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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 속에 자아의 캐릭터 찾기

  

 '스탕달'은 '소설이란 거리로 들고 다니는 거울이다'고 말하고, '앙드레 지드'는 '소설속의 주인공이 실제 삶 속에 등장인물과 똑같을 때 우리의 찬사를 받는다' 이야기한다.

 

 영국 속담처럼 인간은 시적인 요소가 많고 그래서 소설을 즐긴다고 한다. 그러나 이 즐거움을 누리려면 우선 소설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아무리 명작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철학책 읽는 것처럼 중간에서 읽기를 포기하게 된다.

 

 일부 문학평론가들은 요즘 소설 풍토는 서사는 사라지고 묘사만 능한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소설에서 이야기가 사라졌다는 이야기이고, 이야기 없는 소설이 소설인가 의문하게 된다. 대중소설들은 대개 허무맹랑한 말장난과 지리한 묘사만이 만연할 뿐, 정작 필요한 독자가 찾고자 하는 '캐릭터'는 실종된 경우가 많다.

 

#2. '이야기'가 있어야 소설이다

 

 이에 반해 옥태권 소설가는 이야기 자체에 충실한다. 사랑과 감동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엽기’와 ‘발칙한 상상’을 걷어내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고가는 ‘달콤쌉싸름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사랑의 본질을 느끼게 해주며 일상성에 매몰된 현대인들에게는 가슴 한 자락을 씻어주는 소나기 같은 시원함을 준다. 무엇보다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흡인력이 있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는 IMF로 실직한 이후 학교 앞에서 분식집을 하고 있는 주인공을 둘러싼 음식의 맛과 문화적 상징으로서의 초콜릿,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과거의 우울한 기억들이 함께 버무려져 있다.

 

 무엇보다 현실속의 인물처럼 주인공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소설적인 형식과 윤곽을 가진 가공의 인물들이 분명하나, 읽는 독자들은 진지하게 빠져들어, 독자가 갈망하는 현실의 불만들을 해소케 한다는 점이다. 

 

#3. 삶의 선물은 소설이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의 저자 옥태권 소설가는, 부산 지역의 중견 작가이며, 부산 지역 신문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산지니 출판사)>은 부산 지방 출판사에서 드물게 기획된 소설이다. us년말 선물처럼 표제나 디자인 표지도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색깔이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에 상재된 소설들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모든 사랑은, 모든 예술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갈구의 형상화이듯이, 이 창작집 역시 '사랑'을 주요 모티브로 삼고 있다. 

 

#4. '사랑'은 인생의 영원한 주제이며, 소설의 씨앗 

 

  그렇다. 사랑은 인간을 움직이는 '핵'이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는  주로 상처받은 사람과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이 사랑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과 함께 삶의 길 찾기, 역사와 권력, 일상성, 남자와 여자 등이 씨줄과 날줄로 직조되어 있다. 

 

  재미성이 있는 만큼 속독력이 뛰어나고, 빠른 전개와 탄탄한 구조, 말의 묘미를 통해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허를 찌르는 반전을 통해 또 한 번 강한 여운과 따뜻한 감동을 준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에는 '글 써 주는 여자', '남자의 눈물', '세상은 아침에 고분고분하다' 등 단편 7편과 중편 '논개는 없다', 의 총 8편의 작품이 각기 다른 맛과 색깔을 지닌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5. 옥태권 작가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에 대한 변명

 

 '존경하는 선배 허균은 소설 쓰는 이유를 ‘세상에 불만이 많아서’라고 했다지만, 그것이 어디 조선시대에 국한된 얘기겠는가. 세상을 불만스럽게 만든 장본인은 곧 사람이며, 그러한 불만의 대부분은 ‘사랑’과 관련되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결핍이든, 과잉이든, 혹은 무모함이든……. 내가 만든 사랑 이야기, 이름하여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맛이 독자여러분의 입맛에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순도가 높은 초콜릿일수록 쌉싸름한 맛이 감돈다는 것과, 쓴맛을 경험하고 난 뒤에 느끼는 단맛이 더 강하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초콜릿은, 초콜릿이 아니다. 그대 마음의 입으로 베어 문 한 조각, 쌉싸름한 맛에 움찔하다가도 점점 달콤하게 저며 오는 색색의 맛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 맛을 따라가다 보면, 번지수를 찾지 못해 방황하던 잃어버린 그대의 사랑이 거기에 있을 것이다.'

 

#6. 소설가 옥태권 작가를 위한 시인 정일근의 서(書)

 

"소설가 옥태권 형은 ‘바다 사나이’다. 섬인 고향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아시아의 대표적인 항구를 가진 부산에서 살며 소설을 쓴다. 그는 ‘사관과 신사’ 출신이다. 한국해양대학교를 나와 오대양 육대주를 누빈 바다 사관 출신이며, 그런 생의 이력으로 하여 어느 자리에서도 신사로서의 품위와 예의의 진지함을 지키는 소설가다. 그러나 이번 창작집의 주인공들은 그런 품위와 예의 뒤편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사람 옥태권’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아내와 싸우고 영화 <정복자 펠레>를 보며 혼자 눈물을 흘리고, 소설을 읽어 주는 여자에게 ‘옷을 벗어 주실 수 있으신지요?’라고 부탁을 하는 등, 그의 소설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주인공들이 우르르 튀어나와 읽는 우리들을 신나게 하고, 슬프게 하고,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또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눈높이 맞춘 작품들이 이 창작집의 미덕이어서 누구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시라. 소설가 옥태권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바다에 빠져 이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는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옥태권(玉泰權) 1961년 경남 거제 출생으로 한국해양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만에 동아대 국문과에 다시 들어가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마치고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범양상선(주)에서 3년간 승선근무한 뒤, 월간 《해기》 편집장, 부산해양고 교사를 거쳐 현재 부일전자디자인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해양대학에 출강하고 있다.

199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국제신문에 두 번의 중편 소설-「논개는 없다」, 「오나시스에게 독배를」-을 연재했고, 창작집 『항해를 꿈꾸다』, 『해양소설의 이해』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해양과 문학》 편집주간과 부산소설가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이야기

옥태권 지음, 산지니(2007)


태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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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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