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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하루,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BBK 의혹에 관한 연타들이 줄지어 이어졌습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소속 홍준표 의원과 고승덕 변호사의 '편지·메모 공개'가 더더욱 의문을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낸 미심쩍은 해명과 함께 오히려 '휘발유' 역할을 했다는 것, 사실 그것만 해도 큽니다.

 

문제는, 이 '휘발유' 정도는 하루만에 잊혀지고 말 것들, 그리고 이명박 후보 측의 납득 안가는 행위들이 줄줄이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연타①] 김경준씨 母 한국행, '이면계약서' 들고 오나

 

애초에는 에리카 김씨가 귀국할 가능성이 관측됐지만, 어머니 김영애씨가 대신 온다고 합니다. 23일 오전 6시 20분에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일텐데, 이 장면이 전국의 메이저 언론을 통해 사진과 동영상으로 다시 한번 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영애씨는 아들 김경준씨와는 달리 피의자도 아니기에 얼마든지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을 것이며, 공항에서도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맞춰 '선방'을 날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로스엔젤레스국제공항에서 한국 취재진들이, 김영애씨의 출국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방'에 대해 질문한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해, 김영애씨는 예상대로 "이중계약서 원본과 어제 기자회견 당시 취재진에 배포했던 자료들, 그리고 다른 문건들이 들어있다"고 반응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검찰 제출용인지 기자회견 공개용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김영애씨의 선택에 따라, '극단적 선택'을 결심할 경우에는 기자회견에서 공개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현재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은 '이명박 친필서명'을 검찰 제출 여부에 대해 혼선을 빚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혼선에 의해 국민적 의혹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공개를 해도 문제, 안해도 문제인 상황입니다.

 

사실 '이명박 친필서명'은 이명박 후보가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어지간한 국민들은 다 목격했습니다. 소설가 이외수씨가 맞춤법을 지적해 화제가 됐던 '현충원 방문서명'과 정봉주 의원이 공개한 '출자 및 Agreement(업무협정)' 하나은행 서류에도 이명박 후보의 서명,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씨에게 보냈던 '심텍 고소 관련' 서신, 이것들은 온 인터넷에 다 퍼진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 '공개를 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증폭된 의혹, 더더욱 증폭될 것입니다. 이런게 바로 '딜레마'입니다. 

 

[연타②] 문제의 '브레이크뉴스' 칼럼

 

인터넷 언론 <브레이크뉴스>는, 손충무 국제저널리스트의 칼럼 <에리카 김이 벼르고 있는 마지막 한마디?>를 공개하면서, 에리카 김의 '마지막 한마디(?)'를 공개했습니다.

 

에리카 김의 한마디 말에 상당한 가시가 돋혀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 내가 여자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감수하며 나의 입에서 한마디가 나가면 그는 사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한 말이다. 에리카 김이 벼르고 있는 마지막 한마디는 과연 무엇일까?

 

이 발언이 사실인지, 직접 들은 것인지, <브레이크뉴스>와 손충무씨는 자세한 정황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의 인격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BBK 실소유주' 문제 못지 않은 폭발력을 가진 발언이기에, <브레이크뉴스>와 손충무씨는 좀 더 심도있는 칼럼과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세밀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연타③] 이명박 후보의 '20년 지기'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의 '배신'

 

이명박 후보의 '20년 지기'라는 보수 성향의 이장춘 전 외무부 대사가 <조갑제닷컴>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5월 30일(BBK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등록을 취소당한 2001년 4월 28일 이후)에 이명박 후보로부터 받았다는 '명함'을 공개했습니다.

 

 

이장춘 전 대사는 "서초구 영포빌딩에서 이 후보를 만나 (명함을) 받았다"면서, "이 후보와는 20년지기다, 명함을 줄 필요가 없었는데 당시 이 후보가 '인터넷 시대여서 인터넷 금융업을 한다'면서 명함을 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보다는, 공개한 이유가 더 의미심장합니다.

 

"진실을 아는 사람으로서 숨기고 있을 수 없었다. 이명박 후보의 'BBK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거짓말을 한국의 보수·우파가 믿는 바람에 온 나라가 거짓말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진실을 알고 있는 이들, 말해야 할 사람들조차 침묵한다. 보수 언론은 진실을 모를 리가 없는데도 MB(이명박)편을 드는 바람에 공범이 돼 버렸다. 대재앙이다. 며칠 동안 고민했다. 그러나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개인적 친분과 공적 의무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아주 골치 아플 것입니다. 보수 원로를 향해 '제2의 김대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며, 조갑제씨를 향해 '제2의 김대업'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그야말로 '코미디'입니다.

 

이장춘 전 대사는 그러면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에 분노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명분을 정확하게 거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갑제씨도 '이회창 출마'에 대해 "요즘 이회창 덕분에 발 뻗고 잔다"는 반응과 함께 '보수신당 창당'을 거론하는 등, 사실상 이명박 후보와 거리가 벌어진 상황입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反이명박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연타④] '이명박'과 'E-뱅크'

 

이미 '김경준과의 만남 시점' 논란을 놓고 한나라당은 궁지에 몰린 상황입니다. "이명박 후보는 1998년 11월에 미국으로 향한 뒤 1999년 12월에 귀국해 2000년 1~2월에 김경준을 만났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회심의 '편지'와 '메모'도 공개한 마당입니다.

