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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태안 구름포해수욕장의 기름제거 봉사활동 모습
 태안 구름포해수욕장의 기름제거 봉사활동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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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구에 서서 바라본 구름포해수욕장은 만을 중심으로 둥글게 백사장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 툭 트인 수평선이 하늘까지 닿았습니다. 그러나 바닷가에 놓여 있는 돌들은 모두 꺼멓게 기름이 묻어 있고, 바다에서 불려오는 바람에 코를 자극하는 기름 냄새가 가득합니다.

바닷가에 많은 사람들이 하얀 색이며, 노랑색이며, 쥐색의 방제복에 분홍 고무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름 묻은 돌을 백사장에 운반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은 손에 쥔 수건이며, 옷가지를 들고 기름 묻은 바위며 돌을 닦아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태안 구름포해수욕장의 기름제거 봉사활동 모습
 태안 구름포해수욕장의 기름제거 봉사활동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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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유출 사고 16일째인 22일(토) 새벽 6시, 75명의 교사와 학생들이 전교조 광주지부에서 마련한 버스를 타고 기름유출 사고가 난 태안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오전 10시, 태안군 봉사활동 본부에서 안내해 준 소원면 의향리 구름포해수욕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뉴스에서 보았던 검은 기름 파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땅 속으로 스며드는 원유를 제거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돌에 묻은 원유들은 아무리 닦아내도 기름이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도 방제복과 고무장갑, 장화를 신고 구름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대부분 누구의 지시도 없이, 도착해 보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닷가에 있는 돌을 백사장 가운데로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앞에서 많은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끈적끈적한 원유는 많이 줄었지만 돌에 묻은 기름을 제거하기 위하여 백사장 가운데로 운반하는 것입니다. 백사장 가운데로 운반한 돌에 묻은 기름은 밀물이 되어 잠길 때에 기름이 바닷물 위로 떠오릅니다. 그 것을 위하여 사람들이 줄을 이어서 바닷가에 있는 돌을 백사장으로 옮기고 있는 것입니다.

바닷가에서 약 30m 정도의 거리에 돌을 옮기는 것은 여러 사람들의 협동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일렬로 서서 돌을 전해 받고, 전해 주고 계속 같은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새 백사장에 많은 돌들이 쌓였습니다.

태안 구름포해수욕장의 기름제거 봉사활동 모습
 태안 구름포해수욕장의 기름제거 봉사활동 모습
ⓒ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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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갑니다. 현지 주민인 한상일(63)씨는 처음에 사고가 터지자 ‘이제는 죽었다, 이제는 끝났다’는 생각이 가장 앞섰다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밤낮으로 달려들어 시커멓게 파도쳐 오는 원유를 쉴 새 없이 퍼다가 나르곤 하였다고 합니다.

“지금은 많이 제거 되었어요. 처음에는 검은 파도가 몰려와 해안을 시커멓게 덮었어요. 그 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도와주어서 검은 원유가 많이 제거 되었어요. 하지만 사람들이 갈 수 없는 곳에는 지금도 검은 원유들이 해안에 많이 있어요.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군인들이 제거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봉사자들이 찾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는 다양합니다. 대선 전에는 많은 정치인들이 찾았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좋은 해수욕장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복원이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하는 궁금증도 많았습니다. 배를 운전했던 사람이 지금도 말을 하지 않는다는 분노도 드러납니다.

학생들의 입에서는 재미있는 화제도 많았습니다. 그 중에 인터넷으로 봉사자를 모집하고 줄행랑을 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단연 화제입니다. 인터넷으로 1만5000원씩 받고 봉사활동을 모집해 놓고 600만원을 떼어 먹었다는 것입니다. 요즈음 청소년들에게도 600만원은 돈이 아닌가 봅니다. 해 먹으려면 몇 억씩 해 먹지 겨우 600만원이냐는 것이지요.

그렇지요. 우리들도 봉사활동에 참가하기 위하여 1만8000원을 냈습니다. 그 돈으로 장화와 방제복, 마스크 등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버스 대절비와 3끼 식사비는 전교조 광주지부에서 부담하고요. 스스로 자기 돈과 자기 시간을 들여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태안 구름포해수욕장의 기름제거 봉사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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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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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토) 하루 구름포해수욕장을 찾은 봉사활동 참가자는 약 3천 명 정도 되었다고 합니다. 당일 태안을 찾은 봉사활동 참가자는 약 3만 명 정도 되었고, 지금까지 태안을 찾은 봉사자는 약 30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태안읍 사무소 가영남(재무담당)씨는 태안군에서 봉사활동 지원팀이 꾸려져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각 지역별로 모두 배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주말에는 한꺼번에 많이 몰려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니 매일 고르게 찾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아쉬운 것은 봉사활동이 주말에 집중되다 보니 어려움이 따른다고 합니다. 차량 통제가 잘 되지 않아서 정체되어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들이 많이 들고, 많이 몰릴 때에는 주차 공간도 부족하여 또 다른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합니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찾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특히 밀물과 썰물의 시간을 아시는 것이 좋은데, 밀물이 되어 만조가 되면 봉사활동을 하시러 오셔도 봉사활동을 할 것이 별로 없거든요. 아직도 돌 밑에 흥건히 고여 있는 기름들을 제거하려면 많은 봉사활동이 필요한 말입니다. 언제 끝날지  예측 할 수 없는 기름제거 작업이기에 더 많은 봉사활동에 참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12시가 되자 돌을 나르던 작업을 마치고 바닷가에 앉아 돌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밀물이 되어 바닷가까지 물이 차기 전까지 열심히 닦아내야만 했습니다. 돌을 파면 그 밑에 시커멓게 고여 있는 원유들을 가지고 간 수건이나 헌 옷들로 닦아냅니다. 그러면 금방 수건들이 시커멓게 변합니다.

