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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17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여의도 당사 후보사무실에서 일정을 소화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BBK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17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여의도 당사 후보사무실에서 일정을 소화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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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 귀국과 함께 'BBK 의혹'이 점입가경에 접어들면서, 한나라당이 언론의 대선보도 정점에 서게 됐습니다. 김경준씨 일가와 한나라당의 폭로와 반박이 서로 뒤엉키면서, 인터넷 상의 토론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고 한나라당에 대한 성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는 발언입니다. 한나라당 측이 이렇게 발언한 이유는, MBC 라디오의 아침프로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이명박 후보 측과 대척점에 선 에리카 김과의 인터뷰를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그간 한나라당 인사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뉴스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에 대해서도 대단히 위험한 발언을 했던 전적이 있기 때문에 이 발언은 무섭습니다.

집권 가능성이 점쳐지는 한나라당,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도 한나라당을 '좌시하지 않고', 인터넷관을 포함한 총체적인 언론관을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같이 검증해보도록 합시다.

[검증 ①-정치관계법 개정안] 선거 시작했다, 넷심 재워라

지난 4월 20일 YTN 돌발영상 <자라를 죽여라>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한나라당 정치관계법 특위가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발표하던 것에 대한 영상이었습니다. 미디어와 관련된 핵심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과거 대통령 선거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촛불집회 등 여러 집회가 탈법적인 형태로 선거운동에 개입하였다. 따라서 단합대회·야유회·촛불시위 등을 선거기간 중 개최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에는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포털 사이트 등) 여론을 형성하거나 조성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였고, 선거와 관계있는 단어는 포털의 인기검색어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겠다."

"TV와 라디오 등은, 후보자 단일화를 위한 토론 등은 방송할 수 없도록 하겠다."

"(선거기간 중)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은 징역형을 받고, 그 허위사실이 대통령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인정되면 '당선 무효' 과정을 거쳐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하겠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어떻게 보면, 법 개정을 자당의 패배에 대한 '한풀이' 정도로 삼았다는 인상도 받습니다.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포털 사이트 등) 여론을 형성하거나 조성하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였고, 선거와 관계있는 단어는 포털의 인기검색어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네이버는 정치기사의 댓글게시판을 막아버렸습니다. "선거와 관계있는 단어는 포털의 인기검색어에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부분은, '인기검색어' 순위가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그에 의한 법에 따라 조종될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가뜩이나 '알바 유포설' 등으로 혼탁해진 인터넷 여론이 오히려 더욱 인위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생긴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사항은 "(선거기간 중)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은 징역형을 받고, 그 허위사실이 대통령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인정되면 '당선 무효' 과정을 거쳐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하겠다"는 부분입니다.

이건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를 위한 법입니다. 'BBK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나 언론보도가 한나라당이 원하는 바와 다르게 구성되며, 그에 따라 혹시 이명박 후보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한나라당이 얼마든지 소송을 걸어 선거결과를 뒤바꾸려 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저 정치관계법,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될' 이유입니다.

[검증 ②- '블로그 음모론'] "이명박 비방글? 이거 계획적이야"

한나라당 홈페이지의 메인화면. BBK와 관련, 자신들에 우호적인 글을 모아놓은 것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의 메인화면. BBK와 관련, 자신들에 우호적인 글을 모아놓은 것이 눈에 띈다.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늘어나고 중요하게 되었잖아요. 주로 인터넷에서 긍정적인 것보다 네거티브 선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선관위가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되는데요.

일단 첫번째로 그 사이버 선거법 위반 단속 시점을 보면 2만5135건인데, 제재조치를 한 것은 19건으로 0.08%입니다. 나머지 대부분이 삭제 요청, 소극적 대응인데요. 사이버 부정 선거 감시단 인력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의미도 되거든요…(중략)…지금 사이버 부정 선거 감시단이 있지만, 일반 부정선거 감시단이 있잖아요. 인력 조정할 필요가 있잖아요?"