 

하지만 에리카 김씨는 "두 사람은 1999년 2~3월에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자주 만났다"는 반응을 보였고, <매일경제신문> 사이트에는 이명박 후보가 1999년 10월 5일에 고려대 대학원에서의 강연 예정 기사가 발견됐습니다.

 

 

그런 마당에, 이장춘 전 대사가 '공개한 명함' 속의 'E-뱅크 코리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E-뱅크 코리아 대표이사로서 활동한 정황들이 다양하게, 특히 <매일경제신문>을 통해 자세히 발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공개된 기사들 말고 한가지 더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이명박 지지성향'의 <동아일보> 기사는 2번이나 '이명박 E-뱅크코리아 대표이사'의 기사를 다뤘습니다.

 

이 전 회장이 맡은 직함은 비상근 대표이사. 이 전 회장은 올 6월 설립 신청서를 내면서 상근직을 희망했지만 금감위가 "증권산업 인허가지침상 고객 보호를 위해 증권사 임원은 전문성과 건전성을 갖춰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 전 회장이 증권사 경력이 없는데다 99년 7월 선거법위반으로 유죄(벌금 400만원형)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은 점을 지적했던 것이다. 상근 대표이사는 지난 해 강원은행과 합병된 현대종금의 대표를 지냈던 김백준씨가 맡는다.


이 전 회장 주변인물은 "이회장이 e-뱅크라는 이름도 직접 짓는 등 증권업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부터 아태환경 NGO 한국본부 총재를 맡아왔다. 한편 e-뱅크측은 "e-뱅크라는 이름이 은행이 아닌 곳에 은행(뱅크)라는이름을 붙여 고객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름을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2000년 10월 13일자 기사 <이명박씨 경제계 복귀…'e뱅크' 비상근대표이사 맡아>의 일부

 

 

 

핵심은 "상근 대표이사를 맡고 싶었지만 금감위가 선거법 위반 전과를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는 것과 함께, "이명박 회장이 e-뱅크라는 이름도 직접 지을 정도로 증권업 진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정황입니다.

 

이명박 후보 측이 '친이명박 언론'인 <동아일보>에 '오보'라는 주장을 내걸지는 않으리라 믿겠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께서 각자 하시길 바랍니다.

 

[번외-자살골] MBC <100분 토론> 한나라당 불참

 

이번주 <100분 토론>에서는, 'BBK 사건'을 놓고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천·박영선 의원과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고승덕 변호사가 공방전을 치를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22일 아침에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에리카 김과 인터뷰했다는 것을 이유로 한나라당 측이 불참을 알려왔습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해 "에리카 김은 김경준과 공범으로 고발돼 있고 미국에서 재판받고 있는데도 MBC에서 30분 동안 범죄 피의자인 에리카김의 일방적인 주장을 여과없이 내보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만큼 MBC에 대해 정치적 대응과 함께 법적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에리카 김씨와의 인터뷰가 예정된 또다른 방송사에도 '압력'을 넣었으며, 당 출입 기자들에게는 "에리카 김의 인터뷰를 방송으로 내보내면 고소당할 수도 있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손석희의 시선집중> 측에서는 "23일에 한나라당 측의 반론을 인터뷰 방송할 예정이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PD연합회 측에서도 "우리는 한나라당에게 언론과 방송에 대한 억지 주장과 모략을 중단하고 즉각 언론과 국민에게 사과할 것으로 촉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현재 <100분 토론> 시청자게시판에서도 누리꾼들의 항의 댓글이 빗발칩니다.

 

사실, '인터뷰'를 이유로 '정치적 대응'과 '법적 조치'를 거론한 점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인터뷰'는 <100분 토론>에서 손석희씨를 직접 겨냥해 질타해도 될 것이며, 정말로 이명박 후보와 BBK가 무관하다면, 해명하기 가장 좋은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정치적 대응'을 용납할 정도로 우리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떨어지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명박 후보, '사면BBK가' 정면돌파할 것인가

 

옛 중국에서 항우가 '사면초가'에 몰렸다면, 이명박 후보는 '사면BBK가'에 몰렸다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지지율 하락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원조 보수'를 자처하는 전통보수 세력의 이탈이 '이장춘의 명함 공개'로써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BBK 의혹'은 대선후보의 과거 전력 문제와 도덕성, 법적 위반 문제, 그리고 능력 검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첨예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을 명확하게 밝혀야 할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일각에서는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특수수사팀 최재경 특수1부 부장이 한나라당 최병렬 전 대표의 조카이면서, 최구식 의원의 사촌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습니다.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대통합민주신당 김동철 의원이 질문함으로써 확인됐고, 임채진 후보자는 "확인이 안됐으며 보고를 받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점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김재정씨가 박근혜 캠프 인사들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알려진 사실입니다. 보수성향 인터넷언론 <프리존뉴스>도 <이명박·최병렬·최구식·최재경은 어떤 사이? >를 통해 이 점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이런 소문까지 도는 마당이기 때문에, 수사팀의 향방은 더욱 국민적 관심이 될 듯 싶습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BBK 의혹, 그 전개가 궁금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BBK 에리카 김, #이명박, #김경준, #에리카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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