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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건 무언가를 한 번 더 그리고 좀 더 깊이 생각한다는 사실을 뜻한다. 책을 읽는다는 건 겉으로 보기에 다른 사람 생각을 듣는 것이지만, 결국 그 생각을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건 책을 읽는 독자 자신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무언가를 알아가는 행위이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치열한 행동”(5쪽)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그래서 “기존의 당연시되던 것에 대해서 의문을 품게 만들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는 상태로 나아가게” 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분서갱유(焚書坑儒)’라는 말을 일종의 충격요법 수단으로 삼아 이 책을 시작한 지은이는 책 읽는 행동이 지닌 그 숨은 힘과 중요성을 그렇게 넌지시 강조한다.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에서도 그랬듯이, 지은이는 ‘책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말한다. 이른바 ‘미쳐야 산다’는 말에 책이 지닌 의미와 힘을 덧실은 셈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지은이는 책과 삶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그것이 결국 사람을 성장하고 성숙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미래의 자신을 만들 것임을 확신하며 책읽기 전도사를 자처하는 사람”(책 날개)이라는 멋진 평가를 받은 이 책 지은이, ‘책읽기 전도사’ 안상헌이 말하는 독서의 힘과 의미 그리고 중요성이 무엇인지를 들어본다.

 

책은 삶을 깨어있게 한다

 

‘분서갱유(焚書坑儒)’, 그 네 글자에 느낌표 한 개를 더하며 강렬한 인상을 독자 마음에 박으려 애쓴 지은이는 이 책에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 중국 첫 통일왕조를 이룩한 진시황이 벌린 그 몹쓸 짓이야 굳이 반복해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지은이가 이제는 식상할 법도 한 네 글자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운을 뗀 이유와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을 읽은 터라 비슷한 틀과 내용으로 구성된 이 책 ‘속셈’이 제일 궁금했던 게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우리를 깨어 있도록 만듭니다. 그래서 한번 중독되면 헤쳐 나오기 어려운지도 모릅니다. 이런 강한 중독성과 혁명성으로 인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역사에서 큰 이름을 남기게 되었을 것입니다. ... (중략) ... 비록 위대한 사람들의 전례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할 수많은 이유를 이미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들을 발견하는 것, 그 힘이 어떤 것인지를 느껴보고자 한 것이 이 책의 의도입니다. 과연 책은 사람에게 무엇일까요?”(이 책, 6쪽)

 

그래서, 나도 묻고 싶다. ‘과연 책은 사람에게 무엇일까?’

 

우선, 이 책을 살펴보기 본격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책 구성을 좀 살펴보자. 수많은 갈래길로 나뉘어 다시 옹골차게 짜인 이런 책을 읽자면 ‘지도’ 한 번 펼쳐보는 건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유익한 일이리라.

 

혹시 지은이 안상헌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거나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처럼 지은이가 지은 다른 책을 본 일이 있다면, 이 책 구성부터 무척 반가울 게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앞뒤로 책을 짓기 전후 지은이 맘을 담은 글이 이 책에 달린 날개처럼 퍼덕인다.

 

1부는 책이 삶에 주는 의미를 파헤친 ‘책은 사람을 미치게 한다’이고, 2부는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변한 시대에 책이 지닌 의미를 살펴보는 ‘지식사회에서 책은 무기이다’이다. 또한, 3부는 1부를 좀 더 깊이 음미하려는 듯이 책이 어떻게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를 다룬 ‘책은 삶을 깨어 있게 한다’이다. 마지막으로 4부는 책을 삶에 적용하고 책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내용으로 1~3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실용적 이야기를 담은 부분으로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이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는 매우 조용하고 외로운 단독 작업처럼 보이지만 아주 친밀한 대화가 오가는 현장이기도 한다. 책에서 마주치는 것은 처음에는 ‘까만 건 글자요, 하얀 건 종이’들 뿐이어도 점점 더 누군가와 말을 주고받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동의하는 부분에는 맞장구를 치고, 틀렸다 싶은 부분은 혼자서 되뇔망정 따끔하게 지적하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장이라도 지은이를 찾아갈 듯이 해명(?)을 요구하기도 한다.

