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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이면서 탄탄한 이론과 실력을 인정받아온 김광수경제연구소 김광수 소장의 두번째 글이다. 대통령 선거이후 한나라당의 BBK 특검 반대에 대해, 정권 시작전부터 반칙하려하고 있다면서 우려하고 있다. 김 소장은 이어 여야 정치권의 무능으로 많은 국민들이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민주주의 시장경제발전을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래는 글 전문이다. <편집자주>

대선 직전에 이른바 'BBK 동영상'이 공개되자 당시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BBK특검'을 전격 수용한다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정치적 승부수는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 당선됨으로써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당선 직후 곧바로 한나라당과 이명박 당선자는 'BBK특검'을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대선이라는 게임의 결과에 대한 수용 문제를 떠나서, 앞으로 국가를 책임질 이들의 공공연한 거짓말과 기만적인 행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시작부터 반칙을 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알 수 있다'는 속담처럼 우리 연구소(김광수경제연구소)는 이런 반칙 행위에 심히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선되자 마자 '특검반대'... 한 가지 보면 열 가지를 아는데

 

이미 언론보도 등을 통하여 다 알고 계시겠지만 'BBK 동영상'이란 이명박 후보가 2001년 광운대 강연에서 BBK가 자신의 것임을 직접 밝힌 동영상을 말합니다. ‘BBK사건' 관련해서 검찰은 이미 이명박 후보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하여 국민 여론의 반발을 크게 샀는데, 검찰 수사결과 발표 직후에 이 'BBK 동영상'이 공개된 것입니다.

 

검찰은 사건의 핵심인 BBK가 이명박 후보의 소유가 아니며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동영상에서 이명박 후보가 직접 BBK는 자신이 설립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입니다.

 

물론 동영상 존재에 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소문이 있었던 터라 여야 정치권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가운데, 서로가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 터트림으로써 선거에서 우위에 서려고 한 계략적인 측면도 다분히 있을 것입니다.

 

정책대결이 아닌 음모나 술수에 가까운 이런 정치적 행태는 여야 피차 일반일 것입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의 이런 음모나 술수에 관계없이 국민들 입장에서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습니다.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BBK특검'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완전히 국민을 기만하는 비열한 행위입니다. BBK 사기사건의 내막과 진실이 무엇인지의 문제를 떠나서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이 권력 쟁취를 위해서라면 국민들을 기만하고 속이는 것도 서슴치 않겠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영상 공방은 정치적 술수... 그래도 국민은 알아야 한다

 

물론 이런 기만적이고 비열한 정치권의 행태는 비단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어제오늘의 일도 아닙니다. 정도와 모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여권 역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는 이런 무능하고 비도적적인 기존의 여야 정치권으로는 절대로 한국사회의 올바른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온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자나 한나라당 입장에서 'BBK사건'과 관련하여 국민들의 오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그 오해를 풀 수 있도록 적극 나서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입니다. 정치인인 이상 모든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검증 받을 의무가 있는 것입니다.

 

 

언론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BBK사건'에 대해 의혹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의혹이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이명박 당선자나 한나라당이 제대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조그만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BBK사건을 자동 연계시키기 때문입니다.

 

역시 이명박 당선자나 한나라당도 그런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이구나라는 식으로 일파만파로 여론 악화가 확산될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뿐만 아니라 국정도 통제할 수 없게 되어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도덕성보다는 경제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게임의 결과에 대해서는 수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로도 들립니다.

 

결과적으로 승자가 되면 그 과정상의 법과 질서를 어긴 것은 모두 사면된다는 또는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물론 공정한 게임의 결과에 대해서는 수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심지어는 한 배를 탄 보수정파조차도 심각한 의혹을 제기하고 분열된 상황에서 무조건 게임이 끝났으니 결과를 수용하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의혹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밝히고 넘어가지 않으면 이명박 당선자나 한나라당도 곤란에 처할 위험이 높습니다.

 

40년만에 패배한 일본 자민당의 교훈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니 모든 의혹은 덮어두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은 마치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일본의 정치판을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80년대 말 일본 정치권은 자민당의 장기집권에 따른 금권부패 스캔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당시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계보를 잇는 가네마루 신 자민당 부총재를 후견인으로 하여 총리가 된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가 1989년 리쿠르트 뇌물사건으로 물러났습니다. 금권부패 사건은 1992년 도쿄사가와규빈(택배회사) 뇌물사건으로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런 가운데 뇌물사건에 연루되어 물러난 정치인들이 1,2년 후에 다시 선거에 출마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들의 선거출마 변은 충분히 자숙했으며 선거에 당선되면 법과 질서를 위반한 것을 사면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황당한 주장에 진절머리를 친 일본 국민들은 자민당 장기집권을 준엄하게 심판했습니다.

 

1993년 총선에서 자민당 정권이 일본사회당과 일본신당의 연립야당에 40년 만에 패배한 것입니다. 그리고 '호소가와-무라야마-하타'로 이어지는 비자민당 연립내각이 탄생한 것입니다.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일본에서 횡행하던 선거 사면론의 황당한 논리가 20년 후 한국에서 다시 재현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일본에 20년 정도 뒤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 국가적 자존심 면에서 매우 고민스럽습니다.

