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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 쉼터 정자가 있는 것이비음산의 특징...사방이 확 트여있어 조망하기 좋다...
▲ 비음산 정상, 쉼터정자 산 정상에 쉼터 정자가 있는 것이비음산의 특징...사방이 확 트여있어 조망하기 좋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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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
꿈이었다고 가버렸다고
안개속이라 해도 워우워우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꿈이었던 시절은 눈물겹게 사라져
어느 샌가 멀지만 찾을 수 있겠지
비가 온다고 바람 분다고
밤이 온다고 해도 워우워우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내 마음‘


이용복 가수의 ‘어린시절’ 노래가 문들 떠올라 콧노래로 흥얼거려 본다. 흥겹게 들리는 노래이지만 아득하게 멀어진 어린시절, 그 시절들을 떠올려 보는 이 시간은 어슴푸레 떠오르는 다시 갈 수 없는 시절이어서인지 알싸하게 마음이 시려 온다.

...
▲ 등산 안내소...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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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산에 들에 아이들 뛰놀고, 산과 들에서 뛰놀다가 출출한 뱃속을 달래기 위해 진달래꽃잎 따다 입에 넣어 먹노라면 입안이 보랏빛으로 물들곤 했다. 양지바른 길 언덕에서 피비를 한 손 가득 뽑아 까먹기도 하고 버들피리 만들어 불곤 했다. 꽃불을 놓은 온 산을 뛰어다니며 한 손엔 꽃을 꺾어 들고 한 손엔 바구니 가득 진달래꽃잎을 담고 야생마처럼 뛰어다녔던 어린시절.

이 시간 아득히 멀어져 간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것은 진달래 군락지 창원 비음산에 올라보니 내 어린시절 다시 떠올라 괜시레 가슴이 설레는 까닭이다. 함께해서 좋은 날, 어제(12. 25)는 봄 산행 사전답사 여행지, 창원 비음산으로 향했다.

북부산 IC를 지나 장유IC를 거쳐 창원터널을 지나 25번 국도를 타고 경남도청을 지나 용추주차장에 도착했다. 주차장에는 차를 댈 장소를 한참 물색해야 할 정도로 차들이 많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곳 산행을 하러 왔다는 것이리라. 오전 10시 35분. 등산안내소를 지나 용추계곡과 비음산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위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 비음산 가는 길... 위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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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계곡 쪽으로 가는 길이 완만하고 잘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아서 그쪽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계획대로 비음산 등산로를 택했다. 나중에 산 정상에 거의 다 왔을 때에야 알았지만 처음부터 용추계곡 방향으로 갔다면 더 즐거운 산행이 되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산행 진행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비음산으로 가는 등산로는 제법 경사지고 힘들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어질 듯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우리도 계속해서 길을 따라갔다. 낮12시 5분에 비음산 날개봉에 도착했다.

봄이 오면 진달래꽃으로 온 산을 꽃불을 놓을 진달래 군락지...저기 비음산 정상 쉼터 정자가 보이고...
▲ 비음산.. 봄이 오면 진달래꽃으로 온 산을 꽃불을 놓을 진달래 군락지...저기 비음산 정상 쉼터 정자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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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바라 본 대암산 정상...
▲ 비음산... 정상에서 바라 본 대암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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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비음산은 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는 처음 와보는 길이라 가장 먼 길로 해서 가고 있었음을 알았다. 토월동 괴산약수터에서 오면 남문에서부터 정상까지는 가깝기 때문에 이쪽이 훨씬 가깝다.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몰라서 시행착오를 거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어느 길이든 배울 것은 있게 마련이다.

정상 주변 바위 위에서...창원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비음산... 정상 주변 바위 위에서...창원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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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길을 몰라서 먼 길을 돌아서 가는 길…. 급경사 진 산길을 계속 내려가니까 진례산성 남문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비음산 정상까지는 제법 멀고 높아 보여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단 한 번도 되돌아간 적 없는 우린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다. 한발 한달 내딛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어렵지 않게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오히려 남문에서부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유쾌했다.

