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노무현 정부 광우병 위험물질 검출 원인 축소 은폐 및 인수위 미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규탄 전문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2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노무현 정부 광우병 위험물질 검출 원인 축소 은폐 및 인수위 미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규탄 전문가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이 발견된 원인을 축소·왜곡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29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SRM)이 나온 것을 두고 정부가 미국 농림부의 조사서를 축소·왜곡해, 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 위험물질인 등뼈 혼입 원인의 축소·은폐와 미국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시도를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적인 문제를 인간적 실수로 축소·은폐"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의원이 지난해 5월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를 방문해서 뼈를 발라내지 않은 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강기갑 의원이 지난해 5월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를 방문해서 뼈를 발라내지 않은 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를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미 농림부 조사서 원본에 따르면, 광우병 위험 물질이 미국 카길사의 한국 수출 쇠고기에 들어간 7월 10일 사건의 근본 원인을 '작업장 관리 통제의 실패(a failure of Cargill Meat Solutions Corporation management controls)'로 결론짓고 있다. '관리 통제의 실패'란 공정 과정에서 일탈한 상황이 생겼고, 인간의 실수를 탐지 못 한 채 공정을 진행한 것을 뜻했다.

조사서는 그날 사건에 대해 '박스 봉인기가 고장 나 포장된 박스를 봉인 공정에서 즉시 처리되지 못한 상황에서 등뼈가 담긴 박스가 한국 수출용으로 라벨링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이는 미 농림부 수출검역증명제도의 결함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준다"며 "언제든지 혼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주미대사는 구조적인 문제를 인간적 실수로 축소·은폐했고, 청와대는 이를 바로 잡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미 한국 대사관은 지난해 8월 15일 청와대와 정부에 '미 농림부의 조사서가 사고의 원인을 박스 봉인기 고장 및 동 시간에 발생한 작업라인 교대에 따른 작업 인부의 실수(human error)로 결론짓고 있다'며 원본을 첨부해 보고했다.

농림부는 8월 24일 보도 자료를 통해 "사고의 원인은 포장기계의 고장으로 수출용 상자를 포함한 상자들이 파손됨에 따라 그 파손된 상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교육받지 못한 종업원의 부주의로 일어난 것"이라고 발표했다.

농림부는 이어 "미국 측의 원인 조사 내용을 검토한 결과 현행 수입 위생조건에 규정된 '미국 내 광우병 위험을 객관적으로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되지 않았다"며 검역을 재개했다.

이에 대해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주미 대사의 보고서는 등뼈 혼입의 원인을 '인간적 실수'라며 그 구조적 원인을 축소·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상자들이 파손됐다'는 농림부의 발표는 미국 측 보고서에도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 취하지 않아"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13일 오전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미FTA에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13일 오전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한 롯데마트 서울역지점 수입육 코너에서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쇠고기 수입 판매 반대"를 외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어 농림부가 미국산 쇠고기에서 잇따라 광우병 위험 물질이 발생했을 때,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림부가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수입위생조건 21조 가항을 적용한 것이다. '미국 내 광우병 위험이 객관적으로 악화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게 농림부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박흥수 전 농림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인 뼈 조각만 들어와도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겠다고 수차례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산 쇠고기의 60% 이상이 수입 위생 조건을 위반하고 2013회나 뼛조각이 나왔지만,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일본의 경우 사소한 발견에도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정책국장은 "수입위생조건 21조 다항에 따르면 위반사례가 반복해 발생하거나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카길 사의 경우 쇠고기 작업장 5곳 중 4군데에서, 스위프트사는 4곳 중 3군데에서 광우병위험물질이 발견됐다"며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입 위생조건 개정은 미국 정부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마지막으로 "현재 정부가 미국과 진행하고 있는 수입위생조건 개정은 부당한 것이며 미국 정부의 정치적 압력에 대한 굴복"이라고 주장했다.

8단계 중 6단계에 이른 수입위생조건 협의에서 정부는 30개월 미만 소를 수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OIE) 지침대로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농림부가 정당한 수입중단 조치를 취했다면, 1단계 수입위험성 분석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수입 위생 조건이 왜 개정되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OIE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며, 더 높은 수준의 검역을 할 수 있는 WTO 규정에 따른 회원국의 권리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일본이 2005년 6월 OIE로부터 확인받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한미FTA 비준의 걸림돌인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보고하라"고 외교부에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한미FTA의 미국 의회 비준을 위해 국민의 건강이 제물로 될 수 없다"며 적극 대응 방침을 정했다.


태그:#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