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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성은 격리된 세계, 폐쇄된 세계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성'을 찾는 심리에는, 카프카의 <성>에 나오는 'K'처럼 불가해한 전체의 힘을, 그 개체가 육박하려는 의지가 엿보일 듯 합니다. 카프카의 <성>은, 신의 "은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쪽이, 지배적입니다.
 
  이렇게 성(城)은 신화에서, 국조나 영웅의 절대적 능력과 신성함의 표상이며, 국가의 기원과 번영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견고할지라도, 언젠가는 무너질 운명을 지니고 있는 것이 '성'이라고 합니다. 전쟁에서 지면 성은 함락되고, 입성한 적들은 먼저 성벽을 무너뜨린다고 합니다.
 
 '기장 읍성'은 행정관할이 변경되어서, 부산시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기장군에 소재하지만, 이제 부산시의 문화재입니다. '기장 산성'을 찾는 많은 여행객들은, 패망의 쓸쓸한 이미지를 안겨주는, '기장산성(읍성)에 올라 '이게 정말 문화재 기장 산성'이 맞나? 여기 말고 다른 곳에 건재하는 아닌가?'하고 의아하게 됩니다. 그러나 선명한 인쇄체의 팻말이, 이곳이 '기장산성'의 구역이라는 것을 재확인시켜 줍니다. 
 
  
 
 기장에는 기장읍성, 기장왜성이 있습니다. 그 옛날 선인들이 힘들여 성을 쌓은 이유는 바다가 가까워서, 자주 노략질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를 위해 쌓은 성이 기장읍성입니다.
  죽성리 기장 왜성은 임진왜란 때 왜구들이 쌓은 성입니다. 왜구가 지은 성이라 해서 문화재 등록하는 데 곡절이 있었으나, 부산시 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왜성은 차치하고라도, 기장 산성까지 버려진 듯 방치돼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문화재, '기장산성'은 귀중한 역사의 유물이자 역사의 현장이며, 민중의 혼이 깃든 신성한 장소입니다. 
 
 
 
기장산성(읍성)은 1993년 이 일대 18필지 1,830㎡가 경남 기념물 제131호로 지정된 바 있으나, 부산광역시로 편입된 이후, 96년에 부산광역시 지정기념물 제40호로, 문화재 및 보호구역으로 재차 지정되었습니다. 보호구역은 기장군 기장읍 대라리와 철마면 일대에 걸쳐 위치합니다. '청강리 고분군' 서쪽으로 성 안에서 우물이 있었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기장의 수령산에 올라오면 남부 동해가 눈안에 들어옵니다. 기장은 어촌마을입니다.  물살이 센 동해에 접해 있지만, 파도가 밀려 와도 자연스럽게 방파제 역할을 해 주는 '죽도'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대변항은 마치 어항과 같습니다. 자연경관 또한 절경입니다.

 

두하마을 입구에서 철마면 웅천리까지 10여㎞에 걸쳐, 곳곳에 돌샘약수터, 벚꽃길, 대나무숲 등으로 조성된 산길 ‘테마임도’와 그 옛날 기장에 유배된 친구를 찾아온 선비 5명이 기장의 절경에 취해 술을 마시며 시를 읊고 가무를 즐겼다는 ‘오랑대’가 있습니다.

 

 

 어느 고장보다 왜구의 침입이 잦아서 고초를 많이 겪은 기장. 하지만 문화재 보호구역 기장산성의 무너져 내리는 성벽을 재정비코자 애쓰는 흔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비상도로에는 '벚꽃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벚꽃이 아무리 아름답지만, 벚꽃이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면을 발견케 됩니다.

 

바다 안개에 휩싸인 스산한 겨울 산성을 거닐다 보니 왠지 혼자 걷고 있는 것 같지 않네요. 그토록 '성'에 입성하길 애썼지만, 끝내 성에서 쫒겨난 'K'는, 카프카의 분신이 아닐까 합니다.

 

체코 태생, 유태인이었던 '카프카'. 그는 죽어서 프라하의 '유태인 묘역'에 잠들었지만, 그의 영혼이 이곳을 거닐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이한 생각이 드네요. 옛성은 자취 없는데 아주 가까이 승전을 알리는 큰 북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황성옛터>중-'왕평'

 


태그:#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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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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