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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 눈물 깃든 십일조 받은 하나님, 하늘서 껄껄껄 웃으실까?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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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노조 지도부 33명 해고', '코스콤 비정규직 전원 삭발'

 

'이명박 시대'가 열렸어도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 문제에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지 못한 참여정부가 끝나가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이명박 정부'에 넘겨졌다. 하지만 '해고의 자유'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에서 이들의 미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TV토론에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단 한 번도 이랜드·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그는 또한 이랜드 사태의 원인을 두고 노조를 탓했던 유일한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다.

 

우연일까, 이명박 시대 탄생을 알렸던 12월 19일, 이랜드 노조의 누군가는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 당선자가 "법질서를 세우겠다"고 강조한 20일 오전엔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100일을 맞아 모두 머리를 잘랐다.

 

"이랜드 사태의 책임은 이명박에게도 있다"

 

 

"이랜드 사태의 책임은 이명박에게도 있다"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당선자가 이랜드 사태의 잘못은 노조에 있다고 한 이후, 회사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교섭 직전 노조 지도부 대량해고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랜드는 33명의 노조 지도부를 자르고, 9명에게 3~6개월의 정직을 통보했다. 해고 통보는 20일 예정된 노사 집중교섭을 앞둔 18일~20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사유는 대부분 파업 기간 무단 점거 등의 불법 행위.

 

해고자 명단에는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 등 8명의 교섭위원 중 7명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노사가 연내 타결 하자는 데 합의해 집중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폭거"라고 밝혔다.

 

김호진 뉴코아노조 부위원장은 "노조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들어오라고 하는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한 "이젠 노조를 깨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랜드 노사는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실무교섭을 꾸준히 갖고, 20~21일 집중교섭 등을 통해 연내 타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교섭 직전 회사의 입장이 갑작스레 바뀐 건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해 김용범 이랜드 그룹 홍보팀장은 "4개월 전부터 징계위원회가 열렸다"며 "교섭과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연내 타결 의지가 있다"는 그의 말과 모순된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이랜드의 저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여기서 "이랜드 사태에 이명박 후보의 책임이 있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지나칠 수 없다.

 

이랜드 사태 원인을 노조를 돌린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회사에서 공격적으로 나왔다는 게다. 김호진 부위원장은 "(반노조적인)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이랜드가 노조를 탄압하는 데에 힘을 실어줬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명박 당선자가 지금껏 표출한 노조에 대한 반감이 '위장'이 아니라면, 회사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 변화에 '이명박 탓도 있다'는 노조의 주장은 꽤 설득력을 가진다. 이랜드 그룹은 이명박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는 해고가 자유롭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인지했던 게다.

 

파업 엄단 하겠다는 이명박... "이명박 시대가 두렵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삭발은 이명박 시대의 우울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들이 파업 100일째를 맞이하던 20일, 서울 여의도 코스콤 앞에서 머리를 잘랐다. 몇몇 여성 노동자들은 가위에 잘려나간 긴 머리카락 뭉치와 함께 눈물도 떨어뜨렸다.

 

그 눈물은 차별하지 말라는 당연한 요구 때문에 차가운 길바닥으로 내몰리게 된 현실에 대한 분노에서 나왔을 것이다. 지난 11월 국정감사에서 모든 국회의원들이 코스콤의 위장도급을 지적했고, 13일엔 법원이 '코스콤에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지만, 코스콤은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그들의 눈물은 비단 오늘의 눈물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온갖 BBK 개입 증거에도 부인으로 일관했던 이명박 당선자와 코스콤의 행태가 서로 비슷하다는 건 그들의 마음을 더욱 어둡게 한다.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머리를 자르던 때, 이 당선자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질서와 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많은 이들은 이를 두고 파업을 엄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강성노조를 잡겠다는 사람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우리는 80년대 노동운동을 하는 각오로 다시 결연한 싸움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식 코스콤 비정규직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예전 보다 충돌이 클 것"이라며 "지옥과 같은 세상이 올지 모르니까 두렵고 힘들다"고 밝혔다.

 

기업 하기 좋은 나라와 비정규직법

 

노동자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대선에서 '이명박'을 택했다. 경제를 살려주겠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었다. 성장의 과실이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흘러들어갈 수 있을까?

 

기업들은 끊임없이 정규직의 일자리를 비정규직의 일자리로 대체해왔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이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또한 이 당선자의 기대대로 기업들이 투자를 늘린다면, 또한 대규모 토목공사를 일으킨다면 비정규직 일자리는 더욱 늘어갈 것이다.

 

내년 7월엔 비정규직법이 100명 이상 중소기업에도 확대 시행된다. 2009년 7월엔 5명 이상 사업장도 비정규직법을 따라야 한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비정규직법이 맞닿은 그 지점에 '폭탄'이 숨겨져 있다. 

 

이명박 시대를 상상해보자.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법을 통해 2년마다 해고돼 노동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파업 엄단 방침에 노조는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지 못하고 노동조건은 열악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폭탄이 폭발할 게다.

 

2007년 이랜드·코스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이명박 시대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이랜드 노조원에 대한 해고 통지와 땅에 떨어진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의 머리카락은 벌써부터 짙게 드리워진 이명박 시대의 그늘을 보여주는 듯 하다.


태그:#이랜드, #코스콤, #이명박, #이랜드 사태,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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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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