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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지난해 일어난 재해를 두 가지 꼽자면 삼성 기름유출사고와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사망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후진국형 인재(人災)'다.

 

사고를 일으킨 해상크레인 삼성 예인선단은 출항 전에 기상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출항을 강행했다. 삼성 예인선단은 또 대산해양수산청 관제센터에서 수 차례 '충돌 위험'을 알리려고 무선을 보냈으나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방제당국은 '무사안일'로 소일하다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한국타이어는 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통해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산업재해 보고의무 위반 ▲근로자 건강진단결과에 따른 사후관리 미실시 등 사법처리 대상만도 554건에 달한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한참 '수수방관'하던 노동부는 지금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재해도 '후진국형', 대책도 '후진국형'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기업의 사후 행동이다. 두 기업은 사고 발생 이후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피해자 측이 '사과'하라고 통사정하는 웃지 못할 양상이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사과만 안 하는 게 아니다. 주민들은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과 삼성물산, 유조선 선주회사인 허베이 스피리트사에 대해 '무한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에 훼손된 지역은 국민의 자산인 국립공원이다. 

 

유류기금 배상한도는 3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일을 저지른 삼성중공업의 뒤처리를 위해 막대한 국민세금이 들어가야 할 판이다.
 
실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오염자 부담 원칙'은 환경정책의 기본이다. 미국에선 1989년 액슨 발데즈호가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키자 장기적 생태계 회생작업에 드는 비용 2조원을 액슨사에 부담시켰다. 이와 별도로 법원은 징벌적 과실 벌과금으로 정유회사 1년치 이익에 해당하는 5조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삼성 측은 물타기를 하며 여론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타이어도 다르지 않다. 한국타이어 측은 8일 역학조사 2차 결과 발표에 대해 의견을 내고 "현장 공장에서 사망한 직원들의 사망원인과 연관된 유해물질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솔벤트에서도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학조사단의 설명은 다르다. 조사단은 "발암인자와 관련된 화학물질은 확인됐지만 아직 사망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작업환경 원인을 찾지 못했다"며 한국타이어 사측과 같은 오독을 경계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은 "조사단이 집단 돌연사의 작업환경 요인을 아직까지 찾지 못한 것은 사측이 조사 당시 작업환경을 뒤바꿔 놓은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도 사측이 역학조사단이 오기 전에 작업환경을 '조작'해 놓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하기는 어렵고 기업하기는 좋은 나라  

 

한국타이어는 유가족들의 사과 요구에 "진행 중인 역학조사가 최종 완료돼 발표되면 최종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한다.

 

이미 드러난 139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관련해서도 "90% 이상을 개선조치 완료했다"고 큰 소리다.

 

삼성중공업측도 '무한책임' 요구에 대해 "구상권 청구가 들어오면 그 때 임하겠다"는 지연책을 펴고 있다.

 

1년 반 사이 현장 노동자들이 집단 돌연사해도, 국립공원을 기름으로 뒤덮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회사.


노동자들의 사망원인을 찾지 못했다면서도 공장 가동을 계속 허용하는 나라, 기름오염 피해로 가만히 있으면 국민세금이 축나게 생겼는데도 선주만 구속하고 선박 소유회사에 대한 중과실 여부조차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참 좋은 나라다.        

 

 


태그:#삼성, #한국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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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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