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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재 채취를 명목으로 한반도 전체 물줄기를 모두 파헤친다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 엄청난 환경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공약인 한반도대운하의 일환으로 추진될 예정인 금강운하를 저지하기 위해 금강도보순례에 나선 순례단은 지난 17일 순례 4일째를 맞아 충남 부여군 장암면과 세도면 인근을 지났다.

 

20여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를 뚫고 상류에서부터 여기까지 걸어오는 동안, 금강은 이들에게 끝없는 한 폭의 수채화를 선사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 '검독수리'와 '참수리'도 만났고, 파도같이 물결치는 갈대바다와 석양에 비친 반짝이는 물빛, 하늘로 솟아오르는 '가창오리떼' 등 금강이 보여준 풍경은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도보순례 넷째 날의 풍경은 이들의 입에서 탄식을 토해내게 했다. 부여군 장암면 인근 금강에는 철새들의 지저귐 대신 수많은 굴착기와 덤프트럭의 굉음이 가득했고, 여기저기 파헤쳐진 웅덩이와 물 위에 떠다니는 기름띠는 이들을 절망하게 했다.

 

석양 반짝이던 강물엔 기름띠가 둥둥

 

골재채취 현장이다. 공주와 부여, 청양 일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골재채취는 대규모 공사현장을 방불케 했다. 금강본류의 물길은 사라지고, 곳곳에 쌓인 골재를 실어 나르는 각종 장비들은 금강에 기생하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순례에 함께 하고 있는 김종남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처참하게 망가진 금강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사람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강의 지형이나 생태계를 완벽히 변화시키고, 더욱이 골재채취를 하고난 뒤 제대로 뒷정리를 하지 않아 강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방치되어 황폐화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처장은 또 "'금강운하'가 추진되면, 바로 이런 모습이 금강 140km 전 구간에서 일어날 것"이라며 "'금강운하'는 전체 예산 1조2000억 원 중에 2500억 원을 골재를 팔아서 충당한다는 계획인데, 그 어마어마한 비용을 마련하려면 얼마나 많은 강바닥을 파헤쳐야 한단 말이냐"고 개탄했다.

 

김 처장은 골재채취를 통해 마련한다는 2500억 원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금강이 보유하고 있는 골재 보존량을 대체 얼마로 계산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골재가 현지에서는 1톤당 1만원한다고 하는데 운반비도 안 되는 골재를 팔아서 그 많은 돈을 진짜 마련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18일로 순례 5일째를 맞은 금강순례단은 논산 황산대교에서 출발해 전북 익산 성당포구 앞까지 도보행진을 벌이고, 20일 금강하구둑에서 7일간의 금강도보순례를 마치게 된다.

 


태그:#금강운하, #한반도대운하, #골재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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