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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한 복판에 위치한 공동 우물
▲ 공동 우물 마을 한 복판에 위치한 공동 우물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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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어디를 갈까 고민할 때가 많다. 오늘은 무엇을 담고 어떤 모습을 그려볼까? 어쩌면 행복한 고민일 수 있다. 우리 부부가 함께 사진을 취미로 하고부터 생긴 고민이다. 며칠 전에 보았던 새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길을 나섰다. 자동차를 달리며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 갑자기 목적지가 바뀌고 말았다.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리 마을이 눈에 들어온 것. 이곳은 행정복합도시가 들어설 자리이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이 이주를 한 상태여서 그런지 어수선하고 폐가가 많았다. 차를 세우고 동네를 한 바퀴 빙 돌며 사진을 찍었다. 아직 이주하지 않은 집에서는 물건을 정리하는지 탁탁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옛 정서를 간직한 풍경의 모습
▲ 집 옛 정서를 간직한 풍경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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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때는 굴뚝의 모습
▲ 굴뚝 불을 때는 굴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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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눈에 띈 모습은 대문 앞에 우뚝 선 굴뚝이다. 예전에 고향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모습이지만 지금은 흔하지 않기에 반가움이 앞선다. 대문과 굴뚝을 사진으로 담았다.

초등학교 시절, 불을 때기 위해 친구들과 큰 쌀자루를 들고 '고즈배기'라는 썩은 나무뿌리를 줍던 일, 갈퀴를 들고 노랗게 땅을 덥고 있는 솔가루와 낙엽을 긁어서 자루에 담아 끙끙대며 집으로 가져오던 일, 매운 연기를 마시며 눈물을 찔찔 흘리며 호호 불어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일 등등 옛 추억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다음 집으로 이동하자 이번에는 빈 소 외양간과 사랑방, 헛간이 보인다. 창호지가 갈기갈기 찢어진 방문을 열자 잡동사니가 창고처럼 들어서 있다. 뒷간이라 불렸던 구식 화장실도 보인다.

사랑방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 사랑방 사랑방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 이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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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주인은 어디론가 떠나고 빈 집이 추억을 간직한 채 헐려질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 처량하다. 앞으로 이곳은 새로운 세상으로 탈바꿈 되어 지금의 모습은 흔적조차 없으리라. 천지개벽이 될 이곳에서 옛 정서를 느껴본다.

이곳 양화리 마을에서 보여지는 풍경은 마치 옛 고향에 온 착각이 들 정도다. 많은 부분 정겨운 고향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주인을 잃고 쓸쓸한 고목처럼 서 있는 폐가들, 마치 집 떠난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긴 목을 늘이고 서 있다. 오랜 세월 간직한 추억을 떠올리며 서글픈 듯 겨울을 나는 듯하다.

공동 우물이 보인다. 깡통으로 만들어진 두레박으로 물을 떠 보았다. 구멍이 숭숭 나 있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두레박이 처량하게 보인다. 어쩌면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함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두레박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 같은 물이 떨어진다.

우물 안에는 파란 이끼가 끼어있고 부유물도 둥둥 떠 있다. 사람들의 손길을 잃어버린 우물이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을 따라 늙어간다. 세상을 달관한 모습처럼.

두레박으로 물을 긷는 모습
▲ 두레박 두레박으로 물을 긷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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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고향의 모습을 찾아서 마을을 돌다보니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옛날 가난했던 시절에 지겹게 먹던 수제비와 칼국수가 지금은 별미인 것처럼, 먼 시간이 흐른 뒤에 이곳에서 담은 사진들이 고향의 정서와 추억을 말하며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리라. 시대에 따라 모습은 확연히 달라질 지라도 이곳에서 나눈 끈끈한 정과 이웃사랑은 대대손손 이어지리라.

주인 떠난 빈 집이 쓸슬하게 서 있는 모습
▲ 폐가 주인 떠난 빈 집이 쓸슬하게 서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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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지역으로 주민들이 이주를 마치면 새롭게 개발될 지역이다.



태그:#고향, #양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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