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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볼 것 많고, 먹을 것 많고, 물건도 좋고 마트보다 오일시장으로 오세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떡볶이, 어묵 등 분식을 팔고 있는 강혜진(31·제주시 외도동)씨는 새해에는 민속오일시장으로 놀러 올 것을 '강력 추천'했다.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어묵과 떡볶이 등 분식을 팔고 있는 강혜진씨(좌)와 강연숙씨.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어묵과 떡볶이 등 분식을 팔고 있는 강혜진씨(좌)와 강연숙씨.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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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시작된 가운데 2일 새해 첫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이 열렸다. 제주도민들의 사람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그 곳 민속재래시장에서 우리네 서민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안에서 분식점을 하고 있는 강혜진씨와 강연숙(37·제주시 도남동)씨. 500원짜리 어묵을 하나를 물고 따뜻한 어묵 국물을 마시며 그녀들과 새해 수다를 떨었다.

강혜진씨 소원은 첫째, 돈 많이 벌기와 둘째, 살빼기다. 강씨는 "새해에는 돈도 많이 벌고 예뻐지려고 한다"며 쾌활하게 웃었다.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강연숙씨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 자랑을 늘어 놓았다.

2008년 새해가 밝은 가운데 2일 새해 첫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이 열렸다.
 2008년 새해가 밝은 가운데 2일 새해 첫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이 열렸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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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숙씨는 "새해 첫 오일시장이 열렸는데, 날씨도 춥고해서 손님들이 많지는 않다"며 "대형 마트에 많이 눌리는 것 같지만 덤도 주고, 인심도 가득한 오일시장으로 많이 구경와 달라"고 말했다.

강씨는 "재래시장에 놀러오면 깎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겠다"며 "옛날 먹거리도 많으니 사람들이 많이 놀러왔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과자를 팔고 있는 가족 박은자씨(좌), 이경환군(중), 이복현씨.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과자를 팔고 있는 가족 박은자씨(좌), 이경환군(중), 이복현씨.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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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점 옆에는 엄마, 아빠, 아들 한 가족이 옛날 전통 과자를 팔고 있다. 과자집은 오일시장 안에서 인기 만점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옛날 과자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찾는 이가 많았다.

과자점을 하는 박은자(49·제주시 용담동)씨에게 새해 소망을 묻자 "소망이 뭐 있겠어요. 장사 잘 되는 게 소망이지"라며 "우리 아들이 방학을 해서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의 아들 이경환(19)군은 이제 갓 대입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등학생이다. 이군은 자신보다 부모님과 시장이 잘 됐으면 하는 새해 소망을 말하며 "부모님이 몸을 챙기시면서 일하셨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고 재래시장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옆에서 과자를 굽고 있는 이복현(51)씨는 "가족들 건강하고, 아이들 마음 먹은 대로 잘 됐으면 좋겠다"며 "장사가 너무 안 됨수다. 경기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새해의 바람을 말했다.

한 가족이 민속오일시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다워 보였다. 겨울이라 김장을 담그는 집이 많은데 한쪽에서는 배추 장사가 한창이다.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배추를 팔고 있는 이복순 할머니.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배추를 팔고 있는 이복순 할머니.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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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를 팔고 있는 이복순(67·제주시 용담1동) 할머니에게 새해 소망을 묻자 "새해에는 장사 잘 되고 건강했으면 한다"며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새해에 장사 잘 되고 돈도 잘 버는 게 새해 소망 아니라게. 우리 같은 늙은이가 뭐 이서. 건강하고 그런게 소망이주."

뒤에 쌓여 있는 배추를 가리키며 이 할머니는 "이렇게 뒤에 남는 배추가 있으면 안 되는데 이게 없어야 장사가 잘 되는 것"이라며 "싼 물건도 많고, 품질도 좋고, 무엇보다 사람들하고 대화하면서 손님 대접도 받는 오일시장으로 많이들 놀러오라"고 손짓했다.

추운 날씨에도 시장으로 나와 배추를 팔고 있는 할머니는 우리네 어머니다. 오일시장은 '엄마냄새'를 느낄 수 있는 정겨운 고향인 것이다.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양말을 팔고 있는 고경호씨.
 2일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에서 양말을 팔고 있는 고경호씨.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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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따뜻한 양말이다. 민속오일시장의 한 입구에서 양말을 팔고 있는 고경호(45·제주시 삼양동)씨는 날씨가 추우니 그래도 장사가 잘 되나 보다.

고경호씨는 "경기가 좋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런대로 새해 첫 오일장날 장사가 잘 된다"며 "농촌에 있는 시장보다 그나마 제주시 오일시장 사정이 조금 낫다"고 말했다.

새해 소망을 묻자 고씨는 "장사 잘 되는 거. 그리고 제가 아직 장가를 안 가서 장가를 가는 게 새해 소망"이라고 낯을 붉히며 말했다. 또 그는 "대통령도 새로 뽑혔는 데 정치 잘 해서 서민들 다 잘 살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일 새해 첫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이 열려 많은 제주도민이 찾았다.
 2일 새해 첫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이 열려 많은 제주도민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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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민속오일시장의 새해 첫 장날 서민들은 특별한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2008년에는 정치인들끼리 싸우지 말고 조금만 더 서민들의 삶을 돌아보는 덕목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도민들도 새해를 맞아 고향의 인심을 느낄 수 있는 제주시 민속오일시장을 찾아 가족과 함께 나들이 해 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제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제주,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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