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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당 황방열 기자
정리 : 황방열 김귀자 기자
사진 : 남소연 기자
동영상 : 김정훈 김윤상 박정호 기자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지난 12일 심상정 위원장은 울먹이면서 수락연설을 했다. 하지만 21일 오후,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이명박 당선자와 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비판하는 심 위원장은 힘이 넘쳤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시장권력과 자본을 이용한 신권위주의 정권이 될 것 같다"며 "이명박 정부가 실용을 내세우는데, 인수위의 기조를 보면 그 실용이 서민이 아닌 재벌을 위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명박 당선자가 길 위의 전봇대는 시원스레 뽑았는데 생활 속에 박힌 전봇대는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도 했다.

 

또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현재 안대로는 (국회에서) 통과시켜 줄 수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정부조직개편안 문제와 관련해 통합신당도 비판했다. 통합신당이 통일부 폐지에 대한 반대는 분명히 했지만, 여성부폐지나 인권위의 대통령직속기구화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심 위원장은 "여성가족부나 인권위는 민주개혁 세력의 대표적 성과 중 하나인데 이게 훼손되는 것에 대해 당론으로 입장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3의 길'과 '새로운 진보'를 표방한 손학규 대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에서는 신보수를 말하고 통합신당에선 진보를 자처하는 것은 현재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진보세력이 없으니까 나오는 레토릭(수사)"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벗어나 '사각지대'의 노동자를 끌어와야 한다"

 

심 위원장은 당내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웠다. 당 혁신안을 다루게 될 2월 3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칫하면 신당파와 자주파 사이에서 분당이라는 천길 낭떠러지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상 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신당파와 신당파 해산을 주장하고 있는 자주파에 대해 "그런 힘겨루기 모습 자체가 혁신의 대상"이라며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심이 되고 있는 비례대표 전략공천문제에 대해서는 "전략(공천)명부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전략명부를 작성해, 당원들에게 찬반을 물어보려고 한다"며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를 원하는 분들은 전략명부에서 정한 순위 뒤의  순번을 놓고 다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혁신이 성공한 당'의 모습을 '푸른 진보'라고 설명했다.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는 진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당의 주축을  40대 지식인 즉, 과거 운동권들에서 미래의 비정규직 세대인 88만원 세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만 진보정치의 성공이 가능하며, 진보정당의 요체인 역동적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심 위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 지난 12일 비대위원장 수락연설을 시작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무슨 생각을 했나.
"그 며칠 전에 오래 활동한 구리지역 당원이 탈당했다. 탈당을 만류했더니, '떨리는 손으로 탈당했다'고 하더라. 민노당에 열과 성을 다하는 당원들의 절망, 그 말릴 수도 없는 절망을 생각하며 눈물이 났다. 이것이 당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면 십자가를 짊어지는 각오로 가겠다."

 

- 얼마 전에 "운동권 정당, 민주노총당, 친북당 등 그동안 제기된 국민의 질책과 경고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새롭게 거듭나겠다"고 했다. 민주노동당 당 대표가 민주노총당, 친북당이라는 비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저로서는 대선 후보 경선 때 처음 인정했다. 경선출마 첫 배경이 '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였다. 대선승리 핵심요체는 당이 얼마나 변화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래서 친북당, 민주노총당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당 이미지를 벗겠다는 것은 주체혁신의 의미가 크다. 제도화된 틀 내에서의 비정규직과 사각지대의 다수 노동자들을 어떻게 진보정치 중심으로 끌어올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친북당 이미지 혁신문제는, 과거 냉전체제와는 달리 한반도 평화체제가 급물살 타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냉전체제에서 과잉평가 된 '민족', '민족주의' 부분을 재정비해야겠다는 고민의식이 담겨 있다."

 

"내가 대선후보라면 달랐을까? 나도 그게 제일 궁금해"

 

- 당내 신당파인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준)이 사실상 진보신당 창당 준비에 들어간 움직임인데.
"비대위가 혁신하는 그런 방향으로 당이 변화하기를 열망하는 이가 대다수다. 그런 비대위의 혁신 노력이 좌절될 때, 그 때 얘기해보자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선험적으로 비대위의 실패를 가정하는 사람들은 소수다. 2월 3일 전당대회가 당의 진로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 반면 '자주파' 쪽에서는 심 위원장에게 신당파를 해산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한쪽에선 신당파 모임 해산하라고 하고,  다른 쪽은 민노당 해산하라는 그런 힘겨루기 모습 자체가 저는 혁신의 대상이라 생각한다."

