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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차갑다 못해 매섭다. 속살까지 파고드는 바람은 그래도 참을만하단다. 집에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는 김모(38·여)씨는 오늘도 차가운 바람 앞에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할 힘도 없다.

 

 

죄가 있다면 열심히 살아온 것밖에. 그러나 그것도 지나친 욕심이라면 욕심이라고 한숨  짓는 사람. “정부가 뭐(?) 잘못인가요! 못 배운 게 한이지요”. 자신들의 주장이 도와주려는 주변 사람들을 부담스럽게 할까 염려되어 말 한마디 하기에도 조심스럽다던 우리의 이웃인 사람.

 

과거를 말한들 무슨 소용이냐며 한사코 지난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다던 박모(여·45)씨도 아이들 아빠와 아이들 이야기에 이르자 어느 새 눈가에 이슬을 훔치는 가냘픈 여인일 뿐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없는 것 빼앗자는 나쁜 마음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저희들의 요구가 경영자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 법의 취지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인데(손모씨·28·여).

 

비정규직보호법의 핵심내용은 불합리한 차별시정과 남용방지다. 법 시행 후 200여일이 지나는 동안 금융ㆍ유통업종을 비롯한 여러 업종 등에서 9만3000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고도 한다. 물론 정부기관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자리 해택은 대부분을 희생시켜 일부만 해택을 누리려는 포퓰리즘의 전시형 행정이다. 혹시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 해결될 수 있을까도 생각해 보지만 인수위원 어느 누구도 관심 밖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한다. 이 명박 정부가 야심차게 주장했던 대부분의 공약들이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벌써부터 허덕거리고 있는 모습은 좋은 본보기가 아닌가 싶다.

 

양도세 완화조치를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에겐 아무런 해택도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빈익빈부익부만 심화시키는 강남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되어버렸다. 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당선된 대통령에게 ‘팽’당한 기분이다.

 

한국노총도 그랬다. 그렇게 앞장서서 지지하더니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처절한 외면이다. 한국노총 어느 누구도 인수위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거니와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줄 어느 누구도 인수위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이다. 이게 이 당선자의 정책이고 현실이다.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장기화된 이랜드 사태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하루를 연명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대부분의 비정규직이 노동자들에겐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러나 물러설 자리가 없다.

 

 

회사는 무조건의 업무복귀를 요구한다. 회사의 명령에 불복할 경우에는 징계에 착수할 태세다. 본인이 원할 경우 불법에 가담하게 된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지만 회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으니 무조건 들어오라는 항복문서를 요구하는 꼴이다.

 

‘어찌 해야하는가’를 묻는 홈에버 비정규직노동자 최모(36·남)씨의 몸부림이 음력 설 전이라도 해결되기를 바란다면 너무나 가혹한 회사에 대한 부탁일까?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라 말만하는 기독교의 지도자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이제는 진심으로 모두가 이랜드 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할 때가 아닌가 묻고 싶다.


태그:#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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