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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ECD 국가들의 ODA(공적개발원조) 통계가 발표되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 방침도 발표됐습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간 갈등으로 인해 그동안 부족했던 대외원조를 확대하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대외원조기본법' 제정은 험난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OECD 국가들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판명난 한국의 ODA 실태를 짚어보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대외원조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봅니다.

관련기사('대선의 중심에서 'ODA 0.3%를 외치다')에서는 17대 대선 과정에서 대선후보들을 상대로 GNI 대비 'ODA 0.3% 확대' 촉구 시민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기독교사회책임 사무총장 김규호 목사를 만나봅니다. <기자 주>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규모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적다는 지적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확대·제도화하기 위한 관련 입법 논의 과정에서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1월 20일에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빚어진 일로, 그 여파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회 통외통위에는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ODA(공적개발원조) 관련 사업들을 정부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기 위한 '대외원조기본법'(대통합민주신당 김부겸 의원 발의)이 상정돼 있다.

이 법안은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유상원조는 재정경제부가, 무상원조는 외교통상부가 현행대로 관할하되, 국무총리실 산하에 대외원조정책위원회를 설치해 두 업무를 조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19일에 발의돼 지금까지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재경부와 외통부, 대외원조 관할권 놓고 '밥그릇 싸움'

두 부처 간 다툼이 벌어진 것은 '다자원조'의 관할권을 누가 갖는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다.

다자원조는 주로 국제금융기구에 출자한 기금을 통해 저개발국가들에게 간접 지원되는데, 이를 '유상원조'로 볼 것인지 '무상원조'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붙은 것이다. 현재 상정된 법안에는 이를 무상원조로 보고 외교통상부 소관으로 하도록 돼 있다.

국회 속기록에 따르면, 재정경제부 임영록 제2차관은 그 날 회의에서 "현행법상으로 국제금융기구 관련 업무는 재경부 소관"이라며 "다자원조의 83%가 국제금융기구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이는 재경부 소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외교통상부는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외교통상부 김호영 제2차관은 "국제금융기구로 제공되는 다자원조는 한국은행 외환보유고를 통하기 때문에 예산 범위 밖에서 다뤄져 왔다"며 "(관할권을 명확히 해) 예산집행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보다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외교부가 대외원조의 집행 과정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부처 간 공방에 1년째 제자리걸음... 대체 ODA가 뭐길래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공적개발원조 혹은 정부개발원조로 풀이되며,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 빈곤퇴치와 경제발전, 복지향상 등을 위해 제공하는 원조를 말한다. 크게는 증여 형태로 제공되는 무상원조와 차관 형태를 띤 유상원조로 나뉘며, 앞서 밝혔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가 이를 각각 나눠서 맡고 있다.

최근 ODA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의 ODA 공여 액수가 지나치게 적은 데서 기인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회원국들이 대부분 소속돼 있는 OECD 산하기구인 DAC(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DAC에 속한 22개 회원국들의 한 해 ODA 공여 규모는 GNI(국민총소득) 대비 0.3%. 반면 우리나라는 0.05%에 불과하다. 다른 선진국들의 6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 10월 작성된 OECD 회원국들의 ODA 통계에 의한 것이다.

한국(DAC 비소속국)의 GNI 대비 ODA 규모는 OECD 산하 DAC 소속 22개 회원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래프에 포함되지 않은 DAC 비소속 OECD 회원국들(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의 GNI 대비 ODA 규모도 한국보다 2배 가량 높다. 참고로 이들 국가의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통계는 OECD, International Development Statistics Online DB 기준)
▲ DAC 회원국들의 GNI 대비 ODA 규모 한국(DAC 비소속국)의 GNI 대비 ODA 규모는 OECD 산하 DAC 소속 22개 회원국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래프에 포함되지 않은 DAC 비소속 OECD 회원국들(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의 GNI 대비 ODA 규모도 한국보다 2배 가량 높다. 참고로 이들 국가의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통계는 OECD, International Development Statistics Online DB 기준)
ⓒ 외교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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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GNI 대비 대외원조를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스웨덴으로, 한 해 GNI의 1.03%를 ODA 기금으로 내놨다. 노르웨이와 룩셈부르크가 0.89%로 순위권을 형성했고, 영국은 0.52%, 프랑스는 0.47%를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도 각각 0.25%, 0.17%를 제공했다. 미국은 공여 액수로는 세계 1위였지만, 워낙 경제 규모가 큰 관계로 GNI 대비 비율은 낮았다.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포르투갈도 0.21%를 ODA 기금으로 내놔 우리나라에 비해 그 비율이 4배나 높았다.

