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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목마을은 서천의 마량포구와 함께 일출과 일몰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조용하고 한적했던 서해의 작은 어촌마을이 서해고속도로가 개통되며 일출과 일몰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의 비경도 주변을 온통 붉게 물들이며 바닷속 깊이 잠기는 일몰의 아름다움은 그렇다 치고 서해에서 어떻게 해돋이를 볼 수 있을까?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아산만에서 왜가리의 목처럼 북쪽으로 불쑥 튀어나온 귀퉁이에 왜목마을이 위치해 삼면이 바다에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해돋이의 이치가 동해의 일출과 달라 이곳의 해돋이는 동해보다 5분 정도 늦지만 일출을 볼 수 있는 날이 30여일 정도 많은 것이 장점이다.
 
가는 해의 일몰과 오는 해의 일출을 보기 위한 인파가 넘쳐나는 곳이지만 올해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의 여파로 3만여 명만 이곳에서 새해를 맞았다는 뉴스를 봤다. 3일 저녁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날은 오랜만에 날씨가 맑았다. 해돋이를 제대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새벽에 왜목마을로 차를 몰았다.
 
바닷물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해가 장관이었다. 하지만 구경 나온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만큼 적었다. 새해 첫 날의 해돋이가 아니면 어떤가? 몇 번 만에 처음 제대로 본 해돋이라 많은 사람들과 같이 못한 게 아쉬웠다.
 

 

일출과 함께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왜목마을이 모습을 나타낸다. 높게 치솟고 있는 건물만큼 바닷가의 후한 인심이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 방파제 뒤편 당진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나온 연기들이 키 재기를 하며 하늘 높은 곳으로 향한다.

 

왜목마을 초입의 바닷가에 시비가 서있다. 발길을 멈추고 당진이 낳은 시인 이근배 님의 ‘왜목마을에 해가 뜬다’를 읽노라면 왜목마을을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내 나라의 해는 모두/ 여기 와서 뜨고/ 여기 와서 진다/ 하늘이 가장 크고/ 가장 아름다운 해를 빚어 올린/ 고운 아침의 나라/ 바다가 금빛 물살로/ 가슴을 활짝 열고/ 산이 푸른 이마로/ 오색구름 피워 올리는 곳/ 여기 왜목마을에 와서/ 백두대간의 해는 뜨고 진다/ 저 백제, 신라의 찬란한 문화/ 뱃길 열어 꽃피우던 당진/ 역사 일으킨 큰 자취 숨결 높고/ 두루미떼 날아들어 둥지를 트는/ 땅 기름지고 물 향기로운 내 고장/ 해돋이에서 해넘이까지/ 우리들의 사랑 눈 시리게/ 발돋움하고 서 있나니/ 우리 모두 손잡고 나와/ 떠오르는 아침해에 꿈을 심자/ 수평선 넘는 해에 그리움을 묻자/ 산과 물이 하나되는/ 영원한 평화 영원한 아침을 노래하자/ 두루미의 날갯짓으로/ 훨훨 날아오르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과 한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명, #일출, #왜목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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