정이 시인으로 각각 잘못 소개된 사례를 꼬집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해당 기사 출처가 증권가 소식지로 돼있는 것.

조선일보는 "증권가 소식지에 따르면…"이라는 출처를 단 채 소식지에 실린 상세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같은 날짜 배달판에서 이 부분은 완전히 빠졌다. 이에 따라 기사 분량도 절반으로 줄었다. 대신 배달판에서는 "…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표현으로 KBS 방송내용이 소개됐다."

<오마이뉴스>가 보도자료로 인용한 <조선일보> 2004년 12월 8일자 가판(위)와 배달판(아래).
 <오마이뉴스>가 보도자료로 인용한 <조선일보> 2004년 12월 8일자 가판(위)와 배달판(아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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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정보지'란 무엇? 정부와 여당까지 뒤흔들 정도

옛 기사들을 돌아보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증권가 찌라시'에 대해 정부와 여당까지 나서야 했던 사례들도 있었습니다. 확인해보시죠.

"민자당이 23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증권가의 ‘악성루머’에 대해 정부에 철저한 조사를 요청키로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당 공식회의에서 루머 문제를 다룬 것도 전에 없던 일이거니와, 단순한 조사와 진상 파악이 아니라 “진원지를 색출하겠다”는 정도의 강한 의지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전략)

또 대통령의 친인척이나 측근들의 행동에 관련된 내용도 이들 정보지의 단골 메뉴이며, 정부의 재벌정책이나 정치자금 수수설 등 여권핵심의 도덕성과 관련한 루머도 적지 않다. (후략)" -<한겨레> 1995년 3월 24일자 기사 <민자 증권가 ‘악성 루머와의 전쟁’선언 의미>-

"작전세력 유포 잦아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는 언제나 루머들이 생겨나 돌아다니다가 사라진다. 소문에는 맞는 것도 있고, 근거없는 악성도 많다. 특히 권력상층부에 관한 루머는 그 진위에 관계없이 민감한 사안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여당이 소문의 진원지를 색출해 엄단할 것을 증권당국에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증권당국이 소문의 진원지를 색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문으로 피해를 보는 쪽에서는 증시정보팀쪽에 혐의를 두고 있지만 증시는 중간유통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증권정보팀 책임자는 “증시에 나도는 소문의 발원지는 주로 정보기관, 정치권, 언론, 그룹 정보팀 등이고 여기에 각 금융기관과 경제부처, 경찰 등이 다른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작전세력들이 고의로 유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쌍용자동차의 삼성그룹 인수설은 ㅇ대 상대출신 작전세력이 시세차익을 위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작전세력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기업관련 정보는 증권사 단말기, 영업직원 등을 통해 단숨에 증시 전체에 퍼지지만 나머지는 증권정보팀에 접수된 뒤 최장 1주일이 걸린다. 대개의 증권사 정보팀 직원들은 1주일마다 정보를 수집해 문서 형태로 유통시키기 때문이다. 이들 모임의 이름은 주로 모이는 요일을 지칭해 화요회, 수요회 등으로 불린다.

정보의 유형은 정치, 사회, 경제정책, 개별기업 동향, 유명인사나 연예인의 개인신상에 이르기까지 잡다하다. 다만 2∼3년 전부터는 경제정책 및 기업관련 정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다양한 정보가 모이는 만큼 정보모임의 참석자들도 다양하다. 일부 모임은 정보기관 직원들도 참여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한 정보기관은 최근 기관 내부정보나 청와대 관련 정보를 누설한 직원이나 이를 유포한 사람을 색출하기 위해 내사를 벌인 적이 있다.

정보모임에서는 유통만이 아니라 확대재생산도 이뤄진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서는 상대방을 음해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정보모임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 기업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재벌들이 이런 유형의 정보를 흘리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고 정보담당자들은 전하고 있다.

