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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끝났다. 대선 이후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부동산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정책을 공격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어온 '실용정부'는 이제 입장이 뒤바뀐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던 각종 부동산정책들이 부동산값 폭등을 낳을 것이라는 경고와 우려로 인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고 만 것이다. 

 

인수위에서 내놓는 대답이라는 게 고작 "정책대못을 너무 단단히 박아놔서 빼기가 힘들다"는 변명섞인 푸념뿐이다. 한나라당 내에 소위 경제통이라는 사람도 심상치 않은 강남의 움직임에 대해 "어림없다"고 엄포를 놓고는 있지만, 이런 말뿐인 겁주기는 참여정부에서 생긴 고약한 내성 때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의 달인(?)'이 되어버린 상황이라, 부동산값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방향키는 알맹이 없는 수많은 말이 아니라 실제 집행되는 하나의 정책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정부의 말만 믿고 움직이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바보가 아니란 말이다.

 

실용정부의 부동산 공급정책... 확신범일까

 

실용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부동산정책을 크게 요약해 보자면, 수요억제정책은 완화하고 공급확대정책은 강화하면서 지방건설경기도 동시에 부양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수요억제정책 완화의 구체적인 수단으로는 보유세(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와 거래세(매각측면 거래세인 양도소득세, 매입측면 거래세인 취득세 및 등록세)의 완화가 대표적이다. 공급확대정책에서는 재건축 및 재개발 규제완화를 통한 공급확대 및 지방건설경기부양, 한반도 대운하를 통한 케인즈 식의 전국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실용정부는 선거철에 인기가 별로 없는 수요억제정책 대신 사람들의 표를 얻기가 비교적 쉬운 공급확대정책을 내세워왔다. 만일 실용정부가 대선에서 표심을 의식해 그런 것이라면 이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공급확대가 부동산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진정으로 확신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

 

알면서도 표 때문에 그랬다면 안정적인 정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공약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만약 믿고 있는 것을 확신하고 그대로 추진하는 '확신범'이라면 대책이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일부 보수언론마저도 공약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옆에서 훈수를 두고 있고 한나라당 내부와 경제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만일 실용정부가 내세우는 대로 강남의 재개발 및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재개발 및 재건축을 통해) 기존 도심에 공급을 확대하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얻은 뼈아픈 학습효과를 떠올려보면, 그 결과는 재앙이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만일 부동산불로소득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환수하면서 공급확대를 하자고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아마 이에 대해 반대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부동산불로소득에 대한 철저한 차단 및 환수 장치를 갖추고 공급을 확대한다면 시장에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가수요보다는 대부분 실수요가 나타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용정부는 현재 가장 중요한 부동산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장치인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도 동시에 완화하자고 한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망국적인 부동산값 폭등은 정권 유지도 위협

 

익히 알다시피 참여정부는 부동산값 폭등 때문에 시쳇말로 '골로 간' 것이다.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부동산관련 세금이 너무 과해서 민심 이반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이는 본질을 흐리는 말이다. 부동산관련 세금이 높아진 원인인 부동산값 폭등에 본질적인 패인이 있다고 해야 옳은 말일 것이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면 정권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폭등하는 부동산값을 잡으려면 부동산관련 세금을 높일 수밖에 없다.

 

소위 공급확대론자들은 집을 더 많이 지어서 집값을 잡으면 된다고 하는데, 이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 부채질까지 하는 꼴이다. 공급이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실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이다. 하지만 투기적 가수요를 만족시킬만한 충분한 공급은, 인간이 토지를 계속 만들어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투기적 가수요를 없애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한 후에 실수요에 따른 공급을 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면 일차적으로는 높아지는 부동산관련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민심이 이반된다. 이차적으로는 부동산값 폭등에 편승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수많은 사람들이 부동산값 안정정책에 반대하게 되면서 민심이 이반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무주택자들이 폭등하는 부동산값 때문에 분노하면서 등을 돌리게 된다.

 

결국 부동산값 폭등은 모든 사람을 정적(政敵)으로 만든다.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참여정부에 대한 민심의 평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부동산값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부동산값이 안정되어야 부동산관련 세금도 내려가고 집 없는 사람들도 희망을 갖고 살게 된다. 부동산값이 안정되어야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 땅값과 건물값이 치솟으면 기업들은 생산성과 경쟁력이 약화되고 자연스럽게 지대추구(rent-seeking)에 몰두하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값이 폭등하면 생산요소 중에서 토지에 돌아가는 지대가 더욱 커지게 되고, 노동이 받는 임금과 자본의 이자는 지대가 상승하는 비율만큼 줄어들게 된다. 부동산값이 폭등하면 실질임금이 줄어들고 내집마련 비용과 주택담보대출 이자가 증가해 소비가 감소하게 되고, 기업들의 투자가 축소되어 일자리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쉽게 말해, 부동산값 폭등은 정권유지에도 위협이 되는 동시에 경제를 파탄 내는 주범이 된다는 것이다.