국민 1인당 ODA 공여 액수로 환산했을 때도, 우리나라는 DAC 소속 22개국 평균인 120달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달러를 기록했다. ODA의 절대량도 극히 적을뿐더러, 경제규모를 감안해 상대적인 규모로 따졌을 때도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적은 액수를 기록한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는 ODA 통계를 내고 있는 OECD 소속 26개국(DAC 회원국들과 비회원국인 한국,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포함) 가운데 'GNI 대비 ODA 규모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김혜경 국제위원장은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대외원조 'OECD 최하위권' 불명예 안은 한국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GNI 대비 0.1%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DAC 회원국 평균인 0.3%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통계는 OECD, International Development Statistics Online DB 기준)
▲ 우리나라의 ODA 공여 현황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GNI 대비 0.1%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DAC 회원국 평균인 0.3%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통계는 OECD, International Development Statistics Online DB 기준)
ⓒ 외교통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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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수년 전부터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 진입하기 위해 ODA 확대를 서두르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방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최근 몇 해 동안 등락을 거듭해 왔다.

2000년대 이후로 서서히 증가해 온 ODA 규모는 2005년에 최고를 기록했다(7억5230만달러). 하지만 ODA 규모는 2006년에 이르면 4억5530만달러로, 전년 대비 39.5% 감소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2005년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복구 지원과 남아시아 지역의 쓰나미 피해 복구 지원 사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미주개발은행(IDB) 가입과 국제개발협회(IDA) 재원보충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부담이 늘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현행 ODA 사업이 '사안이 터질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나라별로 특색 있는 ODA 사업들을 장기적으로 꾸준히 진행해 나가고 있는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단기적인 사업들 위주로 대외원조에 참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침 2005년은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한 해 앞둔 해여서, 정부가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UN 사무총장 당선을 목적으로 그 해 대외원조를 '반짝' 늘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언①] OECD 최하위권, ODA 규모부터 대폭 늘려라

정부도 이같은 문제제기를 반영해, 올해 7월에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ODA 목표치를 발표했다. 현재 0.05%에 불과한 GNI 대비 ODA 비율을 2009년 0.1%, 2015년 0.25%로 대폭 높이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지난주에는 외교통상부가 전년 대비 25% 증액된 3020억 원의 2008년 무상원조 예산을 국회에 신청하기도 했다. 재정경제부도 2008년에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한 3550억 원 규모의 유상원조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합하면 6570억 원으로,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일부 ODA 사업들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7000억원 안팎의 대외원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회 예산심의가 끝나지 않은 관계로 추후 일부 감액이 이뤄질 수도 있고, 실제 집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액수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 예산대로 집행될 경우를 가정할 때, 2008년의 ODA 규모는 GNI 대비 0.08%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ODA 예산 증액 계획 자체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좀 더 목표치를 높게 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영 참여연대 정책팀장은 "2000년에 유엔총회가 밀레니엄 개발목표(MDGs)를 채택하면서 선진국들의 ODA 규모를 GNI 대비 0.7%까지 늘리기로 했다"며 "2015년까지 0.25%로 증액한다고 해도 다른 선진국들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은 2015년까지 지구촌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 하에 MDGs(밀레니엄 개발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GNI 대비 0.7% 이상을 대외원조로 제공해야 한다.
▲ 유엔이 설정한 MDGs 유엔은 2015년까지 지구촌의 빈곤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 하에 MDGs(밀레니엄 개발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GNI 대비 0.7% 이상을 대외원조로 제공해야 한다.
ⓒ UN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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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②] 유상원조 비중 낮추고 '맞춤형' ODA 제공하라

전문가들은 ODA의 규모 자체를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들을 보다 알찬 내용들로 꾸려나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실련 김혜경 국제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ODA 사업들이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지어주는 데 다소 치우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혜경 위원장은 "인프라 구축 비중을 좀 더 줄이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지식들을 전수할 수 있는 기술협력 분야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 보건·의료 부문의 지원도 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김은영 팀장은 "대상국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부터 정확히 파악한 연후에 대외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팀장은 "우리나라가 주로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ODA를 벌이면서 정작 최빈국인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관심은 소홀하다"면서 대외원조 대상국가의 편중도 지적했다.