 

- 대선결과를 보면서 우리 국민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시각들도 나오는데.
"국민 노망론까지 나왔는데…. 저는 국민의 평가는 합리적이라고 전제해야 좋은 정치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여론조사를 보면 진보를 원하는 국민이 훨씬 많다. 국민의 2/3가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20대 중 진보정당 필요성을 바라는 사람들이 40%를 넘는다. 이번 대선은 노무현 정권 실패의 역선택이었다. 국민들의 보수화가 아니라 진보적 바람을 대변할 수 있는 믿음직한 진보정당의 부재다. 1차 책임은 노무현 정권에 있지만, 민노당도 그런 실패와 실망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느낀다."

 

- 본인이 대선후보로 나섰다면 대선결과가 달라졌을까.
"나도 그게 제가 제일 궁금하다(웃음). 당내 경선 때 과감한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간판을 바꾸자 주장했고, 화두는 경제라 주장했다. 또 후보들 중에 제가 유일한 여성후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었는데 선거 결과를 보면, 이런 대선 전략에 상당한 근거가 있지 않았나 싶다."

 

"88만원 세대와 진보정치를 만나게... 비전·정책을 개발하자"

 

- '푸른진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데, 무슨 뜻인가.
"제가 구상한 민주노동당의 새로운 컨셉트다. 영어를 써서 미안한데 '그린, 영, 다이나믹(green, young, dynamic)'이라는 개념을 담는 것이다.

 

'그린'은 환경과 생태를 중시하는 진보다. 이명박 정권의 신개발주의 기조와 대비해 보면 더욱 그렇다. '영'은 민노당의 주체혁신에 대한 부분이다. 지금까지는 40대 지식인이 많다. 과거 운동권들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이른바 88만원 세대 즉, 미래 비정규직세대다. 이들이 민주노동당의 주체로 설 수 있을 때 대한민국에서 진보정치의 성공이 가능하다. '다이나믹'은 진보정당의 요체가 역동적 변화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당원구성도 바꿔야한다는 구상인가.
"88만원 세대로 통칭되는 대학생들이 진보정치와 끈끈하게 만날 수 있을 때 성공한다. 단순 선언이 아니라 주체로 만들 수 있는 비전, 정책 등이 개발돼야 한다."

 

- 비대위가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권까지 갖게 됐는데, 후보자와 순번까지 결정하는 건가.
"정확한 표현은 전략공천보다는 전략명부 작성이다. 비례대표 전략명부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서, 거기서 몇번까지 전략명부를 작성할 것이냐, 이 기준과 원칙은 뭔지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 직선, 여성 50% 할당, 장애인 1번은 당헌상 규정인데 이걸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전략명부를 작성한다는 것이다.

 

전략명부를 작성해서 당원들에게 찬반을 묻고, 비례대표 후보로 누가 출마하겠다고 하면 그분들은 전략명부 이후 순번을 놓고 다투게 되는 것이다."

 

- 한나라당의 대통령직인수위가 활동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됐다. 총평을 한다면.
"이명박 당선자가 길 위의 전봇대는 시원스레 뽑았는데 생활 속에 박힌 전봇대는 어떻게 할까 걱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실용을 내세우는데, 인수위 등의 기조를 보면 그 실용은 서민이 아닌 재벌을 위한 것 같다. 걱정이다.

 

요즘 이 당선자도 그렇고 여러 언론에서 이 당선자의 CEO리더십을 얘기하는데, 이윤 추구 기업에선 CEO리더십이 필요하지만, 정치는 그렇지 않다. 국민 다수의 이익을 대표하는 대표성이 대통령의 본질이다."

 

- 지금까지 인수위 활동을 볼 때, 이명박 정부는 어떤 정부가 될 것으로 보나.
"신권위주의가 될 것 같다. 과거는 독재로 인한 권위주의였지만, 지금은 시장권력과 시장 만능주의, 자본을 이용한 새로운 권위주의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통합신당, 여가부 폐지·인권위종속화 문제 왜 반대하지 않나"

 

-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민주화 시대의 역사적 성과로 객관화된 것들을 뒤로 돌리고 가는 것은,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후퇴를 말하는 것이다. 여성부·통일부는 DJ정부이후 만들어졌고, 인권위와 방송통신위원회의의 독립성 문제도 민주화 과정의 성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통일부도 진정 남북 관계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려고 한다면, 이를 일반 외교로 포함시켜 한다는 것은 굉장히 무모한 발상이다. 독일도 독립기구를 두어서 동서독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뤄 통일까지 이루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역사 인식이 심히 우려스럽다.