 

그런가 하면 선거 승자에 대한 포괄적 사면론 주장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선진국 사례가 있습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72년 미국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은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캠프가 차려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호텔에 도청장치를 설치하였다가 발각되었습니다. 이른바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사건 수사를 위해 FBI와 상원의 특별조사위원회(특검)가 설치되었고, 닉슨 대통령은 1974년 미의회의 탄핵을 받아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에 사퇴하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도 다나카 가쿠에이 수상이 미국 록히드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건이 발각되어 내각 총사직 후 1976년 일본 검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선진국일수록 선거승자에 대한 포괄적 사면론 주장은 힘 잃어

 

이처럼 미국이나 일본이 민주주의 선진국일 수 있는 것은 법과 질서를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선거 승자일지라도 모든 불법적 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선진국일수록 법과 질서를 위반하는 그 어떤 권력에 대해서도 가혹할 정도로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통령 당선 후 첫 번째 연설의 서두에서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당선자 자신이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마당에, 그리고 심지어는 그런 의혹 해소를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자신이 직접 공언한 것마저도 불과 수삼일 만에 뒤집어버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과 질서를 지키라고 말을 할 수 있는지 심각한 혼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 당선자마저도 공공연하게 반칙을 하고 법과 질서를 어겼다는 의혹을 덮어버리려고 하는데 과연 누가 법과 질서를 지키려고 할까요?

 

물론 한국의 검찰과 사법부는 독립성과 신분보장 나아가 3권 분립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존재이유와 자긍심을 스스로 포기한 채 권력과 금력 앞에 스스로 알아서 기는 독재정권 시절의 비겁한 행태를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력을 앞세운 반칙이 가능할 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법과 질서를 어긴 범법자들은 아마도 누구나 다 자신은 힘이 없어서 억울하게 당하는 것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법과 질서를 지키는 사람은 다 바보가 되고, 법과 질서를 어기는 사람은 다 억울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 부동산투기 하지 마라고 해서 순진하게 투기를 하지 않은 사람들은 완전 무주택자 알거지가 된 것처럼 말입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원칙은 도덕성과 정직성, 그리고 공정성

 

국민들은 각자의 정치적 선호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정치적 선호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합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 절대로 변해서는 안 되는 필요충분 조건들 즉 원칙들이 있습니다.

 

그 필요조건은 도덕성과 정직성 그리고 공정성의 원칙입니다. 또 충분조건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전문성과 공동체적 가치관입니다.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대통령 자신이 도덕성과 정직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 정권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당선자와 한나라당은 'BBK특검'에 정정당당하게 나서 자신의 깨끗함을 입증해야 합니다. 국민 앞에서 자신들 스스로가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공언 해놓고서 금방 그것을 뒤집으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가끔씩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비록 자신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현실정치란 전문성 하나만으로는 할 수 없다고 강변합니다. 현실정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와 이해조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치란 원래 갈등집단 간의 이해조정의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견 그럴 듯한 말처럼 들립니다. 분명히 이해조정 능력도 정치인의 중요한 자질 요소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면서 이해갈등을 조절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사람이 있으면 적당히 한 자리 주거나 이권으로 입막음 땜질을 한다든지, 아니면 서로 적당히 나눠먹기 식으로 그때그때 넘어가는 것이 정치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것을 정치인의 이해조정 능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는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 보니 상대방 정파가 주장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하는 양비론적 주장을 내세워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야 정치권의 무능으로 엄청난 국가적 기회비용 발생

 

정치인들이 그런 식이다 보니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조차 스스로 없애버리는 악순환을 되풀이 해온 것입니다. 그런 기만적인 주장과 양비론으로 위장한 여야 정치권은 근본적인 문제해결 능력 부재를 감추면서도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 유지를 위해 서로 적과 동지로 공존공생하는 기묘한 정치판을 만들어 온 것입니다.

 

그 결과, 국민들 입장에서는 항상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계속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모든 문제들이 다시 전부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국가적 재정낭비와 시간낭비도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부동산문제나 교육문제, 재벌 지배구조 문제, 중소기업문제, 고용문제, 노사문제, 지역균형문제, 농업문제 등 거의 모든 문제들이 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93년 민주화 정부 출범 이후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여야 정치권의 무능은 엄청난 국가적 기회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의 무능과 도덕적 해이로 국가의 성장잠재력과 국민들간의 공동체적 연대감이 급속히 붕괴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나라당 집권 시절에 IMF사태가 발생한 것도 그 이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여러 차례에 걸친 투기버블이 연속된 것도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권 전부가 다 문제를 해결할 전문적 능력이 없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해온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보 또는 보수의 이해갈등 조정을 빙자한 기득권 보호막을 만든 것뿐입니다.

 

여야 정치권의 이런 극심한 무능과 도덕적 해이로 인해, 힘있는 자들은 계속 강해지고 부유해지는 반면 중간계층은 대거 하위 계층으로 탈락하는 극단적인 양극화 사회를 초래했습니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힘센 자들은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과 질서를 우습게 아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제대로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할때

 

이번 대선에서 참여정부의 무능을 심판 받았다고 하지만, 한나라당이라고 지금까지 없던 문제해결 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날 리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는 기존의 여야 정치세력으로는 절대로 한국사회를 개혁할 수 없으며,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검증된 전문가들을 구심점으로 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15년간에 걸쳐 여야 정치권의 무능함과 도덕적 해이는 이미 질릴 만큼 충분히 검증했으니 더 이상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습니다.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 정치권의 무능이나 정치적 음모와 계략 그리고 조작과 선동이 아니라 도덕성과 정직성 그리고 문제해결 전문성입니다. 정치권의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고 문제해결 능력이 없이 무능으로 넘치는 민주주의는 결코 오래갈 수 없습니다.

 

또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정직함과 근면, 절약 정신이 없으면 약육강식의 계급투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안으로 썩어갈 뿐입니다. 우리 자식세대를 위해서 도덕성과 정직성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을 갖춘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30~40대의 자식세대들 가운데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갖추고 있는 재주 있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여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켜 나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태그:#BBK?특검, #이명박, #김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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