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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도 1등, MC도 1등. 강호동은 욕심이 참 많다. 1993년 MBC 특채개그맨으로 이경규의 손에 이끌려 예능계에 입문한 그는 '소나기'에서 0.1톤의 몸을 흔들며 "행님아"를 외쳐댔다. 볼살을 세차게 흔들며 얼굴에 계란을 동그랗게 만들던 그는 KBS <슈퍼TV-일요일은 즐거워> '캠퍼스 영상가요'에서 MC를 맡으며 진행자로서의 능력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강호동도 대학생도 모두 아마추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던 그는 그 아마추어리즘을 바탕으로 KBS <…일요일은 즐거워> '공포의 쿵쿵따'에서 버라이어티쇼에 적응하더니 자신의 이름을 건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을 진행하며 연예프로그램 MC로 차근차근 자신의 위치를 다져나갔다. 이후 SBS <야심만만> <연애편지> <X맨> 등을 줄줄이 진행하며 천하장사 강호동을 넘어 예능인 강호동으로서의 '힘'과 '기술'을 마음껏 펼쳤다.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서는 장난끼 어린 동생들을 괴롭히는 맏형님으로,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서는 스타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도사님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그는 2007년 12월 28일 열린 SBS <방송 연예대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하장사 출신이 SBS 연예대상을 받았다는 거야말로 <놀라운 대회 스타킹>감 아닌가!"라고. 예능계의 '스타킹'이 된 강호동을 <PD저널>에서 만났다.

 

- 데뷔 16년 만에 SBS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소감은.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과분한 상과 사랑을 누리고 있는 입장이라 사실 상에 대한 조바심이 없었다. 다만 그것이 기사화 되고 대중들이 의미를 부여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기분으로 상을 받았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우리 연예인들이 휴가 개념이 없지 않나. 내일이 밝으면 현장에서 새로운 웃음을 찾고,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또 고민해야 한다."

 

- 왜 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나.
"사실 데뷔하고 대상을 제외하고는 많은 상을 탔다. 그래서 주위에서 상복이 없는 사람이 '강호동' 아니냐는 얘길 많이 하더라. SBS에서 <야심만만>을 5년간 했고, <연애편지>랑 <X맨> 등 두루두루 많이 했는데 그래서 '한 번 받아라'하고 준 것 같다(웃음). 그날 아주 행복했다. 방송에서 얘기했다시피 재석이랑 경규선배 등 동료들과 함께 뒤풀이로 이어져서 상 받을 때보다 그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날 하루만큼은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 사랑을 확인하는 계기가 돼서 행복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부모님이 많이 기뻐하시더라. 아버지가 '아들아, 너는 웃고 있지만 내 눈에는 눈물이 난다'는 말씀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다. 시청자들이 주는 상으로 생각하고 더 조심하고 겸손하도록 하겠다. '참된 봉사는 하는 순간 잊어버리는 것이 봉사'라고 하는 것처럼 상 받은 것도 바로 잊어버리고 신인의 마음으로 필요한 곳에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웃음을 드리겠다."
 
-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는 가수 싸이가 출연한 '미신이라 불린 사나이'에서 출발했다. 강호동씨가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작진은 성공하면 서로에게 공을 돌리는 부분이 있다. 그 말은 제작진의 MC 추켜세우기다(웃음). 성공의 요인은 여운혁 CP와 담당 PD들 덕분이다. MC, PD, 작가 이렇게 삼위일체가 참 중요하다. PD와 작가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PD가 기획하고 뼈대를 만들면 MC가 살을 붙이고 상품으로 시청자들에게 팔려가는 것. 이 삼위일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다. 그 믿음이 잘 어우러진 프로그램이 '무릎팍 도사'다."
 

- 왜 '무릎팍 도사'가 인기일까.
"'무릎팍 도사'는 스타들의 화려한 입담을 듣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스타의 모습보다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을 보고 싶은 거다.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많은 자료를 확보했을 때 참신하고 신선한 질문이 나오는 것 같다. 방송에는 40분이 나가지만 3~4시간 동안 녹화해야 되는 체력전이다.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밀어붙이기로 질문을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질서가 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의 연기력, 코미디에 대한 이해보다는 차별화하기 위해 '당신은 누구인가'하고 파고들며 의뢰인의 철학을 끄집어내려고 노력한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 스타들의 인간의 생각, 미래에 대한 계획을 듣는 살아있는 인물 탐구라고 생각한다."
 