 

실용정부가 살 길은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반면에 실용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정책들을 보면 부동산값 안정보다는 오히려 부동산값 폭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할 정도로 대단히 우려스럽다. 일본 언론에서도 지적한대로, '일본열도개조론'을 내세워 수상의 자리에 오른 다나카 카쿠에이와 '한반도 대운하'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는 불길할 정도로 많이 닮았다.

 

'일본열도개조론'이 조장한 부동산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일본열도를 부동산투기 광풍으로 몰아넣으면서, 끝내는 권력형 비리와 부패로 인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난 다나카 수상과 이명박 당선자가 불길하게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실용정부는 일본이 부동산거품 붕괴를 겪으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을 뼈아픈 타산지석으로 삼아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용정부가 살 길은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 실용정부는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정책의 실정과 실기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용정부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좌파적이라고 공격하면서 반사이익을 얻어왔지만, 참여정부의 경제정책기조가 신자유주의를 더욱 심화시킨 것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그러한 꿩 먹고 알 먹는 이데올로기적 공격은 정권교체까지만 유효하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으니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보아라" 하는 도전에 구체적인 결과를 보여줘야만 한다. 국민들의 머릿속에 "도덕성도 없는데 능력까지 없었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실용정부는 끝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참여정부보다 더한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심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쉽게 말해, 국민들의 배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실용정부는 임기도 제대로 마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만일 이러한 사실마저도 부정하는 자기 확신범이라면 구세주가 온다 해도 구제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구제불능일 것이다.

 

실용정부가 빨리 망하려면 신자유주의를 지금보다 더더욱 심화시켜서 부의 양극화를 더 악화시키면 된다. 반대로 실용정부가 살 수 있는 길은 당연히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다. 익히 알다시피 IMF 이후 커진 자산의 양극화 중에서 단연 으뜸은 부동산이었다. 어느 사회나 토지소유가 불평등해질수록 부의 양극화와 사회갈등은 악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성서에서도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이라는 제도를 두어 토지소유의 평등을 보장하려고 한 것이다.

 

자유(右)와 평등(左)은 반대어가 아니라 동의어다. 평등한 자유의 공리처럼, 모든 사람이 완전한 자유를 누리려면 모든 사람의 평등한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평등한 권리를 침해하는 만큼 누군가의 자유는 침해받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토지제도로는 양극화를 막기가 어렵고 오히려 더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실용정부는 부의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가속페달을 자신에 넘쳐 힘차게 밟고 있다.

 

부동산문제 해결 못하면 통일은커녕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

 

실용정부가 악화되고 있는 부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에 달려있다.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의 핵심적인 내용은 생산적인 노동소득에 대한 감세와 투기적인 토지불로소득에 대한 증세를 동시에 시행하는 '패키지형 조세개혁'과 토지를 정부가 계속 보유하면서 민간에 임대하는 '토지공공임대제'를 들 수 있다. 정부는 토지불로소득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환수하여 정부의 운영과 국민의 복지에 쓰면 되고, 생산적인 경제활동에는 감세를 해주어 시장메커니즘을 통한 자연스러운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실용정부가 내세우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여기에 더해 자연의 산물인 토지에는 증세를 하고 노동의 산물인 건물에는 감세를 동시에 진행한다면, 토지불로소득과 부동산투기는 없애고 생산적인 건설 활동은 자극해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아닌 자연스러운 경기활성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중세율제도는 외국에서도 많은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는 아주 좋은 정책이다. 현재 많은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파괴적인 한반도 대운하를 굳이 강행하지 않아도 이러한 방법으로 얼마든지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공공이 수용한 토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임대하는 토지공공임대제는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이나 환매조건부 방식, 장기전세 임대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은 어차피 한나라당 당론이기도하지 않은가?

 

패키지형 조세개혁으로 대표되는 토지가치환수제와 토지공공임대제는 북한의 토지국유제와 남한의 토지사유제 사이에 가교를 잇는 제도로써, 앞으로 통일한국의 토지제도 통일에도 초석을 놓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노동소득의 완전보장과 토지불로소득의 사회화를 핵심으로 하는 지공주의 사상은 공유만을 주장하는 좌파와 사유만을 주장하는 우파 사이에서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체제대안이기도 하다.

 

통일을 위해서라도 토지제도의 개혁은 대단히 시급한 문제다. 실용정부는 이러한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을 통해 부의 양극화를 막고 부동산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여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어내고 실용정부가 그토록 원하는 선진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만일 실용정부가 부동산문제해결에 실패한다면 정권유지 자체도 힘들 것이고, 심각한 국력의 쇠퇴와 사회분열로 인해 통일은커녕 후진 대한민국으로 남아 구한말 열강들에게 유린당했던 역사적 수치를 또 다시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고영근 기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대자보와 뉴스앤조이, 에큐메니안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종부세, #실용정부, #토지공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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