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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작년 12월부터였다. 금전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지만 아주 세세한 금액까지는 관리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유학생활을 하면서 처음 2년 동안의 일본어학교 시절을 빼놓고는 그다지 큰 적자를 보지는 않았다.

물론 이 시기가 나의 유학생활에 있어 돈 때문에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의 생활이 만세를 부를 만큼 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여전히 가난한 유학생일 뿐이다.

생활비와 학비를 조달하기 위해 배낭에 광고전단지를 쑤셔 넣고, 들개처럼 도쿄를 떠돌아다니며 벌었던 돈을 학비로 내고 나면 통장은 언제나 0이었고, 주머니는 지폐와 동전 몇 개만이 남았다.

반복되는 이런 생활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근본적으로 무슨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 큰일 나겠다는 위기 의식에 조급해지기도 했다. 아직은 학생이라 여유 돈으로 저축을 할 형편이 아니지만, 분명한 건 이대로 손 놓고 세월만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기자가 사용하고 있는 가계부
 기자가 사용하고 있는 가계부
ⓒ 양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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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내가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얼마를 벌어 얼마를 지출하고, 얼마를 저금을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가 없었다. 곰곰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해봐도 현재 나의 재정 상태를 짐작 할 수가 없었다. 잘못 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적자다.

가계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은 현재 나의 재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 남들에게는 아주 평범한 이유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있어 이건 아주 심각하고 중대한 이유였다. 미래는 언제나 불확실 하고, 그 때문에 나는 언제나 불안하기 때문이다.

가계부를 가계부 책과 프로그램 중에 어느 것을 사용할지를 놓고 조금 망설였다. 편하기로 따지면 가계부 프로그램만큼 좋은 게 있을 리 없지만, 굳이 가계부 책을 산 이유는 돈에 대해서만큼은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보수적이라는 말에 그리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내가 말하는 보수적이라고 하는 말은 돈에 대해서만큼은 그만큼 신중하자는 말일 뿐이다. 가령 나는 가계부 쓸 때, 키보드로 숫자를 입력하는 것과, 필기구로 숫자 하나하나를 써넣는 것에서 어떤 차이를 느낀다. 필기를 할 때 숫자에 그만큼 더 민감해진다는 말이다.  

이제 세상은 ‘재테크’라는 말이 우리 생활에서 술자리의 안주거리감이 아닌, 생활이 돼 버렸다. 모두들 재테크 잘해서 부자 되기를 바라는 세상이 돼 버린 것이다. 신문에서는 연일 재테크에 관한 기사로 넘쳐나지만, 재테크의 기본인 가계부 잘 쓰는 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 것 같다.

어차피 적자인데 가계부를 뭐 하러 쓰냐는 친구는 말에 공감은 하지만, 그렇다고 불확실한 미래를 진짜 적자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가계부를 쓴다. 미래는 흑자이기를 바라면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신문사 제 블러그http://blog.hani.co.kr/sakebi/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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