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명박 무혐의', 왜 믿지 못하나

 

"(내가) BBK를 창업한 바 있다"

 

범죄 수사에 있어, 가장 참고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자백'입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중앙일보>와 <월간중앙>, <일요신문> 등 숱한 언론에서 '자백'을 했던 바 있습니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김경준 사장을 영입하면서 아비트리지(차익) 거래에서 28.8%의 수익을 봤다"면서 김경준씨의 어깨를 연방 토닥였다고도 합니다.

 

이명박 후보는 이에 대해 '오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죠.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며,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누구보다 염원하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뭐가 답답해서 이명박 후보를 궁지로 몰아가는 오보를 내겠습니까?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BBK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면서 이명박 후보에 대해 '무혐의'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뚜렷한 정황근거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으며, "무혐의라고 그러는데 웬 말이 그리 많으냐"는 식의 고압적인 태도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용의자의 자백'을 완전히 무시하는 수사를 강행했습니다. 수사를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용의자의 자백'을 공적 공간인 언론 보도에 그대로 게재한 기자들을 마땅히 참고인으로 불러 수사해야 마땅했습니다.

 

'BBK투자자문'이 새겨진 명함을 이명박 후보와 측근 김백준씨에게 직접 받은 바 있다고 주장한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도 마땅히 소환해야 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소환할 의지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장준 전 대사는 검찰청사에 걸음 하나 디뎌보지 못하고, 무시당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무혐의'를 이야기했으니 검찰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전통적으로 우리 국민들은 '검찰'을 떠올리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같이 떠올리거나, "힘 있는 자들에게 약하다"는 인상을 기억합니다.

 

그런 상황에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삼성 비자금 의혹' 속에서 다수의 유력한 검사들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신뢰도 제로'인 상황에서, 율사 출신들이 유난히 많은 한나라당 소속의,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에 대해 뚜렷한 근거도 설명하지 못한 채 '무혐의'만 우기고 있으니 저항이 끊이질 않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대선을 3일 앞둔 시점에서, 이제는 '동영상'이 폭로됐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2000년에 광운대에서 특강을 진행하면서 "BBK를 창업한 바 있다"고 발언한 동영상입니다. 여지가 없습니다. 이 동영상에 따르면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한 것이기 때문에, '조작'이라고 주장해봐야 웃음거리 밖에 되질 않습니다.

 

끊이지 않는 'BBK 의혹' 속 노무현 대통령의 선택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무혐의'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소문이 불거져 나왔습니다. '노무현-이명박 빅딜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정면으로 제기한 바 있습니다. 제목도 아주 노골적입니다. <노무현과 이명박 통했을까?>입니다.

 

'노무현-이명박 빅딜설'은 이회창 후보 캠프 측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번 수사(BBK 의혹 수사) 결과는 '노명박(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의 작품이다. 양측 핵심 인사가 골프를 치면서 조율하는가 하면, 12월 2일에 일종의 '딜'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러면서, 정동영 캠프 측이 12월 6일자 '정동영 통신'이라는 홍보메일에 '시선 끄는 이명박 후보-참여정부 빅딜설'이라는 제목의 글 속에 강삼재 팀장의 주장을 그대로 전했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정동영 후보의 모 측근이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는 것, 한번 해보는 데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노명박 의혹'의 중심에는 '삼성'이라는 축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삼성그룹의 밀착은 이미 <한겨레21> 등이 의혹을 제기한 바 있는 가운데, 김용철 변호사도 "이명박 후보의 사람과 정책에 삼성의 흔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거론한 적이 있습니다.

 

