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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꼴뚜기 사이소. 새우 사이소. 아직 마수 못 했심더.
 싱싱한 꼴뚜기 사이소. 새우 사이소. 아직 마수 못 했심더.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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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바람에 백년의 '해운대시장'도 힘들어요.
 대형마트 바람에 백년의 '해운대시장'도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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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왁자지껄해야 제격인데, 해운대 바닷가 입구의 '해운대 재래시장'은 빈 택시들만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 뿐, 늦은 오후인데도 저녁시장을 보는 주부들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저잣거리는 예로부터 민심과 나라의 경제사정을 잴 수 있는 잣대입니다. 그러나 이제 대형마트가 많이 생기고부터, 재래시장은 어느 시장이나 경기가 없습니다.

드럼통에 구운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를 대형마트에서는 구경할 수 없지요.
 드럼통에 구운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를 대형마트에서는 구경할 수 없지요.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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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해수욕장과 인접한 해운대 재래시장은 역사가 자그마치 100년이나 됩니다. 1910년에 자연 형성되어 지금까지 내려온 민중의 역사와 함께한 재래시장입니다. 'H 대형마트가 시민경제의 흡혈귀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서, 일부러 '해운대 시장'에서 장을 보았습니다. 해운대 시장은 관광특구인 해운대에 놀러 온 피서객과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해운대의 명물입니다.
해운대 해수욕장처럼 여름에는 정말 성수기였지요.
 해운대 해수욕장처럼 여름에는 정말 성수기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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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몇 년 전만 해도 해운대 시장과 연계된 노천 시장이 있었고, 그 노천 시장에 먹거리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해운대 관광특구 정비 사업으로 그 노천 시장은 다 사라졌습니다. 해운대 시장의 진짜 명물은 '곰장어 구이'집이었는데 이젠 '곰장어 구이'집과 '돼지국밥' 집이 서너 군데밖에 없습니다.

재래시장에서 노점과 좌판은 재래시장의 경제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제를 살리는 구실을 합니다. 그런데 그 노천 시장이 사라졌으니 이제 해운대 시장은 규모가 작아진 것입니다. 그래도 아직 '해운대 시장'은 여느 일반 시장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 많습니다.

석류 사이소. 예뻐지는 데 최곱니더. 둘러만 보아도 즐거워지는 재래시장.
 석류 사이소. 예뻐지는 데 최곱니더. 둘러만 보아도 즐거워지는 재래시장.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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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게 주인이 떡을 만드는 방앗간과 가게 주인이 고추를 빻는 고추 방앗간, 건재상회와 굼벵이와 재첩, 잉어 등을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외지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탓에 시장 안에 분식점과 음식점이 많은 것도 특색입니다.

간편한 칼국수, 돼지 국밥, 파전, 호박죽, 분식점 등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점과 횟집도 군데군데 보입니다. 점포는 대략 155개 여쯤 되니 아직도 규모가 작은 시장은 아닙니다.

미포, 청사포, 기장이 가까워서 생선이 싱싱해요.
 미포, 청사포, 기장이 가까워서 생선이 싱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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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특히 좋아하는 일본 관광객들이 해운대 시장을 즐겨 찾는 이유는 즉석에서 김치를 만들어 파는 가게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손쉽게 김치를 담을 수 있도록, 깨끗하게 절여서 씻은 절인 배추와 김치 양념과 갖가지 원하는 젓갈을 따로 원하는 만큼 팔고 있어서 가격이 많이 들지 않고, 김치 재료만 사가지고 가서 바로 버무릴 수 있도록 포장이 가능합니다.

김치 가게를 운영하시는 한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우리 가게 김치는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에도 간다"고 합니다.

시장은 사람 사는 일처럼 비슷하지만, 그래도 인심은 다릅니다.
 시장은 사람 사는 일처럼 비슷하지만, 그래도 인심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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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고추 방앗간! 태양초라네요.
 어머, 고추 방앗간! 태양초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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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방앗간을 지나며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정말 요즘은 구경하기 힘든 기계 방아로 고추를 곱게 빻아서 내리는 아저씨에게 고추 한 근 얼마냐고 하니 살 거냐고 묻습니다.

인심이 좋게 생긴 이 고추 방앗간 아저씨, 그러나 사진 찍는 거는 싫다고 하시면서 고추를 사러 왔으면 고추를 사야지 하고 나무랍니다. 아마도 해운대 시장 입구에 걸린, 현수막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져 계신 듯했습니다.

여기오면 즉석에서 김치 담을 수 있는 재료들이 많아요.
 여기오면 즉석에서 김치 담을 수 있는 재료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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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군데 노점상의 아주머니에게 장사가 잘 되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장사가 안 된 적은 처음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치시네요. 정말 시장의 안골목 시장에는 시장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괜히 미안했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계절에는 주부들이 대개 난방이 좋은 마트에서 장을 보기 때문에 재래시장은 경제가 더 힘든 거 같습니다.

관광객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 해운대 시장.
▲ 장마다 망둥이 날까? 관광객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 해운대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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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장은 시장입니다. 해운대 시장 한복판에서 구수한 군고구마 냄새를 풍기면서 군고구마를 구워 파는 아저씨는 그래도 인기가 좋습니다. 따끈한 군고구마를 한 봉지 샀습니다. 드럼통에 장작을 피워서 굽는 고구마 맛이 정말 좋네요.

시장은 무조건 왁자왁자해서 남이 사면 나도 덩달아 안 살 것도 사게 되어야 하는데, 너무 조용해서 시장 보는 기분이 나지 않지만, 생선이랑 미역이랑 해물 등이 너무 싱싱하고 싸서 왠지 싱싱한 해산물들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은 솥, 양은 주전자, 양은 냄비.
▲ 양은 그릇 가게 양은 솥, 양은 주전자, 양은 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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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시장은 정말 김치 가게 아주머니의 말씀처럼 '세계 속의 한국 시장' 입니다. 해운대의 바닷가에 자리 잡은 작은 재래시장이지만, 해운대는 관광특구이고 이 해운대 시장은 우리나라 대한 팔경의 하나인 해운대에 자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해운대 관광특구의 먹거리 문화를 보여주는 해운대 재래시장 활성화는 해운대 구민만의 숙제가 아닌 듯합니다. 우스개 소리로 서울지방의 가난한 직장인들이 일년 적금 넣어서 찾아온다는 한국 관광의 명소의 해운대 재래 시장 살리기는 해운대 시장 상인들의 몫만 아닌 듯합니다.

짚신에 감발 치고 패랭이 쓰고
꽁무니에 짚신 차고 이고 지고
이장 저장 뛰어가 장돌뱅이 동무들 만나 반기며,
이 소식 저 소식 묻고 듣고
목소리 높여 고래고래 지르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외쳐 가며
돌도부 장사하고, 해질무렵
손 잡고 인사 하고 돌아서네
다음날 저 장에서 다시 보세.
- '장돌뱅이 노래'


태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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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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