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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이 노래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국민가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인들의 애창곡 우선순위를 굳게 지키는 <소양강 처녀>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소양강 강가에 서서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소양강이 흐르는 호반의 도시 춘천에 있는 아름다운 공지내길을 소개하고 싶다. 소양 2교 입구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춘천시 석사동까지 이어져 있는데 길이는 10km이다.
 
소양 2교 근처 호수에는 물과 어우러진 상징물이 세워져 있다. 물에서 튀어 오르는 소양호쏘가리를 사실적 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2006년 8월에 세워진 이 상징물은 호숫가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양 2교에서 걷기 시작해 쏘가리 상징물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작품을 감상하며 '세상에서 제일 큰 쏘가리야 너 참 멋있구나'라고 찬사를 보낸다. 그 옆의 오리 보트가 쏘가리와 재미있게 이야기라도 나누는 듯한 풍경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호수에 펼쳐진 풍경이 흥미로워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시민들을 배려한 보행자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있어 운동하기에 최고의 시설인데 거기다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운동 중에서 가장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운동인 것 같다.
 
필자도 일주일에 3∼4회씩 걷기를 하는데 이 아름다운 길을 애용한다. 낮에는 시간이 없어 주로 밤을 이용해 걸었는데 오늘은 낮에 걸을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호수를 따라 걷다보면 마음까지도 호수를 닮아 고요해지는 것 같다. 날씨가 화창하지 않아 멀리 보이는 산이 뿌옇게 보여도 자연경관을 보며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발걸음은 새처럼 가벼워진다.
 
걷기운동이 아무리 좋다고 강조해도 환경이 열악하면 불편함이 따른다. 하지만 자동차 매연과 거리가 먼 호숫길을 걷노라면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에서 사는 것에 대해 저절로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
 
소양강 호수를 끼고 4km 정도 걸으면 호수로 연결되는 공지내가 있다. 춘천시내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공지내 주변 6km 구간도 보행자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한다. 공지내 입구에 들어서니 오리들 노니는 모습이 귀엽다. 오리네 대가족이 냇가 얼음판에 나와 추워도 서로 사랑하며 지내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고 보여 주는 것 같다.
 
군데군데 운동기구도 설치되어 있어서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잠시 운동기구로 몸을 풀 수 있다. 10km 구간을 계속 걷기만 하면 조금 지루해질 수 있는데 지루함을 느낄 정도의 구간에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반가운 친구 만난듯 운동기구와 친하게 시간을 보낸다.
 
편한 신발만 있으면 언제든 실천할 수 있는 운동이 걷기니까 비용부담을 해가며 하는 운동과  비교가 안 되는 고부가 가치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열심히 걷다 보니까 건강도 좋아지고 걷기 예찬론자가 되어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는 이야길 자주 듣는다.
 
운동기구에서 운동하는 부부에게 다가가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라고 물었더니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운동을 멈추고 포즈를 취했다. 60대 중반이라고 하는 이 부부도 걷기운동을 꾸준히 해서 건강을 유지하며 지낸다고 했다. 잠깐의 대화에서도 동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어서 처음 뵙는 분들인데도 걷기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다.
 
 
소양강 다리에서 시작해서 석사동 종점 지점까지 총 길이가 10km인데 보통 속도로 걸으면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걷다 보면 중간 중간 얼마나 걸어왔는지 알 수 있는 구간표시판이 세워져 있어서 도움이 된다.
 
사람살이에서 삶의 이정표가 있어야 녹녹하게 살아나갈 수 있듯이, 걷는데도 무작정 앞만 보고 걸어가면 그 길이 삭막하기만 할 텐데 이렇게 표시판을 보고 남은 길을 측정할 수 있으니 반가운 표시판이다.

'아하 내가 6km 걸어 왔네, 나는 지치지 않고 노를 저어가듯 힘차게 걸어왔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끼고 다시 힘찬 발걸음을 옮기며 보행자 전용도로 종착점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긴 구간을 걷다 보면 이색풍경도 만날 수 있다. 공지내 수중보에 물이 흐르는 곳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낚시에 방해될까 조용히 물었더니 빙어낚시라고 했다.
 
낚시 삼매경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는데도 불쾌한 기색 없이 잡은 빙어를 보여 주었다. 걷기운동 하며 얻는 보너스는 사람들과의 마주침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도 서로 미소 지으며 지나치는 여유를 나눈다.
 
두루미가 호수 사촌인 공지내에 놀러 나온 모습이 보인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보행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먹이 찾기에 열중하며 옆으로 지나가도 무심하더니 살금살금 가까이 다가가니까 날랜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 버린다.
 
'에구, 두루미야! 너의 우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데 날아가 버리면 어떡하니?' 하며 아쉬워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보니 여전히 그곳에서 먹이 찾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길 위에 나서보면 사람만 만나는 것이 아니고 새들도 만나고 자연과 만나며 인연을 쌓는 것 같다.
 
보행자 전용도로를 공지내에 만들기 위해서 강바닥을 정비하고 자동차가 다니는 곳과 분리해 옹벽을 쌓았는데 그곳도 예술성을 입혀서 보행자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건강을 위해 걷는 목적도 있지만 자연경관과 벗하며 걸을 때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걷기를 소홀히 할 수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어 걸어보면 생명력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걷고 내일도 걸을 것이다. 사계절 내내 길 위에는 사람들 발자국이 새겨지고 그 발자국 위로 건강이라는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태그:#걷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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