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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종일 허리 한번 안 펴고 수거한 기름을 다시 바다에 쏟아 붓는 게 말이 되나?"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에 대한 복구작업이 6일째를 맞고 있지만 땀 흘린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사례가 계속되고 있다. 현장 자원봉사 운영체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12일 밤에는 우려했던 어이없는 현장 장면이 잡혔다. 신두리 사구 앞 해수욕장에서 수 천여명이 종일 흘린 땀방울을 수포로 돌린 일이 일어난 것.

 

[관련 기사] 밤에 찾은 신두리, 종일 한 일 '헛일' 되다 - 신문웅 기자
 
이날 오후 4시경 찾은 현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3000∼4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찬 바람이 일고 서서히 밀물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형형색색의 방제복을 입고 복구작업을 펼치는 모습은 그 자체가 장관이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1만 5000년에 걸쳐 만들어진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사구만은 내 손으로 지키고 싶었다"며 자원봉사 소감을 밝혔다.

 

수 천명 땀방울, 다시 바다에 쏟아 붓다

 

사구 앞 해안선 끝에는 하루 동안 수거한 수 백여 톤에 달하는 수거한 기름과 오염된 모래 등 폐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취재팀은 현지 주민들의 진술을 근거로 방제 담당자들에게 "수거된 기름 폐기물이 바닷물에 잠길 우려가 크다"며 "보다 높은 장소로 옮겨야 한다"고 설득과 당부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방제담당자들은 하나같이 "괜찮을 것"이라며 하루 동안의 복구작업을 종료했다. 이후 수 시간 후 다시 찾은 신두리 사구 앞은 처참한 광경을 드러냈다. 수백 톤의 폐기물이 들어온 바닷물에 푹 잠긴 것. 수도 없는 수거한 기름통이 넘어져 바닷물에 다시 시꺼먼 기름을 풀어놓았다. 오염된 흡착포가 떠내려가기도 했다.


현장 취재팀마저 신두리 사구에 주저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수차례 지적된 현장복구작업에 대한 현장지휘체계의 부실에 기인한다. 지휘체계가 있다 하더라도 물 때와 물이 드는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현장을 떠맡고 있다.

 

더 이상 땀방울 헛되게 말아야

 

관제와 사고 조사, 주민 동원을 맡는 부서가 3원화 돼 있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하루 동안 봉사한 자원봉사자 집계 수도 들쭉날쭉하다. 어느 곳은 인력이 넘치는가 하면 어느 곳은 인원 부족으로 발을 구르고 있다. 현재 해상관제는 해양수산청, 바다와 사고 조사는 해경, 육지 사안은 시·군이 맡고 있다.

 

실제 이날 십리포, 천리포, 만리포, 의항, 신두리 해수욕장 등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지만 나머지 장소에서는 장비와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물론 아직까지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방제장비 배분도 마찬가지다. 흡착포가 남아도는 곳이 있는 반면 아예 장비가 공급되지 않아 손을 놓고 있는 곳도 나오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방제 작업 운영 체계 미숙과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다시 지적할 수 밖에 없다. 종합 관리시스템을 마련하고 종합상황실에서 인력과 장비 신청, 배분을 일원화해 달라는 지적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작업 매뉴얼을 작성·배포하고 현장지휘체계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열 일 제쳐놓고 힘을 보태겠다고 달려간 사람들의 땀방울을 헛되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태그:#태안반도 기름유출, #태안,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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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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