- MC로서 갖춰야 될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MC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으하하하(웃음),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천재가 자신이 어떻게 천재가 됐냐고 표현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하더라. 식당 매출을 예전에 비해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그렇지만 어제 찾아준 손님이 또 찾아줄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 주인은 또 다른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 앞서나가고 싶고 일인자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고민과 노력 속에 어떻게 현상을 유지하느냐가 제일 어려운 목표인 것 같다. 그 모든 것은 '주인의식'에서 시작된다고 본다."

 

- MC를 볼 때 무엇이 제일 어려운가.
"굳이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을 불러놓고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처럼 10여명의 게스트가 출연하면 아무래도 소수의 게스트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서 10명을 다 만족시키는 것이 어렵다. 다 똑같이 비중을 두고 좋은 웃음을 제시해도 아무래도 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 자기 계발을 위해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아는데.
"내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얘길 한 지가 얼마 안 됐다. 진짜 모르는 것을 아는 척했을 때 곤욕을 당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요즘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얘길 한다. 그런데 모르는 데서 그치면 안 되니까 책들을 통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한다.

 

운동선수 출신이라 고급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라서…. 운동선수에게 제공하는 우리나라 교육이라는 것이 기초교육이 부실한 것 아닌가. 많은 배움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책에서 나오는 지혜도 있긴 하겠지만 많은 대인관계 속에서 나오는 것도 상당 부분 있다."

 

- 데뷔 후 기복없는 성장을 해 오고 있다. 이만큼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내 생각이 맞나'하는 의심이 있다. 불확실하기 때문에 노력한다.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다. 불확실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어쨌든 우기고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그런 불확실성이 계속 나를 채찍질 했던 것 같다.

 

예능은 드라마나 영화처럼 사전 대본이 나와서 완벽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전에 그냥 구두로 '이런 아이템이 있는데 해보지 않겠니?'하고 제작진이 제시한다. 대화를 통해서 하나하나 아이템을 쌓아나가고 알아 나가는 것이다. 이런 인관간계 속에서 터득한 것은 믿음을 줄때는 화끈하게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기로 결정을 했으면 사람을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런 믿음이 교감을 이룬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 동료나 선후배 중 존경하는 연예인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당연히 이경규 선배님이시다. 체육학적으로 보면 유연한 사람은 힘이 부족하고 키가 크고 덩치가 있는 사람은 유연성이 부족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패널로서는 상황적으로는 유연한데 MC로서 이끌어가는 힘이 부족하거나 그 반대로 MC로서는 강한데 패널로는 약하다든지 각자 다 성향이 다르다.

 

하지만, 그 두 개를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경규 선배다. 천재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늘 성실하고 항상 노력한다. 이런 분과 같이 방송을 하면서 충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아직도 방송을 이렇게 이끌어 가고 저렇게 건재하다는 것을 보면 많은 위안이 되고. 바로 옆에서 그 꿈을 어깨너머로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그 동안의 방송 생활을 정리하자면.
"정리하면 안 됩니다. 선생님!(강호동씨 특유의 표현) 으하하하(웃음) 뒤돌아보면 안 됩니다. 우리는 바로 초심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오늘 하는 이 프로그램을 데뷔작으로 생각하고 뒤돌아보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 여유가 없다. 나의 전성기는 내일이다. 나의 절정은 내일이다. 내일이 결전의 시간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 2008년 계획은.
"2007년처럼 열심히 할 것이다. 내 웃음 하나만큼은 책임지겠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항상 부족하지만 학생이 됐든 직장인이 됐든 어르신들이 됐든 남녀노소 누구에게도 '강호동'하면 미소가 그려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강호동을 보고 웃어주는 시청자 여러분에게 하루 한 시간 일분도 잊지 않고 2007년 동안 보내준 성원에 힘입어서도 보란 듯이 여러분에게 성실한 웃음을 제시하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 PD저널 >(http://www.pdjournal.com)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태그:#강호동, #개그맨, #무릎팍도사, #이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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