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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한국 불교계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의 금강회와 보림회도 경부운하의 조령터널 구간의 생태, 역사 유적지의 대대적인 파괴를 우려하면서 인수위에 '합동조사위원회' 설치를 촉구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부운하 조령터널 구간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법응 스님(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이 글을 보내와 전재합니다.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이 땅이 기독교인에게는 하나님의 세계이며 불자에게는 불국토입니다. 이 땅이 불국이요, 낙원임에도 우리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따라 극락이 되기도 하고 지옥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인간의 욕심이 끝없기에 만족 또한 끝이 없습니다. 만족을 모르고 질주하는 욕망이 끝내 도달할 종착역이란 지옥 뿐입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사회’라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안에서 여러 가지 장치들을 통해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열망에 적정 한계선을 정하고, 종교, 사상, 문화 그리고 서로 돕는 나눔이나 인정 등 문(文)적 가치들로 이 세상을 장엄하는 것입니다.

 

조령대수로터널에 가둔 600만톤의 물

 

경부운하 건설은 경제라는 물(物)적 가치를 창출하는 대공사입니다. 그렇다면 이 공사로 인해 훼손되고 사라져 갈 수밖에 없는 나라땅 고유의 생태, 환경, 역사, 문화 및 한강과 낙동강, 그리고 백두대간을 따라 수천년 동안 이어져온 우리의 문(文)적 가치들은 어찌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경부대운하, 국토의 중심부 장장 550km를 종단하며 산과 강을 인위적으로 재단하는 실로 엄청난 공사입니다. 지질 및 수문학적으로 대대적인 형질변경이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문경과 충주호를 연결하는 본 터널인 ‘조령대수로터널’(조령대단면양방향쌍굴수로터널) 한 구간만 보더라도 공기단축을 위해 작업터널(사갱)을 수 곳 굴착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수계·풍계가 변형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며, 지하수위가 하강하고, 작업현장 확보와 도로 신설을 위해 벌목과 절토를 해야 합니다. 오탁수 및 버럭, 슬러지 처리 시설이 필요하고, 내연기관에 의한 소음과 오염이 발생합니다. 월악산국립공원과 나라땅의 근간이라 할 백두대간 중심부에 길이 60리 폭 10여리 이상이 토목공사 현장으로 되고 만다는 이야기입니다.

 

강물을 일정수위로 가두기 위해 댐을 건설하고 강변에 현대의 토목기술을 가해야만 합니다. ‘조령대수로터널’은 그 기능상 600만톤 이상의 물이 해발 120여m 지점에 항상 저장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만에 하나 자연재해가 발생하거나 인위적 사고가 발생할 시 이 물들은 엄청난 폭발력의 물폭탄으로 변하여 그 아래 지역을 휩쓸어 버릴 것입니다.

 

아무리 철저하게 안전시설을 구비하고 대피프로그램을 구축한다 해도 위험성은 내재하며, 특히 환경재앙의 경우 그 파장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데 보다 큰 위험성이 있습니다. 조령대수로터널은 대재앙의 시한폭탄과 같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석회암 지대에 물터널을?

 

조령대수로터널의 양 끝 부위는 석회암 지대입니다. 현대 토목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난공사이며 무수한 설계변경이 따를 것입니다. 건교부 제정 ‘터널설계기준’에 의해 현장조사와 실내실험을 대강 해 마친다 해도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며, 엄청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야 합니다. 이미 안동댐과 그 연결 도수터널로 인해 지하수위가 하강하여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며, 주변 일대가 상습적으로 안개가 발생하는 곳으로 돼버렸다는 사실을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는 경부운하 공사를 해야만 국운이 번창하고, 국민경제가 살아나며, 국민이 화합하고,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거듭난다는 객관적 증거를 문적 가치에 대한 피해들과 비교하여 제시해야 합니다. 경부대운하 구간의 생태환경과 역사문화유적지에 대한 검증된 고급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이들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기피해서도 안 됩니다. 이것이 현대정책결정의 필수 조건입니다.

 

우리가 자청해서 나라 땅을 지옥으로 만든다면 그처럼 우매한 행위도 없을 것이요, 그처럼 중대한 범죄도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인과 한나라당측에서는 1976년 11월 26일 나이로비 제 19차 유네스코총회에서 채택한 ‘역사유적지의 보호와 현대적 역할에 관한 권고(RECOMMENDATION CONCERNING THE SAFEGUARDING AND CONTEMPORARY ROLE OF HISTORIC AREAS)’를 한번 읽어 볼 것을 권고합니다.

 

유네스코 권고안 일반원칙 중 한 대목을 소개하면, "역사유적지와 그 환경은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전 인류의 유산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들 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나 시민들은 이들 유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들 유산의 가치를 이 시대의 삶 속에 구현시켜야 한다. 중앙 및 지방정부는 각 회원국의 조건과 일치하여 지구 공동체와 모든 구성원들을 대표하여 이들을 보호, 관리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라고 밝혀 놓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권고안은 ‘야만’을 규정하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간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한 주일에 주말과 휴일을 두어 쉬듯, 구도열의 수행자가 잠시 좌복을 접고 방선의 휴식을 취하듯,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경제도 좋으나 이미 개발의 스트레스로 만신창이 된 국토를 한번쯤 종합 진단해 볼 것을 주문합니다.

 

국토의 주인은 후대

 

국토의 주인은 후대이며 우리는 그들로부터 잠시 빌려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는 금언을 들이대지는 않겠습니다. 그러한 말을 새삼 들추지 않더라도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인의 국민과 국토에 대한 사랑은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그러하기에 그 믿음에 의지하거니와, 이제 환경의 문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바로 우리 자신의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주시기를 당부 또 당부드립니다.

 



태그:#경부운하, #이명박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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