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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금 나 말고 누구를 집중 조사하고 있나. 수사검사가 10명이나 되는데 하다못해 추미애 의원이라도 불러서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삼성임원들도 마찬가지고. '변양균-신정아 스캔들' 사건과 비교해보라. 아직도 검찰 내부에 삼성장학생들이 판을 치는 건지." 

 

검찰의 수사태도를 물을 때마다 김용철 변호사는 번번이 다음으로 미뤘다.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던 그가 3일 처음으로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심경을 토로했다. 만 7일째 검찰 소환조사를 앞둔 시각이었다.

 

언제든 '피의자로 신분이 변할지 모르는 참고인' 치고는 매우 강도높게 검찰을 비판했다.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매우 지친 목소리였다. 잠을 못 잤고 기운이 없다고 했다.

 

"천수백개 차명계좌 나와도 잔머리 쓰는 검찰"

 

그는 "지난 화요일밤 첫 번째 소환에 응한 뒤 내가 기자들에게 매우 히스테리컬하게 발작적으로 화를 냈다"며 "왜 그랬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검찰) 안에서 참고 나온 것"이라며 "나는 죽어라 수사에 응하고 있는데, 검찰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수사를 안 해볼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이 얼마나 크고 복잡하냐"며 "검찰은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저 (검찰) 내부에서 아직도 삼성장학생들이 발언하고 떠드는 것 아닌가 싶다"고 걱정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압수수색에서 천수백개의 차명 주식계좌가 쏟아져 나왔다"며 "여기에서 수조원 이상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특검을 믿으라는 식으로 미지근하게 나오는 것은 수사를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는 "특검을 시작하려면 아직도 30일 이상 남았다"며 "수사팀 안에서는 '특검법이 어떻고' 별별 잔머리를 다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김 변호사는 "박한철 본부장이 분명히 특검이 필요없을 정도로 열심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며 "그러면 최소한 특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검찰이 지금 '보전조치'만 하겠다고 하는데 보전조치는 민사소송에서 가압류·가처분"이라며 "1개월이 지난 지금 검찰이 그걸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지금은 정신없이 소환조사하고 출국금지 조처하고 본격적인 수사가 한창 진행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이같은 검찰의 수사태도 때문에 천수백개의 차명 주식계좌가 발견됐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도대체 삼성은 뭘 믿고 있는 것인지 그걸 취재해보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삼성의 태도가 범죄자의 태도인가"

 

김 변호사는 "차명증권계좌가 천몇백개나 쏟아져 나왔는데도 여유로울까"라며 "삼성이 법원 장학생을 믿는 건지, 대통령을 믿는 건지, 변협을 믿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대체 삼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며 "저게 범죄자들의 태도냐, 온 국민을 상대로 오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요즘 경제지와 <월간조선> 등이 하는 보도하는 걸 보니까 언론이 너무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경제지들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삼성 편들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칼럼을 통해 '규제가 심한 나라에서는 비자금 조성이 정당방위'라고 썼는데 이게 용인되는 게 옳은 것이냐고 재차 반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언론의 보도태도는 시민의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이 우리 후손들을 위해 조금만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나도 빨리 이 사건이 마무리돼서 손자들 데리고 에버랜드 가서 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출근인지 출석인지 할 것"이라며 삼성과의 긴긴 투쟁의 터널을 지나고 있음을 암시했다.

 

다음은 김용철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3일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고 들었는데.
"안 하기로 했다. 내부적으로 하지 말자고 했다."

 

- 지난달 27일부터 2주째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조사에 응하고 있는데, 수사태도가 어떤가.
"지난 화요일 밤 첫 번째 소환에 응한 뒤 검찰 지하주차장에서 내가 매우 히스테리컬하게 발작적으로 화를 냈다. 왜 그랬겠냐. 기자들 때문에 화났겠나. 기자들은 내 편인데 내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시라. (검찰) 안에서 참고 나온 것 아니냐. 안에서 죽어라 수사에 응하고 있는데, 검찰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수사를 안 해볼까 하고 있다."

 

- 삼성증권에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여러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데.
"여기까지 온 것도 정말 힘들게 왔다. 내가 검찰에 뭐 그리 할 말이 많아서 날마다 아침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겠냐. 그리고 검찰이 나 말고 누구를 조사하고 있나. 수사검사가 10여명이나 되는데 하다못해 참고인 자격으로 추미애 의원이라도 불러서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삼성 임원들도 마찬가지고. 지금 이 사건에 등장인물이 얼마나 많으냐. 사건이 얼마나 크고 복잡하냐. 검찰은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말이 안 되는 거다. 저 (검찰) 내부에서 아직도 삼성장학생들이 발언하고 떠드는 것 아닌가 싶다. 또 경제지들이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삼성 편들기를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칼럼을 통해 '규제가 심한 나라에서는 비자금 조성이 정당방위'라고 썼다. 이게 용인되는 게 맞나."

 

"비자금 조성이 정당방위? 삼성 돈 먹은 경제지 심각하다"

 

- 현재까지 검찰에서 새로 밝혀진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가.
"차명 주식계좌가 천수백개가 쏟아져 나왔다. 천수백개의 계좌에서 수조원 이상이 드러났는데 검찰이 특검을 믿으라는 식으로 미지근하게 나오는 것은 수사를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 아직도 검찰 내부의 (삼성)장학생들이 판을 치는 건지."

