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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해수욕장 근처에서 흔히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신랑 친구들과 신부 친구들이 모여 신랑 달기를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 신랑 달기 경포해수욕장 근처에서 흔히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신랑 친구들과 신부 친구들이 모여 신랑 달기를 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 최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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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 바닷가에는 요즘 흥미 있는 자주 벌어진다. 결혼 예식을 마친 신랑 신부와 친구들이 무리를 지어서 한바탕 난리(?)를 치른다. 사람이 모이기 좋은 장소를 골라 신랑과 신부를 앉히고 신랑 측의 입담 좋은 친구가 나서 신'랑 달기'를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재미난 구경이라 함께 지켜보며 웃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6·25때 중공군에게 혼이 난 미군들이 신랑을 묶어놓고 발바닥을 때리고 노는 모습을 보고 공산군이냐고 묻고는 총으로 쏘아 죽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랑 달기는 재미와 폭력성이 함께 있다. 말이 통할 리 없는 그들의 눈에는 신랑은 괴로워하는데 주위 사람들은 즐거워하니 적군을 사로잡았구나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또 강릉지방에서는 이 놀이가 지나쳐 바다에 던져 넣은 신랑이 죽는 일까지 벌어진 적이 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신랑에게 억지로 술을 먹여 응급실로 실려 간 일 등 웃지 못할 사건도 많다.

신랑의 직업이 중장비 기사면 굴착기 삽 안에 태우고 도로를 달리는가 하면, 팬티만 입히고 두 손을 묶어 차에 연결한 후 뛰게하기도 한다.

장가를 들어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로 친구가 절을 한다. 하지만 절을 받는 신랑과 신부가 먼저 고개를 들어서는 안된다. 친구보다 머리를 더 낮추어야 한다.
▲ 어른 모시기(?) 장가를 들어 이제 어른이 되었다는 의미로 친구가 절을 한다. 하지만 절을 받는 신랑과 신부가 먼저 고개를 들어서는 안된다. 친구보다 머리를 더 낮추어야 한다.
ⓒ 최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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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와 노랫소리가 작다는 매질에 혼이 난 신랑이 때로는 참다 못해 화를 내 싸우기도 하고, 맞은 부위가 잘못돼 신혼여행 대신 병원 신세를 지는 일도 있다. 여기에는 야구방망이·쇠파이프·성인용 기저귀·안전모 등 소품도 다양하다.

그래서 한때는 지나친 신랑 달기를 하면 경범죄로 다스린다고 경찰이 대대적으로 나선 일도 있고 주의표지판까지 만들어진 일도 있다.

그러나 그 풍습을 아주 없앨 수는 없는 일. 요즘도 결혼식 끝낸 신랑을 끈으로 묶고 차에 매달아 달리는 일도 있다. 중·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친구들끼리 서로 주거니 받거니 신랑 달기를 해온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신랑을 단다는 핑계로 신부와 신부 친구들의 노래도 듣고, 신랑의 신혼경비를 축내 모처럼 만에 모인 친구들의 뒤풀이 비용도 충당한다. 과거에 다른 친구의 결혼식에서 짓궂은 장난을 많이 한 신랑일수록 그 매와 장난의 강도가 심하다.

친구들끼리 모인 피로연장에서 간단히 끝내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때는 신랑 신부가 눈물을 보여야 끝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날도 신랑을 물에 빠트리려는 친구들을 말리다 신부는 울고 말았다.

친구들이 인공 폭포 안에 신랑을 빠트리려 하자 신부가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 신랑을 보호하려는 신부 친구들이 인공 폭포 안에 신랑을 빠트리려 하자 신부가 결사적으로 막고 있다.
ⓒ 최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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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을 다룬다" 라는 말이 "신랑단다" 로 변했는지는 모르지만 함진애비의 함 끈으로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아 놓거나 키 큰 사람이 어깨에 둘러메면 장작개비로 발바닥을 때린다든가 발가락 사이에 수저총을 넣고 발가락을 돌려대니 그것은 장난이 아니라 고문과 같은 것이다. 말로는 남자라면 그 정도 고통은 참아야 신랑이 될 수 있다나.

어쨌든 이 순간을 잘 넘겨야 결혼식이 무사히 끝난다. 강릉 남자들은 장가가기 정말 어렵다.


태그:#신랑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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