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고,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고, 물건도 좋고 마트보다 오일시장으로 오세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떡볶이, 어묵 등 분식을 팔고 있는 강혜진(31·제주시 외도동)씨는 새해에는 민속오일시장으로 놀러 올 것을 '강력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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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어묵과 떡볶이 등 분식을 팔고 있는 강혜진씨(좌)와 강연숙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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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시작된 가운데 2일 새해 첫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이 열렸다. 제주도민들의 사람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그 곳 민속재래시장에서 우리네 서민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안에서 분식점을 하고 있는 강혜진씨와 강연숙(37·제주시 도남동)씨. 500원짜리 어묵을 하나를 물고 따뜻한 어묵 국물을 마시며 그녀들과 새해 수다를 떨었다.
강혜진씨 소원은 첫째, 돈 많이 벌기와 둘째, 살빼기다. 강씨는 "새해에는 돈도 많이 벌고 예뻐지려고 한다"며 쾌활하게 웃었다.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강연숙씨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자랑을 늘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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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새해가 밝은 가운데 2일 새해 첫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이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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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숙씨는 "새해 첫 오일시장이 열렸는데, 날씨도 춥고해서 손님들이 많지는 않다"며 "대형 마트에 많이 눌리는 것 같지만 덤도 주고, 인심도 가득한 오일시장으로 많이 구경와 달라"고 말했다.
강씨는 "재래시장에 놀러오면 깎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겠다"며 "옛날 먹거리도 많으니 사람들이 많이 놀러왔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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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과자를 팔고 있는 가족 박은자씨(좌), 이경환군(중), 이복현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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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점 옆에는 엄마, 아빠, 아들 한 가족이 옛날 전통 과자를 팔고 있다. 과자집은 오일시장 안에서 인기 만점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옛날 과자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찾는 이가 많았다.
과자점을 하는 박은자(49·제주시 용담동)씨에게 새해 소망을 묻자 "소망이 뭐 있겠어요. 장사 잘 되는 게 소망이지"라며 "우리 아들이 방학을 해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아들 이경환(19)군은 이제 갓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등학생이다. 이군은 자신보다 부모님과 시장이 잘 됐으면 하는 새해 소망을 말하며 "부모님이 몸을 챙기시면서 일하셨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고 재래시장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옆에서 과자를 굽고 있는 이복현(51)씨는 "가족들 건강하고, 아이들 마음 먹은 대로 잘 됐으면 좋겠다"며 "장사가 너무 안 됨수다. 경기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새해의 바람을 말했다.
한 가족이 민속오일시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겨울이라 김장을 담그는 집이 많은데 한쪽에서는 배추 장사가 한창이다.
배추를 팔고 있는 이복순(67·제주시 용담1동) 할머니에게 새해 소망을 묻자 "새해에는 장사 잘 되고 건강했으면 한다"며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새해에 장사 잘 되고 돈도 잘 버는 게 새해 소망 아니라게. 우리 같은 늙은이가 뭐 이서. 건강하고 그런게 소망이주."
뒤에 쌓여 있는 배추를 가리키며 이 할머니는 "이렇게 뒤에 남는 배추가 있으면 안 되는데 이게 없어야 장사가 잘 되는 것"이라며 "싼 물건도 많고, 품질도 좋고, 무엇보다 사람들하고 대화하면서 손님 대접도 받는 오일시장으로 많이들 놀러오라"고 손짓했다.
추운 날씨에도 시장으로 나와 배추를 팔고 있는 할머니는 우리네 어머니다. 오일시장은 '엄마냄새'를 느낄 수 있는 정겨운 고향인 것이다.
겨울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따뜻한 양말이다. 민속오일시장의 한 입구에서 양말을 팔고 있는 고경호(45·제주시 삼양동)씨는 날씨가 추우니 그래도 장사가 잘 되나 보다.
고경호씨는 "경기가 좋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런대로 새해 첫 오일장날 장사가 잘 된다"며 "농촌에 있는 시장보다 그나마 제주시 오일시장 사정이 조금 낫다"고 말했다.
새해 소망을 묻자 고씨는 "장사 잘 되는 거. 그리고 제가 아직 장가를 안 가서 장가를 가는 게 새해 소망"이라고 낯을 붉히며 말했다. 또 그는 "대통령도 새로 뽑혔는 데 정치 잘 해서 서민들 다 잘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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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새해 첫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이 열려 많은 제주도민이 찾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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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민속오일시장의 새해 첫 장날 서민들은 특별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2008년에는 정치인들끼리 싸우지 말고 조금만 더 서민들의 삶을 돌아보는 덕목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민들도 새해를 맞아 고향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을 찾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