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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오후 참여연대에서 열린 '17대 대선, 인터넷 선거 참여를 돌아본다' 토론회에 참석한 불로거와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선거법 93조를 성토했다.

"차라리 검열을 하라."

 

다음 블로그에서 '한글로'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광현(33)씨의 말이다. 70~80년대 검열을 원하는 21세기 블로거? 선뜻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씨는 "많은 블로거가 선거법 위반에 걸려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며 "간이 쪼그라들어 글을 못 쓰겠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으면 공무원시험도 못 본다"면서 "차라리 모든 글을 검열해서 내보내라"고 말했다.

 

정씨는 또한 "단순한 정치적 견해를 피력했다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잡아간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네티즌은 신문 짜깁기를 해 '대통령 이명박 괜찮은가'라는 사진 UCC를 올렸는데 선거법에 걸려 경찰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문기사는 괜찮고, 신문 스크랩하면 잡아가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선거법 과잉 단속에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사례가 쏟아졌다. 11일 오후 2시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17대 대선, 인터넷 선거 참여를 돌아본다' 토론회에서다. 선거법 과잉 단속 제보를 받고 있는 대선시민연대가 주최했고, 정씨와 함께 많은 전문가들이 의견을 내놓았다.

 

인터넷 상의 모든 글은 선거법 위반 조사 대상?

 

'정치포털 사이트에 선거에 대한 전망과 여론조사 분석, 자신의 견해 등을 담어 올린 글' '포털 사이트에 제안된 '이명박 후보 자녀 위장취업 관련, 세무조사 촉구 온라인 청원' '한 블로그에 올려진 'BBK 사건' 해설 동영상' '1가구 1주택 캠페인 관련 각 후보의 입장을 설명하는 동영상'

 

 다음 블로그에서 '한글로'라는 이름으로 활동중인 정광현씨는 선거법 91조 1항과 관련 "차라리 검열을 하라"고 외쳤다.

위의 제시된 UCC의 공통점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쇄물이나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 또는 게시할 수 없다'는 선거법 93조 1항이다.

 

정씨는 이 조항에 대해 "오프라인 조항을 인터넷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180일 전 금지 조항'이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인터넷의 특성과 모순된다는 게 그의 문제제기다.

 

인터넷에서는 몇 년 전에 쓰인 글도 검색, 이슈트랙백, 링크 등을 통해 언제든지 읽힐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인터넷 상의 모든 글은 '180일 전 금지 조항'에 따라 선거법 위반 조사대상이 된다.

 

정씨는 선관위에 "180일 그 이전에 모 후보를 비난한 글을 썼다면 위법이냐"고 물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답이 돌아왔다.

 

창조한국당 법률특보로 일하고 있는 김경진 변호사는 "네티즌들이 외국 서버에 글을 올리면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인터넷을 통한 정치적 견해 개진은) 완벽하고 상시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의사 표시할 수 있는 건 1년에 3일"

 

문제는 이뿐 아니다. 선거법 93조 1항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라는 모호한 표현이다.

 

이를 두고 박주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경찰과 선관위에서 너희들 마음을 다 안다는 전제 하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이라며 "마음대로 판단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거법 93조에 따라 1년 중 정당에 대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건 단 3일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박사는 "매년 4월과 10월 보궐 선거가 있으니, 180일 전 금지조항에 따라 360일과 선거일 이틀을 포함해 1년 중 362일은 정치적 의사 표현을 못 한다"고 주장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대 교수는 "선거권이 의미가 있으려면 정치관련 정보의 유통이 자유로워야 하는데, 우리 선거법은 그 유통과정을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예 공식선거기간을 없애 언제든지 정치적 의사 표현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선관위에 의해 삭제된 '대통령 이명박 괜찮을까?"라는 제목의 사진 UCC.

 

그렇다면 선거법 개정은 이뤄질 수 있을까? 선거법 개정 문제는 우선 선관위와 사법부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다.

 

박태순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선대위 시민사회위원회 기획본부장은 선관위의 과잉단속과 관련 "선관위가 방송위와 같은 독립적 행정규제기구지만 무한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관위원장이 대법관이기 때문에 법원이 선관위의 손을 들어주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불복종을 통해서라도 정치개혁 이끌어내야"

 

박 본부장의 주장이 사실일까. 선거법 93조 1항의 적용대상에 인터넷이 포함된 것은 2005년 대법원의 판례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경우 네티즌들이 청구한 선거법 93조의 위헌성 여부를 심리 중에 있다.

 

선거법 개정의 공은 사법부에서 입법부로 넘어와야 하지만, 입법부 역시 선거법 개정 의지가 약하다. 정치개혁특위는 선거법 개정보다는 정치 공방만 일삼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은 선거법 93조의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엽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특위에 대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민불복종 주장도 나왔다. 송경재 박사는 "2000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역시 선거법 위반이었지만 깨끗한 정치를 원하는 시대정신과 맞물려 정치개혁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선거법 93조가 살아있는 이번 대선은 '재미없는' 대선이 됐다. 정씨는 그 이유로 "선관위의 과잉 단속으로 국민의 입을 막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두고 '네티즌 공안 정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선관위는 1000여명의 '사이버 선거 부정 감시단'을 동원해 대선 관련 게시물을 삭제하는데 열심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12월 2일 현재 선관위에 의해 삭제된 대선 관련 게시물은 6만 5108건에 이른다. 또한 '사이버 선거사범'으로 입건된 네티즌은 1312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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