때로는 정체불명의 정보지가 증권사나 언론사, 정보기관 등에한밤을 틈타 날아들기도 한다. 지난주 이후 건설업체 부도설이 급격히 확산된 것도 사실은 이런 식의 정보유통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증권감독원 관계자의 말이다. 물론 이것들은 대부분 발신 불명이다. 최근엔 사설 투자자문업체들까지 이런 정보유통에 참여하고 있어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증권가의 한 정보팀장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증시소문이 유통과정에서 왜곡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며 “그러나 수많은 매체가 쏟아지면서 증시소문도 갈수록 신빙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한 증권정보담당 직원은 “안기부의 경우 정보기관이나 청와대 관련 정보가 나돌아다닐 경우 수시로 정보의 진원지를 색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1995년 3월 24일자 기사 <증권가 악성루머 어떻게 유통되나>-

<한겨레>의 약 13년 전 기사에도 '증권가 정보지'에 따른 여파와 그 정체에 대해 생생하게 기록돼 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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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이에 따라 지난주 수요일께부터 증권가의 정보지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정보지는 증권가 정보팀들이 1주일에 한차례씩 정보회의를 갖고 여기서 나온 얘기들을 취합해 만드는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당국에서 루머 색출방침을 발표하면 한달 정도는 정보지가 발간되지 않는 게 상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보회의 자체는 계속되고 있다. 참석자들이 말로만 정보를 교환하고 회의를 마친 뒤 정보지는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전과 다를 뿐이다.

증권업계 정보팀 관계자들은 “당국이 루머의 진원지로 증권가 정보시장을 지목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증권가 정보팀들 스스로는 정보생산 능력이 없다. 시중에 나도는 정보나 루머의 대부분이 정보지에 실리게 된다는 점과, 전국의 증권사 객장을 통해 정보의 소비자들에게 그 내용이 전달된다는 점에서 ‘정보유통의 마지막 출구’정도로 보면 적절할 것”이라는 게 정보지에 대한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정보회의 참가자들 가운데 실제로 정보를 취재하고 필요할 경우 흘리기도 할만큼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은 기관이나 정치권 관계자이거나 대기업 정보팀 요원 정도”라며 “이들 가운데 요즘은 갈수록 대기업 정보팀 쪽이 돋보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른바 ‘여의도 보고서’ 등의 진원지를 증권가가 아닌 정치권 또는 사설 정보제공 업체들로 추정했다.

그는 “정보제공 등급을 정해 한달에 10만∼30만원을 받고 정보를 팩스로 보내주는 업체들이 9곳쯤 있다. 신빙성은 크게 떨어지나 아주 솔깃한 얘깃거리들로 만든 점을 봐서 정치권의 누군가가 만들어 흘린게 아니면 사설업체에서 시중에 나도는 루머들을 상품성있게 조합해 만들어낸 것 같다.

최근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서도 이들이 상당부분 증권가 정보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언비어가 공개적인 정보유통이 막힌 곳에서 성행하듯이 안개속 같은 최근의 시국상황이 각종 루머를 만들어 내는 온상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진단이다." <한겨레> 1995년 11월 22일자 기사 <‘비자금’루머 무성 검찰 색출엄포 춤추던 증권가 정보지 꼬리감춰>-

"여의도 증권가는 오늘도 정보사냥꾼들로 붐빈다. 언제나처럼 “탤런트 아 무개씨가 최근 이혼하기로 합의했다”는 소문에서부터 “00그룹 XX씨가 어느 대선주자캠프에 합류할 계획”이라는 소문에 이르기까지 온갖 그럴 듯한 정보가 떠돌아다닌다. 정치인의 참모진을 비롯해 나름대로 정보에 밝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무대로 팀을 이뤄 정기적인 모임을 갖 고 정보를 주고받는다.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사설정보제공업자들이 엮은 `‘정보지’가 나도는 곳도 이곳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정보가 거래되는 곳이 증권시장이라고는 해도, 증권시 장 주변의 정보맨들은 정보싸움에서는 역시 마이너리그다. 정보의 질에서 메이저리그격인 재벌그룹 정보팀을 결코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들 그룹 정보팀 멤버들은 굳이 증권가의 정보시장을 기웃거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때로 안기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막강한 정보력을 자랑한다.