그렇다. 살아가면서 엄두 내기 힘들어 보이는 일도 막상 용기를 내어 한발 내디뎌 보면 생각보다 쉬운 것도 있는 법이다. 오히려 그 길은 즐겁고 신이 날 때가 있지 않던가.

겨울 추위에 어쩌자고 피었는가...
▲ 철 잃은 진달래... 겨울 추위에 어쩌자고 피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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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의자...곳곳마다 놓여 있어 좋다...
▲ 나무를 둘러싼 둥근의자...곳곳마다 놓여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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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에서부터 비음산 정상 일대는 봄이 오면 온 산을 꽃불을 질러 붉게 물들일 진달래 군락지로 되어 있었다. 창원 비음산 진례산성은 창원분지와 김해평야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고대 옛 신라시대 때 축성된 것이라는데 산성터는 흔적만 남아 있었다. 이곳 비음산과 천주산은 매년 4월이면 진달래축제를 열어 창원시민과 여행객들의 마음에 꽃불을 지른다.

비음산 정상에 당도하니 낮 12시 50분, 많은 사람들이 점심 도시락을 먹거나 쉼터 정자에서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있었다. 쉼터정자와 정상 주변에서는 창원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조망하기 좋았다. 봄이 오면 만산홍엽을 이룰 진달래나무들 사이, 평평한 곳에 앉아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었다.

이제 우리가 왔던 길을 내려놓고, 동문에서 용추계곡으로 향하는 길로 걸음을 옮겼다. 봄이 오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일 진달래꽃불을 상상하며 우리의 마음은 이미 설레기 시작했다. ‘봄이 오면 다시 오마!’

에는 제1교에서 10교까지 이런 다리가 놓여 있어 길이 즐겁다.
산새들 소리도 환 하여 더욱 좋고...계곡 물이 불어날 여름이면 물소리 환해서 더 좋을 듯.
▲ 용추계곡... 에는 제1교에서 10교까지 이런 다리가 놓여 있어 길이 즐겁다. 산새들 소리도 환 하여 더욱 좋고...계곡 물이 불어날 여름이면 물소리 환해서 더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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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림욕대에 잠시 누워 ...
▲ 용추계곡에.. 삼림욕대에 잠시 누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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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계곡은 창원시민들을 위해 아름답게 조성해 놓고 있었다. 계곡에 물이 많이 불어날 여름에 오면 참 좋을 듯했다. 비음산 정상에서 용추계곡으로 해서 다시 출발지점까지 내려오기까지 정자가 3개 있고 용추10교에서부터 용추1교까지 다리를 만들어 놓아 올라가며, 내려가며 다리를 건너는 재미도 있었다. 출렁다리로 있어 건너가는 재미도 쏠쏠하고, 용추7교가 있는 지점에는 삼림욕대와 체육시설도 갖추고 있어 인상 깊었다.

계곡 물이 불어나면 더욱 좋을 듯 하다.
▲ 징검다리... 계곡 물이 불어나면 더욱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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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위에서...
▲ 용추계곡... 출렁다리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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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계곡이 끝나가는 지점...저만치 가다보면 약수터가 나오고 더 가면 우리가 출발했던 등산안내소가 나올 것이다. 이 길은 넓고 호젓해서 좋다.
▲ 길... 용추계곡이 끝나가는 지점...저만치 가다보면 약수터가 나오고 더 가면 우리가 출발했던 등산안내소가 나올 것이다. 이 길은 넓고 호젓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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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내려오는 동안 새소리들이 가득하고, 군데군데 평상과 나무를 둘러싼 둥근 의자도 놓여 있어 어디서든 쉬어 갈 수 있고, 좋은 사람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처음 출발지 용추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3시 20분, 총 산행시간 4시간 45분.

조금 늦긴 했지만 계획대로 주남저수지로 향했다. 창원시내를 관통해 진영방면 국도로 해서 동읍으로 진입했다. 주남저수지는 창원시 동읍 대산면 일대에 위치해 있으며 1920년대에 조성된 저수지로 약 600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이곳은 매년 11월부터 따뜻한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철새들이 모여든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니와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한 청둥오리, 가창오리, 쇠기러기 등 20여 종을 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알려졌다.