김혜경 위원장은 "다른 선진국들이 대외원조의 80~90%를 무상원조로 제공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상원조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유상원조 비중은 30%를 상회한다. 이는 과거 5:5 수준에서 많이 개선된 수치지만, 국제적인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아직도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제언③] 단기적 경제이익 집착 말고 멀리 내다보는 자세 필요한 때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김은영 정책팀장. 김 팀장은 우리 정부가 ODA의 기본 취지부터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김은영 정책팀장. 김 팀장은 우리 정부가 ODA의 기본 취지부터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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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은 "우리나라 ODA 사업은 원조를 주면서 제공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여국 기업만이 제공할 수 있다는 등의 조건이 붙는 '구속성 원조'의 비율이 80%를 넘는다"며, 다른 선진국들의 평균인 8.3%에 비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대외원조가 단기적인 경제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와 함께 이례적으로 유상원조·구속성원조 비율이 높은 일본은 저개발국가들로부터 '차관을 미끼로 자국 상품을 파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원성을 듣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일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 팀장은 "지구촌 빈곤퇴치와 평화번영에 기여한다는 ODA의 기본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왜 대외원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관점부터 명확히 세워나갈 것을 주문했다.

경실련 김혜경 국제위원장도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다 해나가는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국가 이미지도 개선되고 국가 위상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멀리 내다보는 자세를 강조했다.

[제언④] 부처별로 분산된 ODA 관할권 통합도 시급

같은 국가에 대한 중복 지원을 막기 위해,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ODA 관할권을 통합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 입법 과정에 있는 '대외원조기본법'은 각 부처가 각자 업무를 관할하되,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에서 조율 기능을 갖도록 하고 있다.

참여연대 김은영 팀장은 "원조의 집행 체계가 이원화되어 있어, 수원국에 대한 무상과 유상 원조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됨이 없이 따로 제공되니 원조의 성과가 낮다"고 지적하면서 일원화된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다 신중한 접근도 있었다. 권혁주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원조가 점진적인 확대 과정에 있기 때문에 지금처럼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가 각자 업무를 맡되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권 교수 역시 궁극적으로는 한 기관이 통합적으로 관리를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제언⑤] ODA 취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정도 중요

ODA 사업들은 대부분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정부가 꾸준한 홍보 노력으로 그 취지를 국민들에게 알려 나가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혜경 위원장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그동안 미흡했던 대외원조를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그 취지를 국민들이 보다 더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된 노력들을 진행할 것을 당부했다.

참여연대 김은영 팀장은 2005년 국무조정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0%가 개발도상국 대외원조에 찬성했지만, 47.6%만이 대외원조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면서, 대외원조의 확대를 위해서는 정부가 ODA의 취지와 사업 현황 등에 대한 홍보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였다.

아울러, 김은영 팀장은 ODA가 국민의 세금으로 쓰이는 만큼, 시민단체 차원에서도 정부의 ODA 사업 진행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사회 신망 받는 '한국형 대외원조 모델' 만들어야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대외원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ODA 증액에 대해서도 절반 가량이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는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기여(28.9%)' 또는 '과거에 우리도 외국에 원조 혜택을 입었기 때문(27.7%)'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대외원조에 우선적으로 고려할 기준으로 '인도주의적 관점(49.0%)'을 주로 제시하는 등 국민 의식이 상당히 선진화됐음을 보여준다.
▲ ODA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대외원조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ODA 증액에 대해서도 절반 가량이 찬성했다. 찬성 이유로는 '인류의 평화적 공존에 기여(28.9%)' 또는 '과거에 우리도 외국에 원조 혜택을 입었기 때문(27.7%)'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대외원조에 우선적으로 고려할 기준으로 '인도주의적 관점(49.0%)'을 주로 제시하는 등 국민 의식이 상당히 선진화됐음을 보여준다.
ⓒ 정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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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봤듯이 우리나라의 ODA 공여 수준은 OECD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으며, 부처간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ODA의 제도화를 위한 입법 과정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17대 국회가 임기를 마치면 지금 상정돼 있는 법안은 자연스레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고, 새로 구성될 18대 국회에서 이를 다시 처음부터 논의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헛돌고 있다. 정부는 2005년 11월 '국제개발협력개선종합대책'을 발표하며 '한국형 대외원조 모델 개발' 이라는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대책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한국형 대외원조 모델'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앞서 지적됐듯이 현재 정부가 제시한 ODA 확대안도 '계획보다 더 높일 것'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경실련, 기아대책기구, 기독교사회책임, 월드비전 등으로 구성된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에서는 지구촌 빈곤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화이트밴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에는 콘서트도 열렸다. 이제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에 화답할 차례다.
▲ 화이트밴드 캠페인 경실련, 기아대책기구, 기독교사회책임, 월드비전 등으로 구성된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에서는 지구촌 빈곤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화이트밴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에는 콘서트도 열렸다. 이제 정부가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에 화답할 차례다.
ⓒ 지구촌빈곤퇴치시민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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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빈곤의 악순환'은 더 커지고 있다. 현재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절대 빈곤인구가 약 11억명에 달하고,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27억명이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

