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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곽성문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은 '예고'된 행보였지만, 그의 이회창 캠프행은 '예고'되지 않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는 '예상'했지만, 그의 '유세 중단 검토' 발언은 '예상'하지 못했다.

 

30일 '친박'계인 김병호 의원의 탈당 및 이회창 캠프행까지, 이명박 후보로서는 그야말로 "가슴 철렁 내려앉을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밖에선 'BBK 사건'이, 주변에선 '위장' 논란이, 안에선 '경선 불복' 사태가 이명박 후보에게 초겨울 강풍으로 몰아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발언] "BBK 수사 결과 지켜보고..."

 

박근혜 전 대표가 11월의 마지막날 호남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첫 지원 유세에 나섰다. 대선후보 등록은 마감됐지만, 그의 행보는 12명의 후보 이상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가 12월 19일까지 누구 옆에 서있느냐에 따라 대선 판세가 달라질 수 있다. 이명박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나 대통합민주신당 등 범여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측근들은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를 앞두고 지난 주말을 전후해 논란을 벌였다고 한다. 경선 결과 승복과 함께 했던 지원 유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측과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측으로 나뉜 것이다. 두 의견을 함께 전달받았지만 박 전 대표는 "당원으로서의 의무"라며 '예상대로' 유세에 나섰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용하게 소규모로'라는 원칙이 세워졌다. 첫 유세지를 호남으로 선택한 것 역시 여운을 남겼다.

 

호남이 한나라당의 취약지역이기는 하지만 이명박 후보 측에서는 대구 경북과 대전 충남을 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은 아직 이 지역에 대한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만큼 호남에 공을 들인 한나라당 정치인도 드물다. 이 후보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를 취하면서, 동시에 '자기 정치'를 이어간 셈이다.

 

게다가 박 전 대표는 전날 "검찰에서 (BBK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 (지원 유세 여부를) 그 때보고 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BBK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이명박 후보가 연루된 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원 유세를 전면 중단할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됐다.

 

박 전 대표는 또 "BBK 문제는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야 될 문제"라며 "사실 관계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한다"며 검찰의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역시 "BBK 사건은 이미 종결됐다"(홍준표 의원)는 이명박 후보측 주장과 상반되는 시각이다.

 

경선 이후 BBK 사건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첫 언급에 대해 이명박 후보측은 "예상 밖"이라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최근 "오만의 극치"라는 한 마디로 이명박 후보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을 2선으로 물러나게 했다.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경선 결과에 승복한 것이지, 아직 이명박 후보를 당의 후보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곽성문 의원은 30일 오전 SBS라디오 '백지연의 SBS 전망대'에 출연, "박 전 대표가 오늘 유세지원을 조용하게 소규모로 시작한 것이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에 대한 행동이라면, BBK 발언은 (검찰 수사 발표를 지켜보자는) 측근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또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제 박근혜 전 대표가 '검찰 (BBK 관련) 발표 이후 상황이 바뀐다면 그 때가서 다시 판단하겠다'는 발언은 일단 이회창 후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라며 '박근혜-이회창 연대설'에 불을 지폈다.

 

['예고'된 탈당] "장돌뱅이 밑에서 어떻게..."

 

 

박근혜 전 대표는 곽성문 의원의 탈당과 관련 성의를 다해 붙잡았지만, 그의 탈당을 막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사실 곽성문 의원의 탈당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곽 의원은 지난 4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만약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에게) 지면 (나는) 더 이상 국회의원 못한다"며 "어떻게 장돌뱅이 밑에서 일을 하느냐"고 토로한 바 있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그는 일찌감치 '이명박 공격수'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직전인 지난 2월 곽 의원은 초선의원 모임에서 "정치물을 먹은 선배들이 줄세우기를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심한 사람이 이재오 최고위원"이라며 이명박 후보측 캠프의 좌장을 맡고 있던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곽 의원의 '장돌뱅이' 발언은 지난 4월 10일경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나왔다. 캠프측 의원 몇 명과 출입기자들이 마주앉아 식사를 하면서 <오마이뉴스> 기자는 우연히 곽 의원의 바로 앞에 앉게 됐다.

 

곽 의원은 기자에게 박 전 대표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박근혜 흑기사회'도 내가 만들었다"고 자랑삼아 얘기했다. 곽 의원은 "그런데 '흑기사회' 의원들 중에 지금 고무신 거꾸로 신은 사람들이 많다, 주호영이도 그렇고 권경석이도 그렇고…"라며 이명박 후보 측을 선택한 일부 의원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곽 의원은 특히 격정적인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안 되면 나 국회의원 안 한다,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이기면 이 후보와) 같이 못하지, 어떻게 장돌뱅이 밑에서 일하나"라고 속마음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국회의원 안 해도 오라는 데 많다, 지금도 케이블 방송국 가면 (연봉) 2억원은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고, 그의 표정은 '비장'했다.

 

열흘 뒤, 곽 의원의 발언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처음으로 보도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명박 후보 캠프의 기획본부장이었던 정두언 의원은 지난 6월 곽성문 의원 등을 지목해 "다음 선거 (18대 총선)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역시 이 후보 캠프에서 활동한 공성진 의원도 곽 의원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선출 된다면) 이재오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수도권 의원들이 분당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명박 후보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 쪽(박근혜 후보 측) 이모 의원이 저를 겨냥해 '장돌뱅이가 어떻게 대통령이 됩니까?'라고 연설했다. 그 얘기를 전해 듣고 여간 충격을 받은 게 아니었다"며 "같은 당 사람끼리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장돌뱅이라니"라고 토로했다.

 

비록 이 후보가 '장돌뱅이' 발언 당사자를 곽성문 의원이 아니라 이혜훈 의원으로 착각하면서 해프닝이 벌이지기는 했지만, 한 순간에 '장돌뱅이'로 몰린 이 후보로서는 박 전 대표가 여간 원망스러운 게 아니었다.

 

곽성문 의원은 탈당을 선언한 뒤, "고민하느라 입술이 다 부르텄다"고 말했지만, 그는 일찌감치 마음의 결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오기 이전부터 이미 지인들에게 "곧 탈당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등 '예고'된 수순을 밟아왔다.

 

그러나 곽 의원의 이회창 캠프행은 '예고'되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회창 후보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정계에 입문한 곽 의원으로서는 이 후보와 이렇다 할 인연이나 접촉이 없었다. 곽 의원 스스로도 "이회창 후보와 사전에 연락했냐"는 질문에 "정치부 기자도 했었지만, 이회창 전 총재나 강삼재 팀장은 한 번도 뵌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이날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에 있는 박 전 대표를 직접 모실 순 없으나 정치판은 예상 못하는 곳 아닌가. 언젠가는 다시 모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재차 '박근혜-이회창 연대설'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예상'치 못한 박근혜 전 대표의 언행과 '예고'하지 않은 곽성문 의원의 행보가 얼마남지 않는 대선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특히 검찰의 BBK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박 전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원 유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 일정은 검찰 수사 발표 예정일(12월 5일) 하루 전인 다음달 4일까지만 짜여진 상태다.


태그:#박근혜, #이명박, #이회창, #곽성문, #장돌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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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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