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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99년 4~5차례 귀국"

김경준과 만나 BBK설립 논의? 의혹 증폭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99년 2~3월 사이에 약 4주간 한국에 머물렀음이 드러났다.

 

99년 2~3월은 에리카 김이 이 후보가 김경준씨를 한국에서 만난 시기라고 밝힌 시점이기 때문에 이 후보와 김씨가 BBK 설립(99년 4월27일)이전에 만났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은 홍준표 의원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후보가 99년 4~5차례 귀국한 일이 있다. 한국의 자제들을 보기위해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되는 99년 2~3월에는 무려 27일(2월22일~3월20일)간 한국에 머물렀다. 김경준씨는 이 기간 동안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이명박 후보를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프라자호텔은 이 후보가 국회의원·서울시장 시절 손님들과 식사 등의 목적으로 자주 만났던 장소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홍 의원에게 "99년 김경준을 만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가 미국 체류 중에도 한국을 자주 드나든 정황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이 후보를 옹호해온 한나라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이날 오전에만 해도 나경원 대변인은 "(도미 시절) 이 후보의 주 거주지는 미국이었다"고 말했는데, 대변인의 설명과 모순되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의원은 "나도 미국 생활을 8개월 정도 해봤는데 그 정도 있면 한국에 오고 싶어진다"며 "미국 생활이라는 게 굉장히 단조로운데 더구나 이 후보는 자녀들도 다 한국에 있지 않았냐"고 이 후보를 변호했다.

 

홍 의원은 "귀국 시기가 정말 문제가 되면 나중에 이 후보의 출입국 기록을 공개하겠지만 그런 건 범죄자들에게나 요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김경준씨의 첫 만남이 이뤄진 시기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후보가 98년 11월 도미한 뒤 99년 12월 귀국했고 이듬해 1~2월에 김경준을 만났다"는 게 한나라당의 공식 입장이지만, 김경준의 누나 에리카 김은 "두 사람이 99년 2~3월에 서울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99년 12월 '영구 귀국'하기 전에 수시로 한국을 다녀가지 않았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후보가 한국을 자주 다녀갔다면 두 사람이 한국에서 만나 사업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둘이 만난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고 사안을 덮으려다가 기자들의 항의를 받자 이 후보의 99년 출입국 내역을 공개할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과 김경준이 만난 시점 중요하지 않다"

 

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내가 99년 5~11월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있었는데, 그 당시 이 후보가 그곳에 와 있었기 때문에 잘 안다"며 "내가 8월 중순경 2주간 휴가를 한번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이 후보는 줄곧 나와 같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매일경제> 웹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1999년 10월 4일 다음과 같은 [동정] 기사가 올라있다.

 

"이명박(李明博) 전 국회의원은 5일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 수강생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본 우리기업의 개혁과제'를 주제로 특강한다."

 

"이 후보가 미국에 줄곧 같이 있었다"는 홍 의원의 주장과 달리 이 후보가 99년 10월 한국을 다녀간 정황을 보여주는 기사인 셈이다.

 

이는 "이 후보가 선거법 위반으로 미국에 오신 후에는 한국에 안 들어가셨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내가 아는 바로는 한국에 들어갔다"는 에리카 김씨의 진술과도 들어맞는다.

 

만약 이 후보가 99년 2~3월에도 한국을 다녀갔다면 당시 외국계 증권사에 근무하던 김경준씨와 만났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후보와 김경준씨의 99년 접촉 여부가 논란거리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자 한나라당은 급히 "둘이 만난 시점은 중요하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전날까지 김경준이 2000년 1월 작성했다는 메모와 편지를 공개하며 "두 사람이 99년에 만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강조한 것과 비교하면 '모순'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나경원 대변인이 이날 오전 당사 기자실에서 이 후보의 99년 방한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답하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나경원 대변인 답변하면서 곤욕 치러

 

- 99년 12월 귀국할 때까지 한국과 미국을 수시로 드나든 건 맞나?
"당연히 한국에 왔다갔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주 거주지는 미국이었고, 후보가 BBK 사업을 논의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 이 후보의 출입국 내역을 공개할 용의가 없나?
"그게 사건의 핵심이 아니다. 두 사람은 2000년 1월에 만난 것으로 아는데, 만난 시기로 논점을 흐리는 것은 맞지 않다. 하여간 두 사람은 99년 2~3월에 만난 적이 없다."

 

- 99년 2~3월에 한국에 안 계셨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나?
"한국에 있든 미국에 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 미국에 있었다면 김경준을 만날 가능성이 없어지니 묻는 것 아니냐?

"아니, 그게 왜 중요한가? BBK 사건 관련성을 물어야지, 자꾸 만난 시점을 문제삼으면…."

 

약간 짜증이 난 기자들이 "사건의 핵심은 아니지만, 후보와 BBK 사업의 연관성 여부를 보여주는 주요한 단서 아니냐?", "자꾸 그게 사건의 핵심이 아니라고 얘기하면 듣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들린다"고 거세게 항의하자 박형준 대변인이 대신 "자꾸 논쟁으로 만들려고 하니까…"라며 궁색하게 변명했다.

 

오후가 되자 박 대변인은 "(후보가) 99년 미국에 있었다고 해도 한국에 서너 차례 정도는 다녀갔을 것"이라며 "이게 자꾸 문제가 되면 시빗거리를 없애기 위해 출입국 기록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며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한나라당이 전날 공개한 김경준씨의 편지(2000년 2월 9일 작성)에 대해서도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씨가 같은 해 2월 7일 작성했다는 친필 메모에는 LKe뱅크의 자본금이 20억원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이틀 뒤 쓴 영문 편지에는 "Initial 20 billion KRW will be contributed by you"(이 후보가 처음에는 200억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김경준이 만든 실수"라고 설명했다. 당 클린정치위의 고승덕 전략기획팀장은 "김경준이 낸 오타이니 그에게 물어보라. 서류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태그:#김경준,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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