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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에 한 번 다녀온 후 항상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 ‘남해’를, 2007년 12월 끝 무렵에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항상 제 가슴속에 로망처럼 자리 잡고 있던 남해.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렙니다.

눈을 감고 가만히 남해를 떠올리면 겨울철임에도 푸릇푸릇 돋아있는 마늘밭과 논 한가운데 큼지막한 돌들이 놓여있는 다랭이논, 옹기종기 바닷가에 자리 잡은 어촌마을, 깊고 푸른 바다 등등이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집니다.

남해 ‘노구마을’.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이런 어촌마을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남해 ‘노구마을’. 해안도로를 달리다보면 이런 어촌마을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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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에는 경남 하동에서 ‘남해대교’를 건너 남해에 들어섰고, 이번에는 경남 사천에서 ‘창선·삼천포대교’를 건너 남해에 들어섰습니다. 당시에도 상주해수욕장까지 갔었는데, 이번에도 그곳까지 다녀왔습니다. 한마디로 예전에는 왼쪽 해안을 따라 일주했고, 이번에는 오른쪽 해안을 따라 남해를 일주한 것이지요.

사실 이번 여행의 주목적은 진주에 사시는 이모님을 뵙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와 누님을 모시고, 거의 4년만에 이모님을 뵈러 간 것이지요. 그곳에서 겸사겸사 이모님 가족들과 진주에서 사천을 거쳐 남해까지 둘러보고 온 것입니다

자! 이제부터 여행을 떠나볼까요. 우선 사천에서 창선까지 연결된 ‘창선·삼천포대교’부터가 이번 여행의 시작입니다.

건설교통부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그 으뜸으로 뽑았다는 이 대교는, ‘사천시’에서부터 ‘모개도’, ‘초양도’, ‘늑도’, 그리고 ‘창선도’를 연결하는 각각의 다리를 총칭하여 부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함께 여행을 주도한 형님의 말로는 야경을 봐야만 제대로 ‘입이 떡 벌어질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해’가지려면 아직도 멀고멀었기에 그저 다리 위에서 바다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삼천포대교를 시작으로 4개의 다리를 차례로 건넜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창선도’, 이곳 끝자락에는 죽방렴으로 유명한 지족해협이 있습니다. 지족해협은 물살이 세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래서 원시성 어업인 ‘죽방렴’이 가능하다고 하죠.

죽방렴은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로 된 말목을 개펄에 박아 주렴처럼 엮어 만든 것입니다.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을 향해 V자형으로 벌려 원시적으로 고기를 잡는 방법이지요.
 죽방렴은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로 된 말목을 개펄에 박아 주렴처럼 엮어 만든 것입니다.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을 향해 V자형으로 벌려 원시적으로 고기를 잡는 방법이지요.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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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선교를 건너 ‘창선면’에서 ‘삼동면’으로 건너왔습니다.
 창선교를 건너 ‘창선면’에서 ‘삼동면’으로 건너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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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방렴을 둘러보고 다음에 찾은 곳은 독일마을입니다. 한때 드라마 촬영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인데, 지금 이곳엔 세트장이 없습니다. 세트장을 제공했던 주민이 철거해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군요.

안내문을 읽어보니 이곳에 정착한 독일교포들이 가졌던 고통을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했으면 이런 ‘안내문’까지 걸렸을까요?

“독일마을은 우리나라 60~70년대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로 나가 일하던 교포들이 퇴직 후 고국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자 희망하여 조성한 마을입니다. 그러나 독일마을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인하여 교포들이 일상생활에 피해와 불편을 호소하고 있으니....(중략)”

*진입로 등 도로변 주차를 삼가고 주차장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주택 정원의 화초를 꺾거나 주인의 동의 없이 출입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바랍니다.
*고성방사 등 소란행위로 인한 주거 생활에 피해가 없도록 하기 바랍니다.


조정래 대하소설 <한강>을 읽어보면 독일에 파견됐던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처참한 일상을 간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저려오네요. 진작 알았다면 이곳은 그냥 지나쳐 갔을 것을.... 드라마 한편이 조용한 여생을 보내고자 이곳에 정착한 교포들의 생활을 흔들어 버린 꼴이 되었군요.

어라! 그런데 이곳에 민박도 꽤 있습니다. 무작정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 그 또한 안 될 일이군요. 휴! 중용을 지키는 일은 참 어렵습니다.

남해 독일마을. 우리나라 60~70년대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로 나가 일하던 교포들이 퇴직 후 고국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자 희망하여 조성한 마을입니다.
 남해 독일마을. 우리나라 60~70년대 독일에 광부나 간호사로 나가 일하던 교포들이 퇴직 후 고국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자 희망하여 조성한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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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정말 좋습니다.
 경치 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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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도 아름답고요.
 집들도 아름답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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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독일마을을 빠져 나와 다음 목적지 상주해수욕장을 향해 쭉 달렸습니다. 아! 그런데 또 저희 발목을 잡는 광경이 있었으니, 바로 동백꽃입니다. 길가에 쭉 심어진 동백나무에 붉은 꽃이 알알이 박혀있는 아름다운 모습에, 저희는 결국 달리는 차를 멈추고 말았습니다.

차 세울 만한 곳을 찾다가 ‘항도전망대’까지 이르렀습니다.
 차 세울 만한 곳을 찾다가 ‘항도전망대’까지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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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동백꽃이 이렇게 활짝 피었습니다.
 붉은 동백꽃이 이렇게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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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이렇게 쓸쓸히 피었다가 처량하게 지는 겁니까?” 라고 묻고 싶습니다.
 “왜 당신은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이렇게 쓸쓸히 피었다가 처량하게 지는 겁니까?” 라고 묻고 싶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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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도전망대에서 이제 조금만 가면 상주해수욕장이 나옵니다. 형님 말에 따르면, 발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모래사장이 활처럼 휘어져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라고 하더군요.

동백꽃 행렬이 길게 이어진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가 드디어 해수욕장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아! 전망 참 좋습니다. 이렇게 해수욕장을 한 눈에 다 담을 수 있는 곳이 여기 말고 또 있나요?

상주해수욕장. 남해 끝자락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단단한 모래와 바람을 막아주는 송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상주해수욕장. 남해 끝자락에 위치한 해수욕장으로 단단한 모래와 바람을 막아주는 송림,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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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없는 겨울바다에 섰습니다. 어머니와 이모님은 다정히 손을 잡고 어느 이름 모를 붉은 열매 앞에서 사진을 찍으셨습니다. 어머니를 꼭 닮은, 아니 어머니가 이모님을 닮았겠지만, 이모님이 계시다는 사실에 저는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뭔지 모를 감정에 그만 눈시울도 뜨거워졌습니다.

어릴 때는 가까이 살았기에 자주 보며 살았지만, 제가 커서는 진주와 서울이라는 공간적 거리 때문에 자주 볼 수 없었던 이모님입니다. 뵐 때마다 세월이 그어놓은 주름이 점점 많아지시는 이모님. 앞으론 생기는 그 주름을 제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이모님. 앞으론 정말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이모님. 앞으론 정말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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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과 함께 해변에 나갔습니다. 모래사장이 얼마나 단단한지 정말 발로 쿵쿵 밟아도 모래가 파이지 않습니다. 신발에 모래 들어올 걱정 없다며, 아이들은 어느새 멀리 해변 끝가지 달려나가고 있습니다. 차가운 겨울 바다, 매서운 바람도 아이들 앞에선 맥을 못 추는군요.


태그:#남해도, #창선.삼천포대교, #독일마을, #상주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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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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