황영기씨와 지승림씨 등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비자금 계좌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측근들이 이명박 후보 측에 가담한 바 있고, 결정적으로 삼성전자 출신의 참여정부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전 장관도 "이번 대선은 물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기업경영의 성공 경험이 있는 CEO 출신이 국가 지도자가 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통해 사실상 이명박 후보를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광운대 동영상'이 묘한 기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BBK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유난히 침묵을 지킨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 검토"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통용될 수단은 검찰청법 제8조에 적시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입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또한 이명박 후보는 '광운대 동영상'의 파장 여파 속에서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습니다. 분위기가 기묘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 지휘권 발동'과 '특검 수용' 사이에서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 선정에 있어 참여연대와 민변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사안 중 하나는 "대한변호사협회가 거론한 특검 후보들은 삼성과 연관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판사 출신'의 박재승 변호사를 추천한 바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BBK 특검'을 수용한 이유도 이 지점에서 뭔가가 느껴질 것입니다. 특별검사 선정 과정은 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과 노무현 대통령의 임명 과정을 거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명박 후보 입장에서는 '특검'도 반드시 위험하기만 한 선택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상황에 따라 정치적인 메시지들이 얼마든지 개입할 여지도 있으며, 특검 수사에 있어서도 '무혐의'로 발표될 경우에는 '이명박 당선자'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집니다. 오히려 '특검 강행'을 선택한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이 궁지에 몰리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입니다. '노명박 빅딜설'의 사실 유무 판단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은 180도 다르게 읽혀질 것입니다. '지휘권 발동'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명박 후보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재수사 지시 제스처를 취하면서 그 재수사 결과나 특검에서도 '이명박 무혐의'가 발표될 경우에는,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든 이명박 후보에게 빚을 하나 주는 셈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 '정치 재개'라는 것도 감안한 예상일 것입니다.

 

반대로, '노명박 빅딜설'이 사실이 아닐 경우에는 이명박 후보의 막판 도박이 오히려 스스로의 목에 칼을 겨누는 이상한 꼴이 연출되겠죠. 이명박 후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노명박 빅딜설'이 도움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빅딜 상대'이기에 도와줄 수 있기를 바라는 믿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 입장에서는 정권을 잃는다 해도, '이명박 당선자'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이점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사결과에 따라 총선 이전에 탄핵을 시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BBK 특검'을 강경하게 밀어붙였을 것입니다.

 

'BBK 특검'이 통과될 경우, '삼성 비자금 의혹'과 마찬가지로 특별검사로 누가 선정되느냐는 것이 가장 중요해질 것입니다. 특별검사가 정치적 상황에 눈치를 볼지 안볼지, 그런 여부도 중요해지겠죠.

 

만일, 'BBK 특검' 결과에서도 '이명박 무혐의'가 발표될 경우에는 대통합민주신당나 이회창 후보 측이 완벽하게 코너에 몰려 총선에서 몰살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BBK 특검'은 한나라당이나 대통합민주신당과 이회창 후보 측에도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BBK 의혹 파장'은 국민의 책임도 있어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과 준법의식 자체는 더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밝혀졌습니다. 우리는 장상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단 한번의 위장전입을 계기로 낙마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무려 17번이나 위장전입을 시도한 바 있으며, 위장전입과 갖은 실언 등 역시 그때마다 반발을 유도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명박 후보가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는 것은, '안티노무현 정서'가 '여권 보이콧' 정서와 맞물렸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의 '샐러리맨 신화' 이미지가 경기불황을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도 만만치 않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현대건설 신화 이미지'는 '분식회계 의혹'과 '1990년대 초반 이라크 공사대금 미수금 의혹', '서울특별시 대형 적자 생산'이 개입되지 않은 것이며, 위장전입과 위장취업으로 인해 기본적인 도덕성도 인정받지 못한 상황입니다.  

 

상당수의 국민들은 정치불신 속에서 공약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메니페스토'에 익숙하지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뚜렷한 이유도 읽어내지 못한 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안티 정서가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입니다. '노명박 빅딜설'은 그래서 더 아이러니한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의 도덕불감증이 극단적으로 치달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통령이란 위치는 총체적인 권력과 인사권을 한손에 쥐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엄격해야 하며, 그 친인척들 역시 단속할 수 밖에 없는 대상입니다. 하지만 총체적인 도덕성 결핍을 그대로 인정한 상황이라면, 국민들은 그런 단속 의지를 스스로 해제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일례로, 대구 지역의 일부 학부모들이 위장전입을 시도하다가 적발되자, "대통령 후보자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할게 뭐냐"는 반응을 보였을 것입니다. 대통령과 그 측근들, 그리고 그 친인척들의 도덕성과 준법의식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을 경우, 어떤 사회가 만들어질지 눈 앞에 훤히 보이는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 그리고 이명박 후보의 총체적인 도덕성과 준법정신에 심각성을 못느끼는 우리 국민들의 선택입니다. 최악의 결과가 온다 해도, 누구를 탓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선택, 과연 어떤 결과를 유도할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명박 강연 동영상, #이명박, #BBK, #노무현, #노명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