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요즘 ○○○치킨 안 먹으면 괴물이라며?'라는 문구가 자극적이다.
 '요즘 ○○○치킨 안 먹으면 괴물이라며?'라는 문구가 자극적이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얼마 전 지하철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다 깜짝 놀랐다. 그 광고에는 한 유명 연예인이 닭다리를 들고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요즘 ○○○치킨 안 먹으면 괴물이라며?'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광고였지만 나는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그 곳에는 지하철 이용객 수만큼이나 수많은 광고들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 11월 서울시가 난립한 전동차 내 광고물을 강력 규제하겠다고 할 정도로 지하철은 광고로 가득하다.  

이러한 광고의 홍수 속에서 이용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각 광고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승부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참신하다기보다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어서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자극적인 문구'와 '선정적인 사진'으로 시선잡는 광고들

왼쪽 : 아이의 얼굴 위에 초록 글씨로 '요즘 학교에서 ○○○없으면 왕따래요'라고 적혀있다. 오른쪽 : '나는 몇등급 엄마?'라는 문구가 있다.
 왼쪽 : 아이의 얼굴 위에 초록 글씨로 '요즘 학교에서 ○○○없으면 왕따래요'라고 적혀있다. 오른쪽 : '나는 몇등급 엄마?'라는 문구가 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먼저 앞서 언급한 치킨 광고와 같이 '자극적인 문구'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광고를 찾아보자.

이 광고는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는 한 아이의 사진과 함께 '요즘 학교에서 ○○○ 없으면 왕따래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나는 몇등급 엄마?'라는 문구가 있다.
 '나는 몇등급 엄마?'라는 문구가 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이는 치킨 광고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홍보하고 있는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이가 '왕따'가 된다는 식으로 '협박성' 광고를 하고 있다. 그것도 천진난만한 아이의 사진을 크게 내걸고 말이다. 

다음은 한 신용정보회사의 광고인데, 수능 등급제의 흐름을 타고 만들어졌는지 '나는 몇 등급 엄마?', '나는 몇 등급 과장?', '나는 몇 등급 신랑?' 문구가 적힌 광고가 붙어있다.

물론 이 신용정보회사에서 내가 몇 등급의 엄마·과장·신랑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엄마의 등급'을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승객들을 불쾌하고 민망하게 만드는 광고들

위 : 여성의 벗은 몸을 보여주는 병원 광고. 아래 : 남녀가 입을 맞추려는 장면을 보여주는 테마파크 광고.
 위 : 여성의 벗은 몸을 보여주는 병원 광고. 아래 : 남녀가 입을 맞추려는 장면을 보여주는 테마파크 광고.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선정적인 사진'을 무기로 내세우는 광고들도 있다.

지하철과 그 주변에는 성형외과나 몸매관리실 광고들이 많은데 이 광고에는 어김없이 반쯤 옷을 벗은 여성의 몸이 등장한다.

때로는 여성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몸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 테마파크의 광고를 보자.

한겨울에 스키는 물론 수영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일까. 스키복을 입은 여성과 수영복을 입은 남성이 입을 맞추려 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며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래 치킨광고는 시리즈로 제작되어 지하철 한 칸을 가득 채우고 있다.

남녀의 특정 신체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남녀의 특정 신체 부위를 보여주고 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이 광고는 '그녀의 입술은 포기해도 치킨의 입맛은 포기못해!'라는 문구와 함께 여성의 입술을, '그녀의 손길은 참아도 치킨의 유혹은 못참아!'라는 문구와 함께 엉덩이를 만지는 여성의 손을, 'S라인 지키는 거 어렵다고? 입맛만 지키면 너무 쉬워!', '근육 키우는 거 힘들다고? 입맛만 키우면 완전 쉬워!'라는 광고문구와 함께 여성과 남성의 몸을 각각 보여주고 있다.

다른 치킨 광고와 차별화를 두려는 시도는 새롭다. 하지만 네 장의 사진이 하나같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 또한 남녀의 특정 신체부위를 포착해서 보여주는 것도, 여성이 남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그들이 홍보하려는 '치킨'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어 보인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있는 이러한 선정적인 사진들은 보는 이를 민망하게 한다. 또한 지하철 이용객 중에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 "광고가 수십만가지다 보니" 

이처럼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광고들이 공공 장소인 지하철에 게재되어 있는 것과 관련하여 서울메트로 한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지하철 광고물의 수가 수십만 가지이다 보니 사전에 한 건, 한 건 다 확인하기 어려운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 게재 후에 시민들이 문제 있다고 제보한 광고에 있어서는 서울메트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광고자료심의기구'에서 심의를 거쳐 폐기할 건 폐기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심의기구를 통해 폐기한 광고의 예로는 '콜라캔 손잡이'를 들 수 있는데, 원래는 두 달 동안 게재하기로 되어있었으나 한 달만 게재하고 폐기했다고 한다. 그는 서울메트로가 공공기관이지만 동시에 수익산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광고 게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작년 2월, 지하철에 설치되었던 '콜라캔 손잡이'. 시민들의 문제제기로 심의를 거쳐 한 달 후 폐기되었다.
▲ 콜라캔 손잡이 작년 2월, 지하철에 설치되었던 '콜라캔 손잡이'. 시민들의 문제제기로 심의를 거쳐 한 달 후 폐기되었다.
ⓒ 홍현진

관련사진보기

서울메트로가 자체적으로 심의기구를 둬서 지하철 내 광고들에 대해 심의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심의가 '사후적'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심의기구를 통해서 문제가 된 광고가 폐기된다 하더라도 이미 그  광고는 시민들에게 노출된 후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철 광고는 우리가 보고 싶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에 타면 볼 수밖에 없도록 그야말로 '불가피하게 노출'되어 있다. 그러한 지하철 광고가 앞서 든 예시처럼 불쾌감을 줘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서울메트로 관계자의 말처럼 수많은 광고를 일일이 사전에 검토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의 공간인 만큼, 지하철을 타는 승객들이 지하철 광고로 인해서 불편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태그:#지하철 광고, #지하철, #광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