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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에 찾았던 대명포구를 근 7개월여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 꼭 다시 찾아와 부모님과 포구 바람을 맞으며 회 한 접시 먹으려고 했었는데, 어찌 어찌 시간이 흘러 그 약속을 결국 지키지 못하고,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조이게 하는 초겨울이 되서야 다시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누님도 함께 동행했기에 부모님은 그때보다 더 기뻐하실지도 모릅니다. 안양에서 출발한 저희 가족과 송추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달려온 누님 가족의 상봉지점이 바로 여기, 대명포구입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만나자마자 저와 아내에게 목도리부터 둘려주십니다. 이렇게 바람이 찬데 목을 ‘휭’하게 열어놓고 감기 들면 어쩌냐는 것이지요. 하나는 어머니가 하시던 걸 풀어 아내에게 주시고, 또 하나는 가방에서 꺼내서 저에게 건넸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가방에서 머플러를 꺼내 당신이 하셨습니다. 대체 언제 다 준비해 오신 건지?

 

부모의 내리사랑은 그런 것인가 봅니다. 좀 전에 제 아들이 차에서 내릴 때도 아내는, 아이가 춥지 않다고 하는데도, 굳이 모자를 씌우고 옷깃을 꽁꽁 여며주었으니 말이죠. 정작 자신은 목이 ‘휭’할 정도로 간단히 입었으면서 말이죠.

 

 

포구는 아직 배가 들어오지 않아 썰렁합니다. 한 무리의 낚시꾼들이 미끼를 던져놓고 대어를 기다리고 있을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일행은 간단히 어시장만 둘러본고 ‘외포리’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습니다. 오후 3~4시 사이에 배가 들어온다니 생선회는 그때 살렵니다.

 

대명포구에서 외포리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립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계절에는 이 길이 외길이라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솔직히 좀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곳이지요. 하지만 찬바람이 감도는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 석모도! 석모도!

 

글 잘 쓰는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보다 반해버린 곳 중 하나가 ‘석모도’입니다.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번번이 계획을 세워 놓고 보면 다른 급한 일이 생겨, 여태 못 가본 곳이어서 더 간절함이 더했는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 석모도행 배를 탈 수 있는 곳, 바로 ‘외포리’에 도착한 것이니 제 맘이 얼마나 ‘콩콩’ 거렸겠습니까.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런데 그 줄 한번 깁니다. 아니, 지금 차들이 많아서 기다리는 줄이 길다는 것이 아니고, 성수기 때 얼마나 많은 차들이 몰려오는지 짐작이 갈만큼, 그어진 선이 엄청 많다는 것이지요.

 

하여간 저희는 바로 1번 자리에 차를 딱 세웠습니다. 한참 뒤에 저희 뒤로 두세 대만 더 들어올 뿐이어서 드넓은 대기 공간이 썰렁하기만 합니다. 마치, 학교 운동장에 어린아이 혼자 덜렁 서 있는 그림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실까요?

 

석모도는 강화도 서쪽에 길게 붙어 있는 작은 섬입니다. 그래도 이 작은 섬에 산이 3개나 모여 있다고 하네요. 바로 해명산, 상봉산, 상주산이 그들이지요.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이라는 지명이 나온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바다, 갯벌, 해수욕장, 갯마을 등등이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소문 난 곳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부터, 이곳이 실제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제 눈으로 직접 살펴볼 일만 남았습니다.

 

 

배에 오르고, 그 배가 출발하고, 다시 그 배에서 내리는 데 걸린 시간은 정말 짧았습니다. 잠깐 차에서 나와 선상에 부는 바닷바람 몇 번 맞으니 내릴 준비 하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으니까요. 1번으로 탄 우리 차는, 다시 1번으로 섬에 도착해서 맨 앞에 선두를 섰습니다. 저희와 함께 배에서 내린 다른 차들이 저희 뒤를 졸졸 쫓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석모도에 왔으면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보문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라고 이름 높은 곳이지요.  또한 전등사, 정수사와 함께 강화의 3대 고찰로, 신라 선덕여왕 4년(635)에 금강산에서 내려온 회정대사가 창건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희는 보문사를 보러 갑니다. 벌써 여러 번 다녀가신 아버지의 안내를 받으며 20분 정도 달려서 절 입구,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입장료를 끊고서 상당히 급경사로 이뤄진 진입로에 들어섰습니다.

 

 

산 정상에는 일명 눈썹바위라고 불리는 거대한 바위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습니다. 내려오던 한 등산객은 뒤를 돌아보며, ‘와! 내가 저기까지 같다온 거야’라며 자랑하듯 뽐내며 동료들에게 환성을 질러댑니다. ‘뭐가 높다고 저러지?’ 저는 속으로 의아해 하며, 앞서가신 아버지를 뒤따라 열심히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입구에서 경내까지 그리 먼 길은 아닌데도, 경사가 워낙 가파르기에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집니다. 그 호흡이 턱에 차오를 때쯤, 마침내 평지와 함께 절집 안 마당에 이르렀습니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절집 구석구석을 구경한 뒤 힘들어 못 올라가신다는 부모님과 아이들을 남겨놓고, 저는 다시 마애석불좌상을 보기 위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15분이나 20분 정도 올랐을까? 움푹 파인 바위에 조각 돼 있는 마애석불좌상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서해바다도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씻어내며 긴 한숨 내뿜고 바라본 바다에는, 앙증맞은 섬들과 해안선에 길을 만들어낸 갯벌, 그리고 길게 이어진 수평선 등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한참 땀을 씻어내고, 드디어 마애석불좌상을 보기 위해 눈썹바위라고 불리는 커다란 바위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네모진 얼굴을 하고 펑퍼짐하게 둘러앉은 석불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멀리 서해바다를 향해 평온하게 앉아 있습니다. 안으로 심하게 굴곡진 바위에 석불을 조각할 생각을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땀은 이미 다 말랐지만, 이젠 그 촉촉함으로 오히려 더 한기가 느껴져, 옷깃을 다시 꽁꽁 여미고 석불을 뒤로 하고 다시 계단을 내려와 가족들이 기다리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내려가는 내내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곳에 오르지 않았다면 결코 석모도에 왔었노라고 말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 말이죠.

 


태그:#석모도, #보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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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 이야기, 혹은 여행지의 추억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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