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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얼음축제로 알려진 하얼빈 빙설축제는 올해 한중우호 15주년을 맞아  한국풍으로 진행되었고, 북경올림픽개최기념으로 주제가 올림픽이다
▲ 하얼빈빙설축제 세계적인 얼음축제로 알려진 하얼빈 빙설축제는 올해 한중우호 15주년을 맞아 한국풍으로 진행되었고, 북경올림픽개최기념으로 주제가 올림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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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시 송화강 북쪽에위치한  태양도 풍경구는 우리나라 태백산 눈꽃축제와 비슷했다고
▲ 태양도 풍경구 하얼빈시 송화강 북쪽에위치한 태양도 풍경구는 우리나라 태백산 눈꽃축제와 비슷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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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天泉)이네 가족, 친척이 많이 오셨어. 천천이 엄마 친구들도 10명쯤 선물까지 들고 오셨더라고. 얼마나  반갑고 감사한 지 가슴이 찡했어, 천천이 외할머니·외할아버지는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빙그레 미소 짓는 모습에서 정겨움을 느꼈어. 토요일인데도 중국 중학생들은 오후 5시까지 학교에 있던데….”

지난해 말 중국 하얼빈에 다녀온 남편의 감동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평소 별로 말이 없는 남편이 수다쟁이가 되었다. 중국에서 받은 환대를 내내 잊지 못하는 남편. 남편이 풀어놓는 중국이야기를 듣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작은 인연의 끈 하나가 이렇게 큰 울림을 줄이야.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었지만, 남편의 중국행을 밀어준 내 결정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여름, 중국 하얼빈에서 온 중학생이 우리집에서 머문 적이 있다. 부천시에서 실시한 국제교류도시 청소년 홈스테이차 우리집에 온 천천이라는 학생은 우리 아들의 파트너였다. 훤칠한 키에 듬직하고 매너 좋았던 그 학생을 남편은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아들 하나가 더 생긴 것처럼 좋아하며 한국어도 가르쳐주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우리문화를 구경시켜 주었다.

천천이 가족과 천천이 어머님 친구 분들이 남편의 환영식을 열어주었다. 귀한 만남에 가슴이 찡했다고.  윗줄 가운데가 천천이 어머님.
▲ 소중한 만남 천천이 가족과 천천이 어머님 친구 분들이 남편의 환영식을 열어주었다. 귀한 만남에 가슴이 찡했다고. 윗줄 가운데가 천천이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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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의 아픈 역사가 서려있는 하얼빈역
▲ 하얼빈역 우리민족의 아픈 역사가 서려있는 하얼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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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이가 7박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는 무척 아쉬워했다. 천천이가 우리집에 뿌리고 간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신선했다. 우리 가족은 중국을 다시 보게 되었으며 중국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던 중 남편은 하얼빈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말을 잘 하는 중국분이었다. 천천이 부모님의 부탁을 받고 전화를 한다는 것이었다. 천천이가 부천에 있는 동안 잘 보살펴주어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우리 가족을 중국에 꼭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마침 부천시에서 교류를 맺고 있는 도시 하얼빈의  빙설축제에 참가할 시민 방문단을 모집한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함께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같이 3박 4일을 빠질 수가 없었다. 남편이 없는 동안 내가 그 자리를 매우려면 배로 힘이 들겠지만 남편에게 다녀올 것을 권했다. 평소 여러 면으로 나에게 우선권을 주는 남편이 선뜻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편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간 하얼빈 빙설축제 부천시민방문단으로 중국 땅을 밟고 왔다. 하얼빈 공항에 도착해 숙소로 가니 천천이 가족이 먼저 와 있더라는 것. 이미 낯이 익은 천천이는 여유 있게 남편을 맞아주었고, 가족들은 천천이에게 이야기를 듣곤 금방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중국에는 사업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자가용이 없단다. 높은 세금이 원인이기도 하단다. 천천이네는 사업을 하기 때문에 자가용이 있었으며, 현관과 베란다가 없는 집, 차도를 중심으로 설치된 가로등으로 인해 밤길을 걸으려면 찻길을 따라 걸어야 했단다. 또 우리나라에 비해 공원 등에 운동 시설이 부족했고, 건물마다 마감처리가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는 등 남편이 들려준 이야기 덕분에 나도 간접경험을 많이 했다.

하얼빈은 중국 빙등예술의 발상지로 매년 빙설제가 열려 세계적인 얼음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한중우호 15주년을 기념해 한국풍으로 진행되고 있었고, 북경 올림픽개최로 인해 주제를 올림픽으로 정했다고 한다. 송화강변의 자그마한 어촌 마을이었던 하얼빈이 헤이룽쟝성의 겨울철 최저기온 영하 40도를 이용해 큰 도시로 탈바꿈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천시 문화예술단 도당남사당의 공연모습
▲ 농악대 부천시 문화예술단 도당남사당의 공연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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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문화예술단의 부채춤 공연 모습
▲ 부채춤 부천시 문화예술단의 부채춤 공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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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우리나라의 독립을 방해했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하얼빈역, 민족문화계승과 동포사회단합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하얼빈조선 민족 예술관, 우리나라 태백산눈꽃축제와 흡사했다는 태양도 풍경구, 새끼호랑이 7백여 마리를 만났다는 동북호림원 등 중 중국 추억담을 듣느라 밤을 새기도 했다.

여러 만남 중에 남편은 무엇보다도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다. 아들의 홈스테이로 시작된 중국과의 인연, 어떻게 보면 그냥 스쳐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인연의 끈을 민간교류로 연결해 좋은 감정으로 남겨뒀다. 이번에 남편이 중국에서 받은 사랑을 나도 돌려주고 싶다. 천천이 가족을 초청해 우리의 역사, 문화를 알리고 싶다.

남편의 중국방문에 1주일 앞서 아들도 하얼빈에 다녀온 지라 올겨울 우리집 트랜드는 하얼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들이 시에서 청소년을 위해 운영한 행사에 참여하고 나서 한 말이 기억난다.

“엄마, 시에서 우리를 위해 정말 뜻 깊은 행사를 한 것 같아요. 돈 많이 들었겠어요. 시의 사절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애국심도 생기더라구요.”

우리가 낸 세금을 고스란히 환급받은 기분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시에서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주니 시민의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대선이 끝나니  4월에 있을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이 가려운 곳을 찾아내 긁어 주고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행정이 되었으면 한다.


태그:#부천시민방문단 , #하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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