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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47cm의 최대 적설량을 보였던 전라북도 정읍. 정읍에서 가까운 내소사의 고즈넉한 산사풍경과 함께 뽀드득뽀드득 소리 나는 눈 위를 걷고 싶은 마음에 부지런히 서둘러 목적지를 향해 떠났다.

 

지난 여름에 다녀갔지만 눈 쌓인 산사를 생각하니 그냥 집에만 있을 수가 없었다. 산사에 도착하니 설경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조용한 산사의 정적을 깨우고 있었다. 작고 아담한 경내에 들어서자 바람에 흔들린 풍경 소리가 나를 반긴다.

 

 

1997년 8월 8일 보물 1268호로 지정된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있는 내소사.
절로 들어가는 숲길은 오래된 자연의 냄새를 품고 있다. 들어가는 입구에 오래된 전나무의 향기가 오는 이들의 콧잔등을 건드린다.

 

자연의 향기를 맡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코를 벌름거리는 모습이 가관이다. 그런 모습을 서로 보면서 미소를 보낸다. 울창한 소나무 길도, 바람에 사각거리는 대나무 길도, 보는 이로 하여금 운치를 더한다. 

 

몸과 마음을 편하게 다스리고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는 휴식이 충분히 보장되는 곳, 그곳이 바로 내소사다. 

 

 

 

내소사는 건물을 지을 때 기둥과 주간에도 공간포를 놓은 다포계 양식을 사용하여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교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측면에 협문을 한 짝씩 달고 정면 3칸에 여덟 문짝을 둔 것 외에는 모두 벽으로 처리했고 정면의 문짝은 소슬빗꽃살창호를 달고 있는데 연꽃과 국화꽃이 가득 새겨져 있다.

 

원래는 원색의 모양을 띠었으나 비바람에 씻겨 지금은 나뭇결이 부드럽고 소박하게 드러나 보인다. 문양을 볼라치면 똑같은 문양은 찾아볼 수가 없다.

 

모두가 다른 문양으로 정교한 문양의 아름다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법당 내부의 제공 뒤 뿌리에는 모두 연꽃 봉우리를 새겼으며 정사각형 격자 문양을 한 천장의 가득한 꽃무늬 단청과 더불어 법당 안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부처님이 설법하실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는 그 설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경내를 산책하다 보니 양지바른 쪽에는 내린 눈이 녹아있기도 하지만 그늘진 곳에는 그대로 쌓여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항아리로 만든 화분에는 생명을 알리는 새싹이 빠끔히 고개를 들어 수북이 쌓인 눈의 무게를 버거워 한다. 예년과 다르게 그동안 포근했던 날씨에 몽우리를 맺었던 목련이 갑자기 내린 눈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는지 움츠린 모습으로 잔뜩 웅크리고 있다.

 

새해 가족 건강을 기원하는 글귀가 담긴 기왓장에도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있다. 군데군데 모여서 선생님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보인다.

 

 

 

산사를 돌다 보니 초가지붕은 아니지만 건물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날카로운 모습으로 땅을 향해 매달려 있다. 어린 시절 고드름을 따서 친구들과 칼싸움 하던 시절이 눈에 아른거린다.

 

눈이 내려 더욱더 운치가 있는 내소사. 스님이 뭔가를 들고 잰걸음으로 눈길을 걸어간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이지만 작은 움직임에도 모두가 아름다워 보이는 건 하얗게 쌓인 눈 세상이 나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인 것 같다.

 

한참을 풍성한 마음에 여유를 갖고 머물게 해준 내소사. 이렇게 아담하지만 정겨운 산사 풍경에 시간이 흘러간다. 오래도록 머물고 싶지만 아쉬운 이별을 한다.

 

※ 찾아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IC로 나와 부안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영전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면 곰소항이 나오고, 격포 방향으로 더 달리면 석포 삼거리에 도착한다. 여기에서 우회전하면 내소사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석포 삼거리에서  5분 거리에 있다.


태그:#산사, #정읍, #내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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