권력의 이동기인 요즘 이들의 발길은 부쩍 바빠졌다. 대세 판단은 정치권 이상으로 그룹 총수들에게 최고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때로 그룹의 사 활까지 좌우하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겨레21> 1997년 5월 29일자 기사 <기업 정보력 안기부가 안부럽다>의 일부-

오죽하면, 안기부장이 이를 거론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이비 정보지가 기업간 불신 촉발/“루머양산” 사설정보업체 단속필요권영해 국가안전기획부장은 16일 "증권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설정보지발간조직(10여개) 증권투자 자문업체 증권투자자클럽(각각 50여개) 증권업체 등이 사이비 정보지(루머지)를 통해 경쟁기업에 대한 세무사찰 부도설 등을유포, 기업간 불신을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부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사설정보 불법유통에 따른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며 "사설정보 유통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증권거래법신용정보이용법 전기통신법 등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국경제> 1996년 10월 17일자 기사 <권영해 안기부장 정보위 업무보고>의 일부-

'증권가 루머'로 인해 화제됐던 이슈들

그속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기사가 발견됐습니다. <주간동아> 1997년 9월 25일자 기사 <증권가루머 ‘긴가민가’ 아니다>입니다.

"(전략) 루머가 단속대상이긴 하지만 나중에 사실로 확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증감원 조사총괄국 관계자도 『루머와 정보의 차이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실제 단속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지난 1월의 한보철강 부도설 수사도 한 예다. 당시 서울지검은 「한보철강 부도설」을 유포시킨 영국BZW증권 서울지점 직원 J씨를 소환 조사했다. 그러나 J씨에 대한 사법 처리 직전 한보철강이 실제로 부도처리되고 말았다. 당연히 수사는 무혐의 종결됐다. 만약 검찰이 사법처리했더라면 망신을 당할 뻔한 사건이었다.

이처럼 최근 유통되고 있는 루머들의 특징은 정확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점이다. 증권거래소 조사에 따르면 올 1~3월 동안 증권가에 떠도는 루머에 대해 상장기업이 사실 여부를 확인한 조회 공시건수는 175건으로 이중 사실로 밝혀진 것은 100건(57%)이나 되는 것 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규 계약과 시설투자관련 루머의 정확성은 75%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략)

증권가를 배회하는 루머중에는 고급 정보로 확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영삼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가 96년 CNN의 테드 터너 회 장을 면담해 CNN의 국내방송 영업권허가를 논의한 것은 지난 4월 한보청문회에서 처음 밝혀진 사실. 그러나 이는 이미 작년부터 증권가 「찌라시」에 나돌고 있던 루머였다. 검찰에서 밝혀진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사례도 대부분 증권가에서 루머로 나돈 것이었다. (중략)

특히 어느 기업 자금담당 직원이 급전을 구하기 위해 사채시장이나 제2금융권을 누비거나 사채업자의 어음할인 거부 사실이 있을 때 바로 증권사 정 보담당자들에게 연락돼 「자금악화설」로 유포되곤 한다.

따라서 다소 과장이 있을지 몰라도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확도는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증권가 정보망은 수십갈래로 나 뉘어져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 국세청 검찰 안기부 등 주요 기관에도 증권사 정보맨과의 연결고리가 있다. 이를 통해 입수된 루머가 다각도로 체크되는 것이다. 루머 시장에 나름대로 생존경쟁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도 정확도를 높이는 요인.

근거가 박약한 루머는 대개 도태된다는 것이다. S증권 정보담당자는 『악성루머는 생명이 길지 못하다. 정보모임을 통해 상당부분 걸러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떤 루머가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유통된다는 것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후략)"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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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속에서, 연예가 소식이나 유력자의 추문에 관심많은 누리꾼들을 주목시킬 정보들이 유통돼,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전략) 정 의원은 법적 대응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번 사건을 제보하고 호텔방 문을 두드렸다는 이 모씨 뿐 아니라 이번 소동의 촬영장면을 여과 없이 보도한 YTN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언급하지 않았다.

