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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법고시 1차 시험 날짜인 2월 27일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사법고시를 치르는 전국의 고시생들이 온 힘을 다해 1차 시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을 때입니다.

28일, S대 법학과 학생들은 올해 사법고시에 응시하는 학교 선배들과 동기들에게 직접 만든 초콜릿을 전달했습니다. 초콜릿 속에는 고시생들이 시험에 합격하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따뜻한 격려의 마음이 녹아 있었습니다.

동그랗게 둘러앉아 정성스레 초콜릿 만들던 날

사법고시생들에게 전달해 줄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사법고시생들에게 전달해 줄 초콜릿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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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을 수험생들에게 전달하기 며칠 전인 1월 22일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법학과 여학생 4~5명이 한 학생의 자취방에 모였습니다. 자취방이 꽤 좁았기 때문에, 방은 순식간에 조그만 초콜릿 공장으로 바뀌었습니다.  

학생들은 미리 인터넷으로 주문한 재료로 초콜릿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초콜릿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 보였습니다. 그들은 초콜릿을 따뜻한 물에 녹인 뒤, 예쁜 모양의 틀에 초콜릿을 짜 넣었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짜 넣은 초콜릿을 얼렸습니다. 

초콜릿 만들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완성된 초콜릿은 따뜻한 방의 온기 때문에 금세 녹아 방바닥에 끈적끈적하게 묻어 있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한두 명을 제외하고는 초콜릿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지라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초콜릿을 녹이는 과정에서 초콜릿이 물에 섞이기도 하고, 틀 안에 얼어붙은 초콜릿을 빼내는데 진땀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초콜릿이 여기 저기 흘려져 있는 좁은 방 안은 달콤한 냄새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완성된 초콜릿을 본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습니다. 초콜릿은 소라, 알파벳, 별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색깔과 맛도 다양했습니다. 초콜릿은 짙은 갈색, 하얀색, 또는 두 색깔이 섞여 있기도 했고 아몬드가 박힌 것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마음은 초콜릿을 만들어냈다는 기쁨과 수험생들에게 맛있는 초콜릿을 전달해 줄 수 있다는 뿌듯함으로 설렜습니다.

소라, 꽃 모양의 다크 초콜릿
 소라, 꽃 모양의 다크 초콜릿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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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모양의 화이트 초콜릿
 집 모양의 화이트 초콜릿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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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가 들어간 화이트 초콜릿
 아몬드가 들어간 화이트 초콜릿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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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단순히 초콜릿을 만드는 것으로 모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은 초콜릿을 만든 뒤, 그것을 포장 비닐로 예쁘게 포장하고 응원의 문구가 담긴 종이를 넣었습니다. 그들은 각자 맡을 일을 분담한 뒤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초콜릿 주머니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빙 둘러 앉아 주머니를 채우는 모습은 옛날의 가내수공업을 연상시키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초콜릿 주머니가 모두 완성되었을 때 시계는 이미 늦은 1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초콜릿을 만든 학생 1인당 약 20개의 초콜릿 주머니를 만드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반복된 동작에 피곤해했지만, 며칠 뒤 학교에서 같이 추억을 쌓았던 선배들과 동기들을 응원하러 갈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완성된 초콜릿 주머니
 완성된 초콜릿 주머니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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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맛있게 드시고 시험 잘 보세요!

1월 28일, 사법고시반 수험생들에게 초콜릿을 전달했습니다.
 1월 28일, 사법고시반 수험생들에게 초콜릿을 전달했습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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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점심시간 때였습니다. 학교 내 사법고시반 수험생들에게 초콜릿을 전달한 장소는 학교 구내식당이었습니다. 시험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수험생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초콜릿을 전달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학생들은 사법고시반의 한 선배에게 초콜릿 주머니가 담긴 봉지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사법고시반 수험생들의 답례 문자가 학생들의 핸드폰을 수차례 울렸습니다.   

“눈물나서 어떻게 먹니ㅠ_ㅠ 후배들 덕분에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네♥ 감사합니다^3^”

사법고시반에 직접 찾아가 볼 수는 없었지만, 초콜릿을 받은 수험생들의 문자로 학생들은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초콜릿을 건네받은 K양(22)은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많은 선배들이 후배들의 격려에 고마워하고 있다”며 “초콜릿을 받은 학생들이 모두 시험을 잘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늦은 오후에는 학생들이 모여 신림동 고시촌에 거주하는 수험생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들은 조명 불빛이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신림역 앞에서 버스를 탔습니다.

“이번 정류장은 신림동 고시촌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수험생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신림동 고시촌의 모습.
 수험생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신림동 고시촌의 모습.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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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고시촌의 한 학원 앞에 서 있으니, 고시생들이 약속된 장소로 하나 둘씩 모였습니다. 학생들은 초콜릿이 담긴 작은 선물을 받으며 여간 쑥스러워하지 않았습니다. 몇몇 수험생들은 초콜릿을 받으며 놀라기도 했습니다. 초콜릿을 수험생들에게 전달하는 일은 과내 연례행사가 아니었고, 학생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수험생들을 격려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시생들은 초콜릿을 준비한 학생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제일 처음으로 초콜릿을 건네받은 Y군(23)은 “후배들에게 많이 챙겨주지 못했는데 이런 선물을 받게 돼서 미안하다”면서 “앞으로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반가이 맞아 준 S양(22)은 웃으면서 “일부러 수험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신림동까지 찾아 온 후배들에게 고맙다, 초콜릿을 준 후배들을 생각하며 점수를 올리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사랑이 담긴 작은 선물, 고시생들에게 큰 힘이 되기를….

신림동 고시촌에서 모인 S대 법학과 학생들.
 신림동 고시촌에서 모인 S대 법학과 학생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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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학생들의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수험생들은 다시 기운을 차리고 공부를 하러 돌아갔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초콜릿을 준비했던 K양(21)은 “많이 피곤해 하는 선배들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작은 선물이었지만 선배들에게 큰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초콜릿을 받은 수험생들을 생각하면서, 저는 남은 초콜릿 주머니의 포장을 뜯어 초콜릿을 먹어 보았습니다. 학생들의 초콜릿은 공장에서 만든 그것만큼 썩 달고 맛있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하루 종일 직접 만들고 포장한 초콜릿에는 맛을 뛰어넘는 선후배 동기간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2일 앞둔 로스쿨 예비 인가 대학 발표에 관한 소식이 시중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사법고시는 로스쿨 제도가 생기면서 2013년에 완전히 폐지될 예정입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의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입니다.

현재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초콜릿을 전달한 학생들은 그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S대 법학과 학생들을 포함한 수험생 모두가 이러한 제도적 혼란에 흔들리지 않고, 온 노력을 다하여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험생들, 힘내세요! FIGHTING!
 수험생들, 힘내세요! FIGHTING!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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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로스쿨, #사법고시, #초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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