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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할 때 '뛰겠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올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와 같은 식이다. 그만큼 '뛴다'라는 행동은 적극적이고, 또 어려운 행동이다.


우리 지역에는 14개의 일간지가 있다. 신문이 14개나 되다보니 이들도 전부 '뛰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전북신문 사장 겸 편집국장인 임용진(52) 사장도 '뛰고' 있다. 바른 지역언론을 위해 뛰고 있는 임 사장은 얼마나 뛰는 일에 열심인지 취미도 마라톤이다. 그런 그를 1월 10일 오후 4시 새전북신문 사옥에서 만났다.

"처음엔 순전히 살을 빼려고 시작한 겁니다"

임 사장이 마라톤을 시작한 건 2002년 8월 1일 부터다. 그 해 열린 2002 한일월드컵 취재단장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 국내에서 월드컵을 개최하다보니 스포츠 신문에서는 매일 20면이 월드컵 관련 기사로만 채워졌다. 월드컵 취재인력만 60명정도 됐다. 월드컵이 끝나 한 숨 돌리고나니 체중이 심각하게 불어 있었다.
"월드컵 때 스트레스가 컸던 것 같습니다. 2002년 1월 1일에 담배를 끊었어요. 월드컵 끝나고 몸무게를 재보니 6개월만에 12kg이나 쪘다는 걸 알게됐습니다."

급격하게 체중이 불자 감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감량에 좋다는 운동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마라톤이다.

"살을 빼는 데에 뭐가 가장 효과적인가를 찾아봤더니 마라톤이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수영을 할 까 하다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됐죠. 처음엔 순전히 살을 빼려고 시작한겁니다."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한 마라톤이었지만 처음엔 마라톤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마라톤'이라기 보다는 '달리기'에 가까웠다.

처음엔 안에서 뛰었다. 처음 3개월간은 지루했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 트레드밀(흔히 런닝머신이라 부르는) 위에서 뛰었다. 계속 뛰다보니 그 안에서 점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달리기'가 '마라톤'이 되기 시작했다.

"땀 빼는 재미도 느끼게 되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1시간 이상 뛰다보니 혼자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할 게 없으니까. 그러면서 혼자 생각하는 재미도 알게 됐죠."

재미를 느끼고 나니 뛰는 일이 훨씬 즐거워졌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뛰면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 보는 거, 냄새 맡는 거. 뛰다보니까 계절과 자연과 우주를 살갗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거, 똑같은 코스를 뛰더라도 비 오는 날 바람 부는 날 흐린 날 맑은 날이 다 느낌이 달라요 그런 것들이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서 더 좋습니다."

'나름 유명한'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

임사장은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았다. 혼자 달리면서 느끼는 자유로움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리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고 여러 동호회에 초청을 받아 함께 나가기도 했다. 그가 여러 사람과 함께 나갈 땐 보통 페이스 메이커(Pace maker)의 역할을 수행한다.

페이스 메이커란 말 그대로 페이스를 조절해 주는 사람을 말하는데, 아마추어에서 페이스 메이커는 자신의 몸에 완주 가능한 시간을 적은 풍선을 매달고 달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따라가면 풍선에 적혀 있는 시간 안에 완주할 수 있는 것이다.

"저는 보통 4시간을 적습니다. 페이스 메이커라는 건 자신의 기록을 만드는 경기는 할 수 없고, 풍선을 매달아야 하기에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봉사라고 생각합니다."

임 사장은 자신이 나름 유명한 페이스 메이커라며 쑥스러운 듯 웃는다.

달리는 게 즐겁고 재밌는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었다. 마라톤 시작 초기에 가장 컸던 어려움은 부상이다.

"처음 2년은 부상을 달고 살았어요. 안 쓰던 근육을 쓰고, 써오던 근육도 지금까지 써오던 양보다 훨씬 오랜시간 쓰니까 근육에 무리가 가더라고요."
처음엔 근육통이 심했다. 뛰지 않으면 알아서 나을 통증이었지만 임 사장은 계속 달리고 싶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과 다리에 관한 의학서적까지 뒤져가며 공부했다. 어느새 그는 다리와 발의 뼈 이름, 근육 이름까지 모두 외울 정도의 '다리박사'가 되어 근육통을 이겨냈다.

의학공부까지 마다않은 그의 노력은 풀코스 완주로 이어졌다. 정확히 세어보지 않았지만 대회에 나가서 완주한 경험이 30회 가량 된다. 2003년 초반에 참가한 하프코스가 첫 번째였으니 5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거둔 셈이다. 새전북신문 사장으로 일하게 돼 많이 달리지 못한 지난해에도 풀코스와 하프코스를 각각 4회씩 완주했다. 모두 대회에 참가해서다.