해명자료 맨 마지막 부분에 '현재 同人(40대 여인)은 李 모 등에 대해 현재 법적 대응조치를 강구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음'이라는 구절을 포함시켰을 뿐이다. 그러나, 그 40대 여인이라고 해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을까? 결국 경범죄(스토커)나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야 할 텐데,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정황들이 법정에서 얘기되는 것은 본인도 싫어할 것 같다.

한편 22일 증권가 소식지에는 '두 사람이 호텔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 1시간 가량 녹음돼 있다'는 내용이 유포되기도 했다. 또 이 사건을 보도한 YTN이 보도화면 이외의 새로운 물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머니투데이> 2005년 2월 22일자 기사 <정형근 의원, 꽉 다문 입 "왜?">의 일부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가 또 다시 이혼설에 휩싸였다. 지난해말 그리고 올 여름에 이어 세번째다. 이번 이혼설은 지난 주말부터 증권가 소식지를 통해 소문처럼 번져오다 13일 오전 한 언론을 통해 이혼했다는 확정적인 보도가 나와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노현정 이혼설은 이 매체를 통해 그가 지난 7월 이미 협의 이혼했으며 노현정이 현재 서울 W호텔에서 칩거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노현정과 그의 남편인 정대선씨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지만 이날 하루 노현정의 이혼과 관련된 소식은 들불처럼 번졌다.

노현정의 이혼설에 대해 그의 측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대선씨의 친형인 정일선 BNG스틸 대표는 스포츠한국과 인터뷰서 “사적인 이야기라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다. 이혼하지 않은 건 확실하다”고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후략)" -<한국일보> 2007년 11월 14일자 기사 <노현정-정대선 이혼설… 가혹한 소문?>의 일부-

'증권가 정보지'에 관한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대단히 많은 양의 기사가 검색됩니다. 정계를 뒤흔드는 소식도 발견되지만, '증권가의 메인아이템'은 못돼더라도 '노현정 이혼설'이나 '나훈아 괴담'처럼 파문이 클 수 있을만한 소식들의 진원지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사들도 대량으로 발견됩니다. 하지만, 이 소문들이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당사자의 강한 반발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증권가 정보지'로 기사 작성하는 일부 기자들

'증권가 정보지'를 추적하다 보면, 정치인이 면책특권을 악용한 '폭로'를 위한 도구로도 활용되는가 하면, <스포츠조선> 강일홍 기자처럼 이를 발빠르게 기사나 블로그 게시글로 활용하는 경우도 발견됩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떠도는 정보라 할지라도, 정치인과 기자는 해당 정보에 대한 검증 절차를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직업군입니다. 강일홍 기자처럼 "개인적 의견은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납득 안 가는 변명으로, 확인 절차 무시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직업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강일홍 <스포츠조선> 기자님, 제 말이 틀렸습니까? 틀렸다면 즉시 블로그에 반박글 올리시거나, 해명기사 부탁드리도록 하겠습니다. <PD수첩> 취재진과의 만남은 거부하시고, 고작 저런 변명만을 담은 전화통화만이 전해졌던데, 이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다면 기자로서 글로 승부해야 한다고 봅니다.

어쨌든, 파문을 일으켰으니 성공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1년이 넘게 떠돈 괴담 덕분에 우리는 유명 중견가수가 속옷까지 벗을 뻔한 희한한 장면까지 목격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흥미진진하고 사안에 따라 맞는 정보가 있다 해도, '증권가 정보지'가 '루머 모음집'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검증 없이 쓴 기자의 글에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강일홍 기자는 그런 의미에서, 나훈아씨의 다음 발언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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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 PD수첩 > 29일자 방송 '나훈아 괴담 루머의 사회학'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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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PD수첩, #나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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