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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국타이어는 조사보고회장에 유가족협의회 총무를 비롯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의 참여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정문에서 유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날 한국타이어는 조사보고회장에 유가족협의회 총무를 비롯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의 참여를 제한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정문에서 유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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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생산공장에서 일하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5명 모두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거나 배제할 수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생산공장에서 일하다 돌연사한 사람들 대부분이 직무연관성이 인정될 여지가 커졌다.  

을지대학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와 간호학과 김숙영 교수팀은 30일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대전 유성구 장동) 회의실에서 가진 '한국타이어 사망근로자 직무연관성 조사보고회'를 통해 "최근 1년 4개월 사이 한국타이어에서 허혈성 심질환으로 사망한 7명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5명이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거나 직무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에서 사망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 교수는 이날 보고회를 통해 대전공장에서 근무하다 지난 4월 사망한 박모(36)씨에 대해 "교대 근무 및 업무과다로 기존 심근병증이 악화된 것으로 사료된다"며 업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오 교수는 같은 대전공장에서 사망한 이모(51·지난 해 5월 사망)씨와 권모(44·지난 9월 사망)씨에 대해서도 "고온작업과 교대근무, 높은 노동강도 등에 의해 기존 병증이 악화될 수 있었음에도 보건관리 상담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엄격한 사후관리나 작업전환이 있었다면 사망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사업주의 관리소홀로 인한 사망사고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금산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해 6월 사망한 박모(49)씨의 경우에도 "고온작업과 높은 노동강도가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이 사망 전 과로 사실을 인정한 만큼 업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회사측 사후관리 있었다면 사망 예방할 수 있었을 것"

한국타이어 사망자 유가족들이 대전공장앞에서 사인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타이어 사망자 유가족들이 대전공장앞에서 사인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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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해 11월 사망한 이모(41)씨의 경우에는 산재를 신청했으나 불승인 된 경우. 하지만 오 교수는 "최근 5년간의 건강진단 결과 고혈압 치료 또는 고혈압 주의 판정을 받은 바 있다"며 "그런데도 장기간 연장근무를 해오고 하루 7-8kg의 타이어를 350개 정도 옮기는 높은 노동강도와 교대근무가 기존 고혈압을 악화시키고 심장질환을 유발시킨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부검 소견상 혈중 알콜농도가 0.18%로 나왔으나 이는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작업력 조사결과 업무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재검토'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현장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심질환자가 5명 전원에 대해 사실상 '직무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머지 현장 사망자의 직무연관성을 판단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 교수는 중앙연구소에서 일하다 지난 해 12월과 지난 5월 각각 사망한 조모(28)씨와 최모(29)씨에 대해서는 "연구소의 직무 스트레스가 하위 50%로 낮게 나타나는 등 객관적인 과도한 직무스트레스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업무와 직접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앙연구소는 지난 2005년 기준 연령별 대비 10만명 당 허혈성 심질환자 사망 자 수(1.3명)에 비해 30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타 연구원에 비해 연봉이 낮은 반면 근무시간이 하루 10.15시간으로 길었다.

이 때문에 중앙연구소 사망 근로자 유가족이자 유가족협의회 조호영 회장(58)은 "잘못된 자료와 조사에 따른 신빙성 없는 결과로 받아 들일 수 없다"며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재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팀 "중앙연구소 사망자 직무연관성 없다"- 유가족 "납득 안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대전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27일 오전 신탄진 한국타이어 공장 정문에서 사망노동자 진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대전선거대책위원회가 지난 27일 오전 신탄진 한국타이어 공장 정문에서 사망노동자 진혼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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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오 교수는 "연봉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대덕 연구단지 타 연구소 연구원들의 직무 스트레스에 비해서는 낮은 편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번 조사는 근로자 설문조사와 최근 5년간 작업환경 측정 및 건강진단 결과를 토대로 한 단면조사로 인과 관계를 밝히는데 일반적 한계가 있고 설문조사의 부정확성도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을지대 조사팀은 "전체적으로 사망사고 원인의 일차적 요인인 직무스트레스는 높은 노동강도와 연장근로 때문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조사팀은 ▲작업환경 개선 ▲사업장 보건관리 체계 재정비 ▲ 위험이 높은 집단 군에 대한 선별 및 업무 적합성 평가 ▲ 무재해 인센티브 제도 개선 ▲사업장 건강증진 프로그램 실시 등을 제언했다.

특히 조사팀은  "대전공장의 경우 입사한 지 1년이 채 안된 보건관리자 한 명이 2200명의 직원을 관리하고 있다"며 "게다가 사후관리 연계가 부족해 사업장 산업 보건 전체의 부실화를 가져오기 쉽다"고 지적했다. 무재해 인센티브에 대해서도 "근로자 개인의 질병 및 재해를 은폐하는 폐단이 있어 제고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1명의 보건관리자가 2200명의 직원을 관리...불가능"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원들이 '작무스트레스 조사결과 설명회'를 듣고 있다.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사원들이 '작무스트레스 조사결과 설명회'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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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직업환경 개선 및 보건관리 강화를 위해 다양한 외부용역 프로젝트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지난 10월 부터 사외전문의를 선임해 건강상담을 시행하는 등 의료지원을 확대했고, 내년 1월 중 검진항목을 확대한 사원건강진단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을지대팀의 조사는 노사자율 협의와 산업안전 공단 및 노동부 요청에 따라 한국타이어 근로자들의 뇌심혈관 질환 발생 예방 및 관리차원에서 실시됐다. 조사기간은 지난 9월 7일부터 지난 달 4일까지이며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중앙연구소 근로자 1319명을 대상으로 한 작업환경, 근로복지공단 자료, 설문조사, 위촉 교수의 사업장 조사, 직무 스트레스 조사, 임시건강진단 자료 등을 근거로 했다.

한편 대전지방노동청은 지난 22일 부터 내달 5일까지 10일간 산업안전보건분야 전반에 대한 특별감독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와 함께 지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 등에서는 지난 1년 반 사이 15명이 각종 질병과 사고 등으로 숨졌다. 사망자 중 관련 질병은 심장질환(7명), 폐암(2명), 식도암(1명), 간세포암(1명), 뇌수막종양(1명) 등이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솔벤트 등 유독성이 강한 물질을 취급하는 근무환경과 과도한 업무량 및 억압적인 회사 분위기에 의한 스트레스 등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한 사인규명을 촉구해 왔다.


태그:#한국타이어, #돌연사, #을지대 조사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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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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