"지금 사이버 선거법 위반 중에서 가장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게 블로그 문제거든요…(중략)…메타블로그 중에 올블로그라는 화면입니다. 메인 화면에 이명박이라는 이름을 1번으로 띄워놓았습니다. 그러니깐 당연히 이명박을 누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밑에 온통 이명박에 대한 비방 예시가 뜹니다. 엔터를 치자면 이명박, 키워드라고 해서 키워드를 당연히 누르게 유도해놨습니다. 그래서 거기를 누르면 이명박 비방글을 잔뜩 모아놨거든요…(중략)…이건 누가 계획적으로 하는 건데. 이 문제를, 올블로그 뿐만 아니라 이런 메타사이트에 대해 감시활동을 강화해주시기를 바라고."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한 발언입니다. 정 의원은 '올블로그'를 그 때 처음 방문하신 것 같습니다. 이명박 후보를 비방하는 블로거들은,'올블로그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 후보를 비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거죠.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한나라당의 역사적 뿌리가 '구사대'나 '관제 시위' 등과 친숙하다 보니, 블로그 문화도 그렇게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비방당하기 싫으면 비방당할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싶습니다.

다름아닌 대통령 후보입니다. 능력과 도덕성, 그리고 법적 하자까지 유권자들은 꼼꼼하게 검토할 권리가 있으며, 그에 대한 울분을 토할 자유도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보기에 따라 '조직적이고 지능적이고 기술적'이라고 판단해버리면, 검토할 권리와 울분을 토할 자유는 감시당하고 박탈당합니다.

'비방'이 억울하면, 비방당할 짓을 하지 말아야 하며 그런 의혹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이명박 후보의 그 숱한 '위장 시리즈', 그거 누구 위해서 그리고 누가 시켜서 한 것 아닙니다. 블로거들이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한 겁니다. 블로거들은 그런 점에 대해 비판하고 검증할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검증③-'포털 주시 발언'] "네이버는 평정, 다음은 폭탄"?

"네이버는 댓글을 바꿔 공정성에 문제가 없고, 다음은 댓글 시스템도 그대로이고 블로그가 남아있기 때문에 주시해야 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뉴미디어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진성호 전 <조선일보> 기자의 발언입니다. 뉴스콘텐츠저작권자협의회 소속 인터넷단체 관계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한 발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변희재씨를 비롯한 일부 참석자들은 진성호 간사가 이보다 더 과격한 표현을 했다고도 주장합니다. "네이버는 평정됐고 다음은 여전히 폭탄"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입을 막아놔야 공정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진성호 간사가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연산군 시대였죠. 연산군과 후궁 장녹수 비방문이 '한글'로 퍼지자, 연산군은 '한글 사용'을 전면금지했던 적이 있습니다. 진성호 간사나 한나라당이 하려는 것은, 이와 별 차이가 없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진성호 간사는 이명박 후보의 '마사지걸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다시 한번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진 간사가 "내가 <오마이뉴스>의 이 후보 마사지 발언 기사와 관련해 네이버와 다음에 연락해 기사 배치가 안 됐다"고 이야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진성호 간사는 "그런 발언을 한 적도 없다, 이 후보의 마사지걸 발언 보도로 네이버와 다음에 내가 직접 연락하지도 않았다"면서 "다만 그날 자리에서 '그런 기사는 포털에 나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런 기사가 나면 우리 입장에서 가능하면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다'는 정도로 얘기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해명 역시 '조삼모사'입니다. "포털에 연락해 기사화를 막았다'는 이야기"나, "그런 기사는 포털에 나지 않는게 중요하므로 우리 입장에서 가능하면 빨리 내렸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다"는 이야기, 다를 게 없죠? 어쨌든 '연락'은 하겠다는 것이잖습니까?

진성호 간사로서는, 정두언 의원의 '블로그 발언'과 맞물려 '한나라당 패키지'로 분류되면서 해명이 잘 통하지 않는 일면도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인터넷관'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들입니다.