 

 

당신의 길 위에는 어떤 책이 있습니까?

 

책은 간접경험을 넘어 직접경험을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그 자체가 하나의 삶으로 바뀌기도 한다. 말하자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지금껏 살아 온 삶을 더욱 치밀하게 다지기도 하고 또는 새로운 삶으로 기존 삶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어느 쪽으로든 우리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변한다’는 사실이다.

 

“<생산적 책읽기 50>이라는 책에서 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자신을 새롭게 만드는 책읽기’였습니다. ... (중략) ... 누군가 ”당신의 서재는 당신의 초상portrait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서재에 꽃혀 있는 책들이 우리의 정체성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에는 어떤 책이 있습니까?”(이 책, 21과 22쪽)

 

책에 깊은 사랑을 듬뿍 안겨줌으로써 얻을 유익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도 지은이는 열정적으로 말한다.

 

“헤밍웨이Hemingway는 자신의 일에 미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원고를 최소한 다섯 번 이상은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 그의 대표작인 <노인과 바다>의 경우 무려 이백 번을 고쳤다고 합니다. 그가 한참 집필을 하던 때 무려 여덟 편의 소설을 석 달 만에 쓰고는 지쳐서 쓰러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는 위대한 작가이기 이전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위대한 인간이었습니다.”(이 책, 34쪽)

 

(헤밍웨이가 석 달만에 여덟 편이나 썼다는 그 소설들이 어떤 책들인지 못내 궁금해 하면서 지은이 말에 다시 귀기울여본다. 이런 관심도 지은이가 환영할지 역시 꽤나 궁금하다.)

 

지은이는 몰입을 무척 강조한다. 책은 무언가에 몰입하게 하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사람은 성취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향상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삶에 다시 도전하는 힘을 얻게 된다는 게 지은이가 강조하는 독서의 힘 중 한 가지이다.

 

지은이 안상헌은 책이 지닌 힘을 ‘자극’이라는 차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잠자는 영혼을 깨우듯, 삶이라는 궤도에서 자의반 타의반 밀려난 사람들에게 원래 있던 길로 다시 돌아가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그런 ‘자극’ 말이다. 좋은 책을 수없이 읽어도 여전히 실수한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며, 실수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스스로 자신을 몰아세우는 이들은 지은이가 이 책을 통해 소개한 카피라이터 여훈씨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물론 지은이도 같은 말을 하고 싶었을 게다.

 

“실수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보다 빨리 배운다. 실수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보다 깊게 배운다. 실수하는 사람은 실수하지 않는 사람보다 쉽게 적응한다. 가장 큰 실수는 실수하기를 두려워하는 것이다.”(이 책, 166쪽/ 본문에서는 네 문장이 네 줄로 각각 나뉘어 있어 한 문장 한 문장이 강조되는 느낌을 준다.)

 

독서의 목적은 “자신의 성장과 자유로운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이지만 자칫 그것에만 매몰될 경우 바로 진정한 목적인 자유를 잃어버릴 수도 있”(283쪽)다고 주의 주기를 잊지 않은 지은이는 “무지와 무식은 지식을 아느냐 하는 것은 소유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있느냐 하는 존재의 문제”(308쪽)라며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총 서른두 가지에 이르는 많은 얘기를 담은 이 책을 닫기 전 지은이는, 드디어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며 서둘러 책을 덮을지 모를 독자들에게 이렇게 띄엄띄엄 다시 '자극'을 준다. 그 자극 때문일까, <책력>이 많은 이들 손에 한번쯤은 거쳐가기를 바라는 맘을 지은이를 대신해 살짝 흘려본다.

 

길 위에 책이 있습니다.

 

책 안에 길이 있습니다.

 

당신의 길 위에는 어떤 책이 있습니까?

덧붙이는 글 | <책력> 안상헌 지음. 북포스, 2007.
참고. 안상헌의 자기 경영 연구소(www.ashworld.net) e-mail: wintermaden@hanmail.net


책력 - 내일로 가는 길을 책에서 찾다

안상헌 지음, 북포스(2007)


태그:#책력, #안상헌, #책읽기,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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