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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화두가 되어버린 '양극화'는 대선 후보자들을 상대로 한 뉴스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나날이다. 여느 매체, 어느 뉴스를 봐도 서너 명 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주류를 이루는 반면 군소정당이나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의 활동은 일부러 알아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미미하게 보도되고 있다. 이야말로 언론보도의 양극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때는 막걸리나 고무신으로 회자되던 선거바람, 매표와 차떼기까지로 이어지던 선거바람이 이제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선거철이 되면 선거바람이 분다. 무관심한 마음엔 없는듯하지만 어디에선가는 광풍처럼 불고 있는 선거바람, 여기저기서 특정후보의 지지를 부탁하는 후보자의 유세는 작은 섬이라고 해서 비켜가지 않았다.

 

작은 섬, 사량도를 찾은 새시대 참사람연합의 대선후보 전관

 

절경의 남해, 다도해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작은 섬들 중 하나인 사량도에서 11월 28일 열린 수륙영산재 현장에도 이번에 대선 후보로 등록한 기호 9번 '새시대참사람연합' 전관 후보가 얼굴을 보였다.

 


 


새벽같이 달려와 사량도로 들어가는 첫배를 탄 전관 후보는 아침 8시가 조금 넘어서 행사장에 도착했다. 장군출신의 후보이기에 기골이 장대하고 우락부락한 인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작은 체구의 선비를 떠올리게 하는 외모였다.

 

작지만 야물고 당당해 보이는 체구를 지닌 전관 후보는 행사장에 있는 내내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겸손하게 두 손을 모은 채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에게 출마의 변을 했다. 그의 출마의 변은 당장 무엇을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안이었다. 

 

경제를 말하지도 않았고, 평화도 말하지 않았다. '반듯한 나라, 살만치 산 우리가 아닌 우리들의 자식이나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반듯한 나라를 만드는데 신명을 다 바칠 것'임을 열변으로 약속한다. 침 튀기는 열변이 아니라 사랑방 토론을 하듯 가슴으로 설명하고 믿음으로 약속을 한다.

 

처음 전관을 대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머쓱하였다. 한마디로 대통령 후보 중에 저런 사람도 있었나 하며 의아해하는 표정이다. 사람들이 그러한 표정을 지을 만큼 전관 후보는 생소한 인물이었다. 인지도가 낮은 것도 원인이지만 몇몇 후보들만 집중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대선관련 보도의 양극화가 낮은 결과기도 하다.

 

전관 후보의 열변은 '반듯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였다

 

무리무리 모여 앉은 삼삼오오 사람들에게 깍듯하게 인사하며 반듯한 나라 건설을 열변하던 전관 후보가 주최 측의 배려로 식단에 마련된 마이크를 잡았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불자들에 대한 예를 갖추며 인사말을 건네고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친애하는 불자 여러분 !


우선 여러분과 함께 이렇게 귀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음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민족정신의 맥을 이어온, 참으로 위대한 불자 여러분!!

지금 세상이 눈앞의 이익과 쾌락에 인간성과 지구촌이 급속도로 파괴되고, 오염되고 있는 이 시점에, 눈에 보이지 않는 공(空)의 세계까지도 화두로 살아오고 계신 존경하는 불자 여러분!

 

산사에 계시다가도 나라가 위급할 때에는 창과 방패를 들고 나라를 구하신 서산대사, 사명대사, 기허당 등의 난세구국, 호국정신 등 우리 민족의 저 깊은 곳을 면면히 흐르고 있는 위국헌신의 전통을 이어오신 위대한 불자 여러분!

 

눈에 보이는 적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더 위험하고,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치명적인데 우리는 지금 설마 하고 방심한 사이에 광범위하게 생겨난 느끼지도 못하고,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으니 불자 여러분이 또 한 번 구국의 의병이 되셔야 할 때입니다.

 

이때 나라를 바로 서게 하지 못하면 우리 후손들의 미래는 너무도 비참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기회가 엉터리를 치우고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참으로 중요한 하늘이 준 기회입니다. 여러분의 지혜와 참여가 나라를 구할 것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말을 하고 원고를 읽어가고 있는 전관 후보의 손은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열망 때문에 떨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참사람이 이끄는 멋진 세상을 꿈꾸느라 떠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떨림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 모았다.

 

인사말을 시작하던 처음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천여 명의 사람들이 출마의 변을 연설하는 중간, 이루고자 하는 세상을 설명할 때는 너나없이 박수를 쳤다. 후보의 출마변이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후보가 그리고 있는 세상(공약)이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 게 느껴지는 분위기다.

 


 


경제도 좋고 평화도 좋지만 후손들이 반듯하게 살아 갈 수 있는 반듯한 가치관이 정립되는 나라, 이래저래 소외받는 사람 없이 양극화가 더 이상 시대의 화두가 되지 않는 나라, 참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새 시대가 열리는데 밀알의 역할이 될 것을 열변하는 전관 후보의 외침은 군소일지언정 미래지향적인 반듯함이었다.

 

정치가 아닌 사는 모습으로 보고, 사는 이야기로 들으려 해도 때가 때이니....

 

대세론을 선점하고 대권을 쟁취하기 위해 아전인수는 물론 진흙탕 개싸움도 마다않는 몇몇 후보들도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에 대한 설계도도 세세하게 알려주는 언론, 꼼꼼하게 살펴보는 관심이 필요한 때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작은 섬까지 찾아와 꾸벅 인사를 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의 모습 역시 사람 사는 모습이며 열변을 들으며 박수를 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역시 사는 이야기일 뿐이겠지만 때가 때이니 만큼 사는 모습, 사는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태그:#전관 , #대선후보, #사량도, #새시대참사람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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