 

인수위는 국민들의 다수가 여성부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내용을 보니 남성은 찬성이 2배, 여성은 반대가 2배, 20~30대는 반대가 훨씬 많고, 40~50대는 찬성이 훨씬 많더라. 여성부 존치 필요성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주체는 절대적으로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 인수위는 23일 행자위, 28일 본회의 처리를 요청하고 있는데.
"우리는 현재 안에 대해선 반대다. 통합신당은 통일부 폐지 반대는 분명히 했지만, 여성부 폐지와 인권위의 대통령 직속기구화에 대해서는 아직 당론으로 말하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나 인권위는 김대중 정부 이후 민주화 정통을 잇는 정권의 자부심이다. 민주개혁 세력의 대표적 성과중 하나인데 이런 게 훼손되는 것에 대해 당론으로 입장을 내지 않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 인수위가 추진하고 있는 '지분형 분양 주택'에 대해 심 위원장은 "주택을 투자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투기이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이 아니면 투자유치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택문제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대안은.
"지금 주택 보급률은 107%인데 국민의 40%, 그러니까 1700만 명이 무주택자다. 이 현실에 기초해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한 사람이 여러 채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고, 주거용이 아니라 투기용이라는 얘기다. 우선 민간 건설사에 돌아가는 특혜를 없애고 공영개발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는 시공역할만 하도록 해야 한다. 주택원가 공개와 후분양제를 통해 거품을 빼야 한다.  

 

두 번째는 집값을 절반으로 해도 집을 살 수 없는 이가 많다. 30년 집 걱정 안하도록 공공임대 주택을 만들어서 분양해야 한다. 택지 국유화도 고민하고 있다. 국유화란 말 들어가니까 이데올로기적 사고라 하는데, 이는 107% 주택 소유, 1700만이 집도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택지국유화를 병행할 때 주택을 재테크가 아니라 주거복지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법안으로는 아직 제출 안 했다. 대통령이 되면 내려고 했는데, 안 돼서 이걸 어떻게 법안으로 만들지 생각 중이다. 헌법상 문제까지 포함해서 고민하고 있다."

 

"이명박은 신권위주의, 손학규는 신보수주의"

 

-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제3의 길', '새로운 진보'에 대해 어떻게 보나.
"오늘 신문 보니까 (제가) 신보수주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진보는 왼쪽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더라. 그런데 누구를 보고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시장권력을 보고 가느냐, 서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나아가느냐가 차이라고 생각한다.

 

(손 대표가) 한나라당에 있을 땐 보수 정체성이 있었고 신당에서는 진보정체성을 말해 혼란스럽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보다 오른쪽에 있다. 한미 FTA 에 적극적이었고,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방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완강한 보수다.

 

대북정책, 인권위 문제는 일정하게 자유주의 입장을 갖고 있다. 종합하면 신보수주의라고 생각한다.

 

손 대표께서 한나라당에선 신보수를 말하고 신당에선 진보를 자처하는 것은 현재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진보세력이 없으니까 자처하는 '레토릭(수사)이다.  엄밀히 말하면 손학규 대표나 통합신당은 진보를 말할 자격이 없다. 이미 진보를 내걸고 나서서 실패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고양덕양갑 상황은 어떤가.
"유시민 의원이 간 자리에 들어왔다(웃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당으로서 압도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저만 출마가 확실하고 다른 당들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전망하긴 이르다."

 

- 지역구의 전 주인인 유시민 의원의 통합신당 탈당을 어떻게 보나.
"유 의원의 지역구였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웃음). 통합신당은 당의 정체성 혼란이 심하고, 스펙트럼이 너무 넓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 심판의 가장 핵심적 요인이다. 신당은 아직 뺄셈의 정치가 필요한 당이다. 무조건 통합이 가치가 아니라 너희가 하려고 하는 게 뭐냐, 누구를 대변하느냐에 뺄셈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유시민 탈당은 긍정적으로 본다.

 

유 의원은 노무현 정치를 뛰어넘는 진보적 가치 색깔을 좀더 분명히 하는 노선으로 정치를 하시기를 기대한다."

 

- 이번 총선 예상과 민노당의 목표에 대해 말해 달라.
"아직 혁신의 초입에 있기 때문에 수량적 목표를 제기하는 건 무의미하다 보고, 과감한 혁신을 통해 중심야당을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최소한 교섭단체 이상을 확보하는 노력을 할 것이다. 비대위원장은 신임 당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한다. 5월 당권 선거 때까지가 제 임기인데,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 지도체제를 구성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태그:#심상정, #손학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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