진성호 이명박 후보 캠프 뉴미디어 분과 간사의 "네이버는 평정, 다음은 폭탄"발언 정황을 보도한 빅뉴스 기사 화면.
 진성호 이명박 후보 캠프 뉴미디어 분과 간사의 "네이버는 평정, 다음은 폭탄"발언 정황을 보도한 빅뉴스 기사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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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후보 당선되면 MBC는 민영화될까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에리카 김'을 인터뷰했다는 이유로, 한나라당은 방송 4시간 전에 <100분 토론> 'BBK 의혹' 편에 전격적으로 불참을 선언했고, 의원들이 항의방문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명박 후보의 모 측근이 엄청난 발언을 했다고 하는군요.

"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

물론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그런 내용의 발언 여부를 떠나, 민영화는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 전혀 아니다"는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꼼수죠. 'MBC 민영화' 부분은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지만, 'MBC 좌시'에 대해서는 "발언 여부를 떠나"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근거가 있다는거죠. 한나라당은 그러면서 "<시선집중>이 허위사실을 공표해 대선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를 방조한 데 대해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나라당의 심재철 원내수석대표 등 의원 13명이 이날 MBC를 항의 방문했다고 합니다. 정치관계법 잘 개정해놨습니다. 다시 한번 상기해보겠습니다.

"(선거기간 중)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은 징역형을 받고, 그 허위사실이 대통령 선거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인정되면 '당선 무효' 과정을 거쳐 '재선거를 실시'하도록 하겠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어느 누리꾼이 재미있는 반응을 내놨던 적이 있습니다.

"당신들(한나라당)은 매일 떼로 몰려다니면서 당신들 주장을 온 동네 언론에 다 퍼트리고 다니는데, 김경준 일가는 고작 라디오 인터뷰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인가."

'BBK 의혹'은 아직 수사진행 중입니다. 김경준 일가도 이명박 후보도, 모두 전적으로 믿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수사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최재경 특수1팀장이 '이명박 선대위'의 상임고문인 최병렬 전 대표의 조카이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수사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며, 그렇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과연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파다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가까운 친척 사이라면, 그럴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는 없기야 합니다.

만일, 이명박 후보 모 측근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다시 한번 역사적 사실을 기억해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이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는 전두환 신 군부는 1980년에 '언론 통폐합'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노골적으로 '언론 통폐합'을 시도할 수는 없으니, '민영화'를 기치로 내걸었을 것입니다.

민영화를 거치면, 구조조정은 필수입니다. 기자들이나 PD들의 해직 사태가 일어나겠죠? 한 마디로 "너희들 밥그릇 다 뺏어버리겠다"는 뜻입니다.

불리하면 '감시' '처벌'... 좌시해선 안 될 정당

한나라당의 논평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표현이 많이 보입니다. 그래서 유행어가 될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로 판단해보면 '좌시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오히려 한나라당입니다. 너무 노골적입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감시'와 '처벌'을 상시적으로 일삼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정당과 다른 후보들도 비방 많이 당합니다. 그 쪽에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는지, '감시'와 '처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의 '감시'와 '처벌'로부터 누리꾼들을 지키겠다는 목소리를 '득표 장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적응하면서 사는 방법을 아는 것입니다.

집권이 유력한 정당이기에, 그럼에도 1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를 포함한 총체적 언론관에 위험 징후가 많이 보이기에, 한나라당은 '좌시해서는 안 될' 정당으로 보입니다. 왜? 한나라당의 목소리만 목소리가 아니고, 한나라당의 이득만 이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중동'만 언론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인 이치입니다.

블로거를 포함한 누리꾼들, 그리고 '조중동' 아닌 언론인들도 목소리를 내세울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습니다. '비방당할 짓'을 저지른 정치인에 대해서는 '비방할 자유'도 있습니다. 비방당하기 싫으면, 먼저 비방당할 짓을 하지 마세요. 한나라당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 이전에, 자당 후보의 그 숱한 '위장 시리즈'에 대한 반성부터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라는 아직 죽지 않았고, 억울한 강제 죽음에 대해서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BBK, #한나라당, #이명박, #김경준, #BBK 이면계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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