보스톤을 향하여

 

임 사장은 요즘 매일 아침 집 근처를 달리고 있다. 4월 둘째 주에 있을 보스톤마라톤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대회까지 이제 12주밖에 남지 않아 나름 프로그램을 짜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매일 뛰는 양이나 속도도 조절해 가면서 몸만들기를 하고 있죠. 일주일에 평균 70~80km정도 뛰고 있습니다."

그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보스톤마라톤대회는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권위 있는 대회이기도 하고 과거 이봉주 선수가 우승한 경험도 있는,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달려보고 싶은 꿈의 대회다. 그래서 참가 기준도 만만치가 않다. 보스톤마라톤대회측에서 공인한 대회에서 연령별 기준시간 안에 들어온 기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52세의 임 사장은 50~55세 기준시간인 3시간 35분 안에 들어와야 참가가 가능하다. 보스톤마라톤대회에서 공인하는 국내대회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대회, 동아일보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전주마라톤대회(올 해부터 폐지)로 총 4개다.

임 사장이 보스톤마라톤대회를 준비하는 데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모든 것을 준비해놓고도 건강상의 이유로 참가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에도 임 사장은 보스톤마라톤대회를 준비했었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2005년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3시간 18분의 기록으로 참가자격도 획득해놓고 설렘과 함께 대회 당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4월 첫 주에 열릴 대회를 눈앞에 둔 2월 말 '이석탈출증'에 걸린 것이다.

"귓속에서 균형을 잡게 도와주는 이석이 빠져나오자 균형을 잡을 수 없어 앉거나 서있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균형을 못 잡으니까 하늘이 그냥 뱅뱅 돌더라구요."

당시 업무가 많은 상황이었음에도 보스톤마라톤을 준비한다며 무리하게 3~4시간씩 달렸던 것이 화근이었다. 눈앞에서 보스톤마라톤대회를 놓쳐야 했다. 꼭 다시 참가하겠노라고 다짐했다. 보스톤마라톤대회 참가기준은 2년 동안만 인정해주기 때문에 임 사장은 기록을 다시 따야 했다. 그래서 지난 해 다시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해 3시간 33분의 기록으로 참가자격을 따냈다.
 
임 사장의 이번 목표는 3시간 20분이다.

"보스톤마라톤대회에 첫 참가라서 그냥 기분 좋게 다녀오려고 한다"면서도 자신의 최고 기록인 3시간 15분 30초에 가까운 3시간 20분이라는 목표를 정해놓은 것을 보면 그는 분명 이번 대회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대회는 나의 힘

평균 완주 기록을 물었더니 "평균기록이라는 건 없다"고 말한다.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승부라서 평균이라는 게 없어요.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거니까요. 그래도 아무리 연습하지 않아도 4시간 안에는 들어오는 것 같습니다."

대회에 대한 집착도 없다. "대회는 일시적(temporary)인 마침표(period)일 뿐입니다. 이 일시적 마침표가 있어야 재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죠." 그의 말에 따르면 대회는 자신의 의지를 확인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달리면서 느끼는 '즐거움의 확인'쯤 되는 것 같다.

"정직한 재미가 있다"

임 사장은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고 할 만큼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마라톤을 하게 되면 사람이 정직해집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4시간에 완주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3시간 30분에 완주할 수는 없습니다. 약간이라도 기록을 더 끌어내려면 계속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달려가야 한다는 그 정직한 재미가 있죠. 또 자연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되구요."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인다.

"그리고 작은 것에 집착하지도 않게 됩니다. 100m달리기가 아니니까요. 남을 이기려면 100m달리기를 하고, 자신을 이기려면 마라톤을 하라는 말이 있어요. 어떻습니까, 멋진 말이죠?"

임 사장은 현재 보스톤마라톤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의 진짜 목표는 따로 있다. 바로 '칠레 종단'이다. 칠레 종단은 42.195km를 매일 달려도 약 세 달 가량 걸리는 긴 코스지만 그는 꼭 도전해보고 싶단다. 하지만 그 전에 새전북신문을 "전북을 대표하는 일간지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았다. 사장 겸 편집국장인 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 후에 가겠다는 거다. 끊임없이 자신과의 도전을 이어나가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다.
 
임 사장은 달리고 있다. 새전북신문을 위해서 달리고, 칠레 종단을 위해서도 달린다. 달리면서 끊임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간다. 새전북신문이 전북의 대표 일간지가 될 때까지, 칠레 종단을 마칠 때까지 그는 쉬지 않을 작정이다. 한겨울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흐르는 그의 땀방울이 제대로 열매를 거둔다면 몇 년 뒤 칠레종단을 하고 있을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선샤인뉴스(sun4i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임용진, #마라톤, #새전북신문, #선샤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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