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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인 예봉산을 맨발로 오른 여성들 발등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은 등산화를 신고 아이젠을 착용해도 힘들고 어렵다. 그런데 그런길을 맨발로 걸어 정상까지 오른 여성등산객 두 사람의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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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22일)은 경기도 팔당지역에도 하루 종일 눈이 쏟아졌다. 높이 683미터로 근처에서는 가장 높은 예봉산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산꼭대기와 능선에는 20센티미터가 넘는 많은 눈이 내려 신발의 발등까지 푹푹 빠졌다.

그런데 산에 오르는 도중 정상 근처에 이르렀을 때 저만큼 앞서 오르는 여성 등산객 두 명의 신발이 좀 남달라 보였다. 그래도 뭐 특별할 것이 있으랴 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정상에서 다시 그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

눈길을 맨발로 걸어 올라와 발이 약간 빨갛습니다
 눈길을 맨발로 걸어 올라와 발이 약간 빨갛습니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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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맨발로 서계십니까? 발 시리지 않으세요?”

두 여성은 눈 위에 맨발로 서 있었다. 날씨가 포근하긴 했지만 눈보라치는 산꼭대기는 역시 싸늘했다. 더구나 눈 위에 맨발로 서 있다니, 내가 깜짝 놀라서 묻자 그 여성들이 대답하기 전에 다른 사람이 대신 말을 받는다.

“발 시리기는요? 저 분들 산 밑에서부터 맨발로 올라왔는걸요.”

믿기지 않는 놀라운 모습이었다. 날씨가 따뜻한 여름에는 어쩌다 볼 수 있는 모습이었지만 눈 쌓인 겨울 산을 맨발로 걸어 꼭대기까지 오르다니!

“왜 안 시리겠어요, 그래도 견딜 만합니다. 전에도 이렇게 올랐는데 괜찮던데요.”

혹시 동상에 걸리면 어쩌려고 눈 속을 맨발 등산 하느냐고 물으니 괜찮다는 것이었다. 이 여성들은 계절에 관계 없이 산에 오를 때는 으레 맨발로 오른다는 것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미끄럽기 때문에 양말과 등산화를 신는다
 내려가는 길은 미끄럽기 때문에 양말과 등산화를 신는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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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쌓인 산길은 등산화를 신어도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눈 쌓인 산길은 등산화를 신어도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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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은 곧 바위에 걸터앉아 수건으로 발을 닦았다. 내려가는 길은 미끄럽기 때문에 맨발로 내려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양말과 등산화를 착용하고 내려간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두 손을 내젓는다. 할 수 없이 맨발만 촬영했다. 눈 속을 걸어 정상에 올라온 두 여성들의 발이 약간 불그레한 모습이었다.

얼굴은 물론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밝히기를 거부하여 알 수 없었다. 40대 여성들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모처럼 눈이 많이 내린 겨울 등산길에서 만난 대단한 여성들이었다.
정상에는 눈보라를 뚫고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주변의 설경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있었다.

덕소 쪽으로 하산하기 위해 내려오는 길은 맨발 여성등산객들의 말처럼 정말 미끄럽고 힘든 길이었다. 눈이 쌓여 미끄러운 길도 올라가는 것은 별 문제가 없지만 내리막길은 더 힘들고 위험하다.

눈에 묻힌 하산길은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눈에 묻힌 하산길은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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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여성등산객들은 역시 등산의 베테랑들이었던 것이다. 일행들은 몇 번이나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내려왔지만 맨발등산 여성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 쌓인 예봉산을 맨발로 걸어 꼭대기까지 오른 여성 등산객 두 명, 정말 특별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눈 쌓인 길, #맨발등산, #산꼭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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