저녁 무렵...주남 저수지의 표정...
▲ 주남 저수지... 저녁 무렵...주남 저수지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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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 저수지 뚝방 탐조벽 사이로 철새들을 바라보는 동심...
▲ 아이야! 뭐하니?! 주남 저수지 뚝방 탐조벽 사이로 철새들을 바라보는 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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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에 도착하자 많은 사람들이 둑길을 걸으며 겨울철새들을 관찰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가족과 함께 한 사람들, 혹은 연인, 혹은 친구…. 주남저수지에서 추억을 만들고 있었다. 우리도 둑길을 걸으며 겨울철새들의 군무를 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새들을 얼마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맞은 편 논밭에 더 많은 철새들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물빠진 청바지 색 하늘 위를 날으는 새들...
▲ 주남 저수지의 하늘... 물빠진 청바지 색 하늘 위를 날으는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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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저녁무렵...철새들이 가만히 ...
▲ 주남 저수지 의 저녁무렵...철새들이 가만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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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격포처럼 생긴 사진기로 멀리 있는 철새들을 줌으로 끌어당겨 연속적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을 나는 부러워서 쳐다보았다. 기껏 창공에 떠올라 비상하는 겨울철새를 마음먹고 셔터를 눌렀지만 한점의 점으로밖에 담기지 않는 내 사진기하고 비교가 되었다. 연속적으로 터지던 셔터소리, 그리고 카메라에 포착된 철새는 아주 가까이 있어 손에 잡힐 듯했다.

 갈대섬...나무들이 물그림자를 만들고...
▲ 주남 저수지... 갈대섬...나무들이 물그림자를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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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섬...
▲ 주남 저수지... 갈대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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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부러워라. 철새는 눈앞에서 좀 멀고, 많은 철새들의 춤사위를 볼 수 없었지만 주남저수지 둑길을 걷는 것은 나름대로 좋았다. 뚝방 탐조대에 마련된 탐조벽 사이로 겨울철새를 눈으로 찾는 어린아이의 천진스런 모습, 많은 사람들 속에 마치 그들만 앉아 있는 것처럼 강물처럼 고요하게 강을 응시하고 있는 두 남여,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걷는 젊은 부부들, 겨울철새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표정들이 있기에.

위를 걷는 사람들...
▲ 주남 저수지 둑길... 위를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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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한 사람들의 행보에도 강은 고요하고 가만 가만히 산 그림자를 만들어 주고 있고, 주변에는 야생화 전시장과 주남저수지 생태학습관 등이 있어 부모님과 함께 손잡고 온 아이들의 모습들이 보였다. 어느새 해가 서산을 넘고 있었다. 우리는 둑길 끝까지 걸어보았다. 저녁노을이 물들어 가고 있었다. 더 짙어가는 저녁노을을 뒤로하고 우리는 이제 왔던 길로 다시 출발했다. 저녁노을은 더 붉게 물들어 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흔적 없이 사라지고 밤이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주남 저수지에 저 멀리 정병산 정상이 보이고...저녁노을이 물들다...
▲ 저녁 노을... 주남 저수지에 저 멀리 정병산 정상이 보이고...저녁노을이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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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이 켜진 고속도로…. 이젠 비음산도 용추계곡도, 주남저수지도 여행기 속에, 마음속에 그리고 사진에 담긴 추억이 되어 있었다. 어디선가 이용복의 '어린시절'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늘 종일 흥얼거렸던 노래, 알고 보니 내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게 아닌가.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콧노래 부르며 길이 여는 길을 따라 집으로 향하였다.

산행수첩: 용추계곡 주차장(10:35)-비음산 날개봉(12:05)-진례산성 남문(12:20)-비음산 정상(12:50)-점심식사 후 하산(1:30)-진례산성 동문(1:45)-포곡정(2:00)-용추7교(=산림욕대,체육시설_용추정(비봉샘터.W.C 2:50)-등산 안내소(3:15)-용추 주차장(3:20)-주남 저수지.
*비교적 빠른 등산길: 1) 등산 안내소-용추정-포곡정-진례산성동문-비음산정상
                              2) 등산 안내소-비음산 날개봉-남문-비음산정상


태그:#비음산, #용추계곡, #주남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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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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