 

- 검찰의 수사 분위기가 좋지 않은가.
"물론 일선 수사검사들은 사표를 낼 각오를 하고 뛰고 있다. 그러나 윗선은…. 정말 어려워 죽겠다. 특별수사감찰본부 수사검사들이 대검 검사장급들로부터 자유로울까. 잘 보여야 되지 않을까. 일 잘하는 검사들을 순식간에 지방으로 보낼 수 있다. 인사로 충분히 날릴 수 있는 거 아니냐. 광주고검처럼 수사권 없는 데로 보낼 수 있다. 그건 일도 아니다.

 

내가 왜 검찰을 그만뒀겠나. 광주고검 다음에 해남·목포·군산·전주·군산지청이던데. 결과가 눈에 보였다. 검찰국에서 '다루기 힘든 검사'로 지목하면 끝인 거다. 이번 삼성 특별수사감찰본부는 검찰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인데 안타깝다."

 

-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검법이 4일 공포된다.
"특검을 시작하려면 30일 이상 남았다. 이 수사팀 안에서는 '특검법이 어떻고 저떻고' 별별 잔머리를 다 쓰고 있다. 박한철 본부장이 분명히 특검이 필요없을 정도로 열심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 특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수사해서 넘겨주면 된다.

 

그러면 특검에서 다시 특본으로 넘기면서 특검의 능력으로는 특본처럼 못한다고 할 수도 있는 거다. 특검은 보충적이지,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검은 시간이 유한하다. 만일 특검의 수사가 미진하면 특본이 또 수사해야 한다. 검찰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 사건을 끌겠다는 건가. 언론이 크게 질책해야 한다."

 

- 오늘 김수남 차장검사는 '압수물 분석 및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금 '보전조치'만 하겠다고 하는 건데. 보전조치는 민사소송에서 가압류· 가처분이다. 그걸 지금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벌써 1개월이나 지났다. 제대로 된 검사라면 벌써 보전조치는 끝냈어야 옳다. 그렇지 않나. 지금은 정신없이 소환조사하고 출국금지 조처하고 본격적인 수사가 한창 진행됐어야 한다. '변양균-신정아 사건' 때와 비교해봐라. 그리고 지금 이게 어느 '스캔들' 수준이 아니지 않나."

 

"1달 지났는데 검찰은 고작 보전조치만..."

 

- 검찰이 결국 '꼬리 자르기' 하고 대충 마무리하는 선에서 수사 정리할 걸로 보나.
"검찰이 의도하는 바가 그게 아닌가 싶다. 최대한의 보전조치를 한다는 게 참…. 한번 생각해보시라. 삼성이 왜 지금도 저렇게 버티는지 생각해보자. 삼성은 뭘 믿을까. 삼성이 왜 지금 차명증권계좌가 천몇백개나 쏟아져 나왔는데도 여유로울까.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한번 기각됐다. 둘째 날도 걸레가 되도록 돌아다녔다.

 

삼성이 법원 장학생을 믿는 건지, 대통령을 믿는 건지, 변협을 믿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재야법조 변호사 중 관리하는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내세워 어떻게 해버리자는 건지, 도대체 삼성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 온 국민을 상대로 오만함을 넘어…. 저게 범죄자들의 태도냐.

 

나와 내 가족의 장래에, 이 문제가 잘 되든 안 되든, 진짜 힘든 일이 남아 있다. 나와 내 가족을 향해 엄청난 소송을 걸어 나를 엉망진창으로 만들 거다. 이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그건 생각도 안하고 있다. 지금 이렇게 그냥 흘러가는 게 답답해죽겠다. 내가 거론한 게 국세청·금감원·조중동·김&장·삼일회계법인 등이다. 삼성의 비자금 조금이 아니다."

 

- 그래도 세간에는 대선보다 삼성문제에 더 관심 갖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정부 10년 만에 국민들 사이에는 다시 보수로 가자는 게 분위기다. 진보세력이 잘못한 거니까, 이건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보수든, 좌든, 우든, 최소한 정의와 불의는 있지 않나. 보수는 보수로서 가치가 있다. 지켜야 할 질서를 지키는 게 보수다. 그런 면에서 나는 보수주의자다. 국가와 사회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게 좋으니까. 그런데 최소한 지킬 게 있다. 요즘 경제지와 <월간조선> 등이 하는 걸 보니까 너무 심각하다. 이건 진짜 제압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중앙일보>가 위장계열사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써라. 내가 8~9가지나 사실을 밝혔는데도 <중앙일보>는 1면에 삼성 해명자료를 실었다. 이건 언론이 아니다. 계열사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어떻게 생각하나. 이건 <중앙일보>가 삼성의 계열사라는 게 정황으로서가 아니라 명백한 증거다. 정말 힘들어죽겠다.

 

내가 선량한 사람도 아니고 의로운 사람도 아니다. 언제든 피의자로 변할 수 있는 참고인이다. 누가 그러더라. 직업이 참고인이라고. 누군들 신나서 검찰청사를 들락날락하고 싶겠나. 우리 후손들을 위해 조금만 더 생각해주면 좋겠다. 나도 빨리 이 사건이 마무리돼서 손자들 데리고 에버랜드 가서 놀고 싶다.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출근인지 출석인지 할 거다."


태그:#김용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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