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연지원’이라는 팻말을 보면서 ‘제대로 찾아왔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새긴 장승이 입구에서 차례로 손님들을 반겨주었다.

입구에서 300여m정도 올라가면 집에 도착한다.
 입구에서 300여m정도 올라가면 집에 도착한다.
ⓒ 이원석

관련사진보기


은행에서 30년간 근무한 후 지점장으로 정년퇴임한 박찬식(59)씨가 그림을 그리면서 전원생활을 하기 위해 경북 영천시 화남면의 한 한적한 마을에 들어온 것은 지난 2004년. 1년간의 공사 끝에 2005년 9월 입주했고 틈나는 대로 주위경관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과수원 1500여 평을 구입해서 집과 화실인 기림산방, 연지 등을 조성하고 연못의 이름을 따 연지원이라 이름을 지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해 농장 한가운데에 조성한 연지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해 농장 한가운데에 조성한 연지
ⓒ 이원석

관련사진보기


입구에서 집이 있는 위쪽으로 올라가면 보면 거위농장이 나온다. 농장주위에 만들어놓은 오리모양의 솟대가 인상적이다. 조금 더 지나면 연지(蓮池)가 나타난다. 원숭이‧거북 모양 등 희귀한 돌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 운치를 더한다.

박찬식씨가 그림을 그리는 기림산방
 박찬식씨가 그림을 그리는 기림산방
ⓒ 이원석

관련사진보기


장독대를 지나 가장 안쪽에 기림산방이 있다. ‘기림’은 그림의 사투리로 그림을 그리는 곳을 의미하지만 한자로 기를 모아 정성을 바치는 곳이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기림산방 뒤쪽에는 뒷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모이는 작은 소(沼)가 있다. 비개인 후 초승달이 뜬 날, 달빛 아래에서 물소리를 듣고 있으면 세상 온갖 번민이 다 사라지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고 한다.

박씨부부가 농장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전원주택
 박씨부부가 농장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전원주택
ⓒ 이원석

관련사진보기


“지금까지 그룹전에만 20여회 참가했습니다. 회갑 때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개인미술관도 지을 생각입니다. 그때가 되면 손수 심은 느티나무와 벚나무 100여 그루가 적당하게 자라 건물과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은행에 들어가면서부터 시작한 박씨의 그림경력은 30년이 넘는다. 대구에서 지점장을 할 때는 매월 우수고객을 선발, 자신이 그린 그림 한 점씩을 선물로 증정해 화가 지점장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락방에는 박씨가 그린 유화 500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다락방에는 박씨가 그린 유화 500여점이 보관되어 있다.
ⓒ 이원석

관련사진보기


다락방에는 박씨가 그린 유화 500여점이 보관되어 있었다. 작품의 소재는 자연과 인물 등으로 다양했다. 한 점을 그리는데 한 달 이상 걸리는 것도 있고 불과 1시간 만에 완성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씨는 새벽 5시30분에 기상해서 거실에서 몸을 푼 뒤 1시간 정도 잔디밭에서 검도수련을 한다. 운동 후 집 주위를 돌면서 잡풀을 베고 거위와 토종닭, 개에게 먹이를 주면서 하루일과가 시작된다. 주로 아침, 저녁으로 사과나무 220주가 심어진 500여 평 과수원의 풀을 베고 약을 치며 그림은 낮과 밤, 비올 때 주로 그린다.

박찬식작 '고향집'. 10P
 박찬식작 '고향집'. 10P
ⓒ 이원석

관련사진보기


경산 대원리 고향집이 진량공단에 편입되면서 돌아갈 곳도 없어서 이 집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인 박씨는 부인 신상국(54)씨와 1남1녀를 두고 있으며 딸은 미국에 유학 중이고 아들과 며느리는 대구에서 의사를 하고 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해달라고 하니 “집보다는 주위 경관에 신경을 써야 오래도록 싫증이 나지 않는다”며 “도시생활보다 불편한 것도 많기 때문에 한사람의 일방적인 생각보다는 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모아서 결정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연지원 일대에서 3시간여에 걸쳐 이루어진 박씨와의 인터뷰
 ▲ 연지원 일대에서 3시간여에 걸쳐 이루어진 박씨와의 인터뷰
ⓒ 이원석

관련사진보기


처음에는 친구들이 놀러왔다가 돌아가고 나면 많이 외로웠지만 이제는 부부만 생활해도 적적하지 않을 만큼 전원생활에 적응이 되었다는 박찬식씨는 영원히 사라질 고향집을 거실 벽에 걸어두고 수시로 바라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고 있다. 전원에 묻혀 땀을 흘리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이들 부부의 삶에서 평화가 느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영천뉴스24에도 게재되었습니다.



태그:#연지원, #기림산방, #전원생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