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BBK 강연 동영상'을 공개한 대통합민주신당은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며 이 후보를 압박했다.  

신당은 16일 오전 9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해당 영상물을 공개하면서 "거짓말쟁이 대통령 후보는 나라의 수치이자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이 후보에게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마침내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신당이 공개한 영상물은 지난 2000년 10월 17일 이 후보가 강사로 나선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 현장을 담은 2시간짜리 영상물로, 이날 신당은 이 후보의 주요 발언을 압축한 2분 20초짜리 편집본을 공개했다. 

이 영상물에서 이 후보는 "금년 1월달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신문에 증권회사를 만든다 이렇게 났다", "BBK 투자자문회사는 금년(2000년) 시작했지만 이미 9월말 28.8% 이익을 냈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이같은 내용은 그간 "BBK와 무관하다", "BBK 관련된 인터뷰 내용은 오보"라던 이 후보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신당은 이를 두고 "마침내 이 후보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 후보의 사퇴를 압박했다.

선대위 지도부는 이날 동영상 공개에 앞서 '부패정치세력 집권저지와 민주대연합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등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동영상 공개를 '드레퓌스 사건', '워터게이트 사건' 등에 비유했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느꼈다, 선거를 떠나서 한국 사회가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며 "진실이 어떻게 판정되느냐에 따라서 나라의 기강, 도덕적 기준이 정립되느냐 무너지느냐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드레퓌스 사건'이라는 역사적 진위공방을 경험했는데, 이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진위공방"이라며 "국회에 상정된 'BBK 특검법'을 통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정치 지도자라면 사실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국민에게 책임져야 한다"며 "그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 선거에 사퇴를 결단하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 사퇴하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정동익 민주평화국민회의 상임대표는 "오늘 이 후보 본인의 입으로 'BBK를 설립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면서 "공개된 내용을 보고 검찰이 이렇게까지 엉터리로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인지 경악했다"고 말했다.

정 상임대표는 "진실은 밝혀졌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워터게이트 사건 때 거짓말을 했다는 한 가지 이유로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며 "거짓말 후보, 부정부패 일삼는 후보는 한국의 최고 지도자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BBK 특검법, 즉시 통과시켜야"

신당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후보가 스스로 'BBK를 자기가 설립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며 "움직일 수 없는 증거 앞에서 이 후보는 뭐라고 변명할 것이냐, 이것을 조작 혹은 위조라고 할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되더라고 BBK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직을 걸고 책임지겠다던 이 후보의 공언처럼 모든 책임을 지고 대통령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의 거짓말은 그 자체로 나라의 수치이자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BBK 사건에 대해 이 후보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검찰을 향해 "부패한 권력과 야합해서 진실을 생매장하려 했던 자신들의 범죄적 행위를 자백하고 국민의 심판을 달게 받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는 BBK 주가조작사건의 은폐된 진실을 남김없이 밝혀낼 특검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은 더 이상 진실을 억압하지 말고 특검법 처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