과거 우리나라는 각국에서 이어진 해외원조를 밑바탕 삼아 전쟁으로 초토화된 국토를 재건한 경험이 있다. 따라서 '한국이 과거 받은 만큼이라도 돌려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여론도 비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체되고 있는 관련 입법을 서둘러 그동안 미흡했던 ODA를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기반해 우리나라가 과거 빈곤퇴치와 경제성장 과정에서 축적해 온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저개발국가들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ODA'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국형 대외원조 모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해외에서는] 각양각색 '맞춤형' ODA로 지구촌 빈곤퇴치와 평화번영 앞당긴다 


세계 최대 규모의 대외원조를 실시하는 유럽연합

유럽연합의 대외원조는 유럽연합 대외협력위원회(EU External Relations Committee)와 유럽연합 개발위원회(Development Committee)에서 55개 상주 유럽연합 대표부의 도움을 얻어 진행한다. 유럽연합의 대외원조는 장기간에 걸친 원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수혜국가에 가장 필요한 원조를 제공하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대규모적인 물량 지원과 건설사업 등과 같은 선심 사업보다는 현지 지역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예를 들면, 독일 NGO의 평안북도 농자재 지원 사업, 프랑스 NGO의 아체지역의 병원운영 사업 등이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2002년 3월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각료이사회에서 2006년까지 GNP 대비 ODA의 비율을 최소 0.39%까지 증액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유럽연합의 공적원조 규모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은 2015년까지 몬테레이 유엔 개발재원국제회의(International Conference on Financing for Development)에서 확인된 바 있는 선진국들의 향후 도달 목표인 GNP 대비 0.7%로 ODA를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단계적으로 2006년까지 ODA를 0.33%까지 증가시켰고 2010년에는 0.51%까지 증가시킬 예정이다.

적극적인 ODA 공여로 인권향상, 소수자 보호에 앞장서는 캐나다

55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캐나다의 대외원조 정책은 인권향상, 아동권리 보호, 여성 보호 영역에서 가장 독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대외원조 프로그램 운영에 있어서도 수혜국에 가장 효과적인 원조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학계, 시민사회가 결합하여 원조가 필요한 적재적소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캐나다는 스리랑카, 카메룬, 에콰도르 등에서 여성을 위한 소액대출(micro-credit)에 중점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캐나다의 대외원조 주무청인 CIDA(캐나다 국제개발청)는 2005년 대외원조를 향상시키기 위한 '국제정책제안(Canada’s International Policy Statement, IPS)'을 제시하였다. IPS에 따르면 CIDA는 '좋은 정부, 보건(HIV), 교육, 민간개발, 지속적인 환경' 다섯 가지 항목에 우선순위를 두고 사업을 실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CIDA는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의 80%를 지원받고 나머지 20%는 재경부, 외무성, 국제개발센터의 지원으로 충당하고 있다. 2004년~2005년 캐나다 정부는 370만 달러($3.74 billion)을 대외원조에 배정했다. 현재 집권 중인 보수당 내각 하에서 대외원조 노력들이 다소 정체돼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나다형 모델'은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상업적인 대외원조'라는 과거의 비판 지워내기 위해 노력하는 일본

일본은 현재 GNI 대비 0.26% 가량을 ODA로 제공하고 있다. DAC 회원국 평균보다는 다소 낮지만, 일본의 거대한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만만치 않은 규모다. ODA의 비중을 살펴보면 아시아 국가 중심의 공여가 가장 큰 특징이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일본 기업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정치외교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ODA 공여를 통해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경제발전을 도와주고 사회 간접시설을 확충해 주는 것을 통해 일본 상품의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대외원조의 목적이 지나치게 상업적인 측면에 기울어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한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부터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정치, 안보, 인도적 측면을 고려하는 ODA를 실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03년 'ODA 헌장'을 수정하면서 ODA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개발에 공헌하기를 요구하는 동시에 일본의 안정과 번영도 증진시킬 것을 명시했다.

2006년 11월 일본 국회에서 통과된 JICA법 개정을 바탕으로 일본 ODA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신 JICA를 발족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고, 2008년 10월 신 JICA법 개정내용이 발효될 예정이다. 이 법안의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부처별로 분산돼 왔던 ODA 업무의 관할권을 JICA로 일원화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부처간 관할권 다툼으로 대외원조의 기본 법률마저 제정하고 있지 못하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료제공 :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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