대부분 봉사자들이 가지고 온 헌 옷이나 수건들로 닦아냅니다. 기름을 잘 빨아들인다는 흡착포는 거의 없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 흡착포가 많았다면 일은 훨씬 더 빨리 진행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흡착포는 정부에서 제공해 주어야 하는데 거의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봉사자들이 직접 가져온 수건이나 옷들이 기름제거에 중요한 도구가 되는 셈입니다. 시커멓게 기름이 묻은 걸레들이 금방 쌓입니다. 그것을 포대에 담아 운반하는 일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모두 열심입니다. 쪼그리고 앉아 닦다 보면 다리가 아프기 때문에 바닥에 그대로 앉아 닦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얀 방제복에 기름이 시커멓게 묻은 사람들이 많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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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가 넘어 점심을 먹으러 주차장으로 나갔습니다. 우리들이 준비해 간 도시락을 바닥에 앉아 먹었습니다. 주차장에는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또 다른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고, 컵라면이나 차를 무료로 주는 곳도 있습니다. 의료봉사차량도 있고, 쓰레기를 치우는 봉사자들, 봉사활동을 하는 행정지원팀들도 있습니다. 모두 훈훈한 모습입니다.

오후 2시, 밀물이 되어 점점 물이 차오르자 백사장에 내다 놓은 돌에서 기름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이제 바닷물 위에 떠오른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입니다. 흡착포를 물에 던져 넣습니다. 그 위에 시커멓게 기름들이 달라붙습니다. 하지만 흡착포가 턱없이 부족하여 안타깝습니다. 우리들이 가지고 간 수건이며 옷들도 던져 넣었습니다. 모두 시커멓게 기름들이 달라붙습니다.

그 흡착포를 던지고 건져내고, 물에 잠기지 않은 돌에 묻은 기름을 닦아 내고, 기름이 묻은 옷이나 흡착포를 건져 포대에 담아 육지로 옮기기는 등, 해안에는 해수욕 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기름제거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든 띠가 해안을 감싸고 있습니다.

태안 구름포해수욕장의 기름제거 봉사활동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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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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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을 등지고 차에 올랐습니다. 모두 밝은 얼굴입니다. 봉사활동에 대한 소감이 즐겁습니다. 광주경신중학교에서 환경을 가르치시는 정인경 선생님은 환경재앙이 엄청난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합니다.

“닦아도 닦아도 다 닦아지지 않는 기름들, 옆 사람과 말 한 마디 나눌 새도 없이 닦았는데 밀물이 밀려오니 파도는 다시 기름을 실어 오고, 기름 제거를 위해 투입되는 엄청난 물자들, 기름을 닦은 걸레들이 포대로 쌓이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타고 온 수많은 차량들이 소비하는 에너지, 산더미처럼 쌓이는 방제복이며 장화며 마스크 등 봉사활동하는 사람들이 남긴 많은 쓰레기들, 모두 일어나지 않아도 될 환경 재앙입니다.”

봉사활동을 마치자고 하여도 끝까지 남아서 기름을 닦아 내던 열성을 보이던 천소영(광주여고 3학년)양은 수능을 마치고 봉사활동에 참여했는데, 나의 조그마한 힘을 보태여 기름을 제거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고 자랑합니다.

“출발할 때에는 솔직히 바다에 놀러 간다는 기분으로 들떠 있었거든요. 바다가 검게 물든 돌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막상 봉사활동을 시작하니 돌을 나르고, 기름을 닦아내고, 또 닦아내니 힘들었어요. 마칠 무렵에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되어 계속 닦아 냈어요. 다시 기회가 있으면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어요.”

몇 사람이 자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여 터진 재앙이 이렇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자기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이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봉사활동에 임하는 모습을 보니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는 말이며, 환경은 오염시키기 전에 조심하여야 한다는 생각들, 모두 가물거리는 말들이 잦아들며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답니다.


태그:#태안 기름유출, #기름제거 봉사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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