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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가 전후 최연소 영국 총리 자리에 올랐던 것이 44세 때였다. 그는 '제3의 길'을 기치로 내걸고, 보수당 18년 집권으로 노쇠한 영국을 구해낼 지도자로 부상하였다.

 

빌 클린턴이 부시에게 승리를 거두고 대통령이 된 것이 47세의 나이. 그는 공화당 12년 집권이 낳은 정치적 침체와 경제불황의 극복을 내걸고 집권하였다.

 

지난 해에 집권한 케빈 러드 호주 총리의 나이는 50세. 그는 11년에 걸친 보수연합 집권시대를 끝내고 중도좌파 노동당의 집권을 이루었다.

 

물론 젊은 정치지도자의 탄생을 말하자면 우리 정치사에서 '양김'이 내걸었던 '40대 기수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도력 공백 맞은 대통합민주신당

 

정치에서는 60대도 젊은 나이라고 하지만, 반대로 40대가 결코 어린 나이도 아니다. 정치에서 40대의 나이는 충분히 지도자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연령대이다.

 

대선이 끝난 한국정치로 눈을 돌려보자. 특히 패배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쪽으로 향해보자.

 

대통령후보로 나섰던 정동영은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일단 뒤로 물러섰다. 그에게 '차기'에 도전할 기회가 다시 찾아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지도력의 공백을 막고 당의 활로를 찾기 위한 논의가 분분하다. 손학규 추대론, 정대철과 김한길이 제기하는 경선론, 손학규 대표-강금실 공천심사위원장론….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는 답이 없다. 이래도 불안하고 저래도 불안하다. 지금의 인적 자원을 가지고 당의 얼굴을 바꾸어봐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소리가 나올지 모른다. 대통합민주신당 사람들이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또 외부인사 영입론도 나온다. 박원순·정운찬·백낙청…. 때만 되면 등장하는 이름들이 다시 나온다. 물론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러나 이 역시 실현가능성 없는 공론에 불과하다.


인물 빈곤, 5년 뒤엔 어쩔 셈인가

 

한 마디로 인물의 빈곤, 리더의 기근 현상을 대통합민주신당은 맞고 있다. 대선에서 이미 겪은 문제지만, 대선이 끝나도, 아니 4월 총선이 끝나더라도 이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간다면 5년 후에 다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해도, 현재의 신당 쪽은 대안부재의 상황을 또 다시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여당을 하다가 야당을 하게 되는 것은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어째서 이렇게까지 인물이 없는 상황을 맞게 되었을까.

 

이 역시 '노무현 탓'인가. 대통령이 사람을 안 키워서? 이 문제까지도 노 대통령에게 책임을 미룰 일은 아닌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사람을 키웠든 아니든, 정치인이 크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 밑에서 눈치만 보며 허송세월했던 당사자들 탓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신당에 몸담고 있는 '40대 정치인들' 탓을 하게 된다. 왜 그들은 아직까지 성장하지 못한 채 손학규만, 정동영만, 강금실만, 그리고 김근태만 쳐다보고 있는 신세가 되었을까.

 

지금 대통합민주신당은 지도력의 공백상태에 처해있다. 기존의 리더들은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 앞으로도 그리 나아질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당연히 새로운 인물이 이를 대체하기 위해 치고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없다. 기존의 지도력은 불신받고 있지만, 새로운 지도력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지체현상이다.

 

40대 정치인들의 자각과 결단이 필요하다

 

이것이 오늘 대통합민주신당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이기도 하다. 새로운 노선,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걸고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이 없으니, 당의 얼굴을 바꾼다고 해봐야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상황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다.

 

신당 내부에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부겸, 우상호, 임종석, 이인영, 오영식, 송영길, 조정식, 우원식, 최재천…. 그리고 지금은 창조한국당으로 갔지만 김영춘도 있었다.

 

과거 민주화운동에서 지도력을 발휘하기도 했고, 지금은 변화된 환경에 맞춰 새로운 사고를 갖게 된 젊은 정치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상하게도 무력했고, 도약을 위한 몇 차례의 개인적 시도들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뚜렷히 부각된 인물은 없었던 반면, 이들의 힘이 하나로 모이지 못했던 결과이다.

 

이제 우리의 40대 정치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여전히 자신들의 무력함을 한탄하며 손학규만 쳐다보고, 정동영만 쳐다보며 희망없는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신당에 속해있는 40대 정치인들은 이제 자신들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을 자각해야 한다. 더 이상 기존의 인물들에게 업혀서 가는 것이 무의미한 일임을 깨닫고, 자신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 주체로 나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물론 그 일이 정치권만의 힘으로 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지식인 사회를 망라하여, 새로운 사고와 패러다임을 갖춘 이들 세대가 정치의 주역으로 등장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논의하고 찾아야 한다.

 

왜 우리 정치에는 '토니 블레어'가 없는가. 신당에 몸담은 젊은 정치인들은 이제는 이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 5년 뒤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지금 시작해도 결코 이르지않다.


태그:#대통합민주신당, #40대 정치인, #정동영, #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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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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