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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고가 미술품 리스트.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서미갤러리가 거래한 30점의 미술품 가운데 2~3점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고가 미술품 리스트. 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서미갤러리가 거래한 30점의 미술품 가운데 2~3점을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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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검팀은 25일 '삼성가 미술품 구입 창구'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홍송원(55) 서미갤러리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한남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기자들로부터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일체 답변하지 않은 채 8층 조사실로 올라갔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홍 대표를 상대로 '행복한 눈물'과 '베들레헴병원' 등 삼성가에서 비자금으로 사들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미술품들의 행방과 구매경위, 시기, 대금 지불 및 처리방법, 보관상황 등에 대해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홍 대표는 지난해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이 문제의 그림들을 공개한 뒤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행복한 눈물(716만 달러)'은 자신의 소장품이라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 뒤로 홍 대표는 일부 언론을 통해 문제의 그림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특검팀이 이번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소환조사를 통해 국민적 관심사가 돼버린 '행복한 눈물'의 행방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소환조사에서 특검이 삼성 측의 조직적인 고가 미술품 구매 여부를 확인한다면, 홍라희 관장을 비롯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재용 전무의 빙모인 박현주씨,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부인인 신연균씨 등 삼성가 여인들에 대한 줄소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들을 조세포탈과 외국환관리법 위반, 횡령 등의 공범으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프랭크 스텔라, '베들레헴 병원'(1959년), 2002년 크리스티 경매사에서 8백만 달러에 낙찰된 그림이다.
 프랭크 스텔라, '베들레헴 병원'(1959년), 2002년 크리스티 경매사에서 8백만 달러에 낙찰된 그림이다.
ⓒ 장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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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법 위반혐의 벌금형 1000만원...특검은 어떤 결론?

홍송원 대표의 검찰 소환조사는 이번이 두 번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관세법 위반 혐의로 검찰조사를 처음 받았던 홍 대표는 2004년 3월 관세법 위반 혐의로 약식 기소돼 그해 7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홍 대표는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당시 이 사건도 삼성가의 고가 미술품 구매 거래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홍 대표는 지난해 11월 김 전 법무팀장을 통해 '삼성의 미술품 구매리스트'가 공개됐을 때 <조선일보>와 한 전화통화에서 "내가 2003년 (관세법 위반 문제로)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송금액 사용처를 입증하기 위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소 측에 낙찰 받은 작품의 목록을 뽑아달라고 해서 검찰에 제출했던 자료"라고 밝혔다.

김용철 전 법무팀장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27일자 <한겨레> 보도를 통해 "삼성 미술품 관련 사건은 대검 중수부에서 손을 댔다가 삼성 쪽의 로비로 서울지검 외사부로 넘겨졌는데 결국 흐지부지됐다"며 "검찰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문제가 불거진 뒤로 홍송원 대표는 김 전 법무팀장이 공개한 30점의 고가 그림 거래내역을 비롯한 모든 그림 거래가 삼성그룹 쪽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 조사에서 그의 입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홍 대표와 삼성 쪽과의 잦은 거래는 이미 미술가에 잘 알려진 얘기이기 때문이다.

홍 대표가 운영하는 서미갤러리는 90년대부터 삼성과 한솔 등 주요 재벌그룹의 미술품 구매 창구 노릇을 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소문을 내지 않고 홍라희 관장 취향의 서구 거장 작품들을 구해줘서 신뢰관계가 두텁다는 말도 나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홍 대표는 애초 전통 옹기 컬렉터로 시작해 80년대 뉴욕 화랑가에서 미니멀 등의 현대미술 사조를 두루 섭렵하면서 화랑주로 변신했으며, 국내 화랑가에 90년대 서구 현대미술 명품들을 본격 유입시킨 주인공이다.

특히 김용철 전 법무팀장은 홍송원 대표가 삼성가와 깊은 인연을 맺고 고가 미술품 대행을 맡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2004년 홍 대표가 약식 기소됐던 사건도 삼성과 관계없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 로비'로 인한 축소 수사 의혹도 밝혀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2004년 관세법 위반 혐의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던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삼성의 로비의혹이 있었다면 특검팀이 이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은 검찰청사.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2004년 관세법 위반 혐의로 1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던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삼성의 로비의혹이 있었다면 특검팀이 이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은 검찰청사.
ⓒ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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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당시 홍 대표가 기소됐던 이 사건은 거액의 외화 유출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검찰 내부에는 이와 관련된 수사기록이 남아 있다. 따라서 특검은 당시 이 사건과 관계된 수사기록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김용철 변호사의 문제제기처럼 검찰이 삼성의 로비를 받고 사건을 축소 수사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처장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뿐만 아니라 홍라희 관장 등 비자금을 통한 고가 미술품 구입과 관계된 삼성가 여인들과 홍 대표의 연관관계도 규명해야 한다"며 "특히 홍송원 대표가 사들인 그림들의 자금 출처, 어떤 경로를 통해 구입한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박 처장은 "2004년 당시 홍 대표가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을 당시에도 검찰이 삼성의 로비를 받아 축소 수사했다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증언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정확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라인에 대한 로비의혹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4년 당시 홍 대표 사건을 맡았던 검사는 현직에서 물러난 뒤 한 로펌의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기자는 그에게 '삼성 로비'로 인한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 등을 묻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태그:#삼성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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