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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 중 후진국의 대선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11월 21일자 사설로 낸 개탄이다. 까닭은 사뭇 선명하다. “모든 정당, 모든 대선 후보들이 사실상 선거 운동을 접고 사기·횡령범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처지”여서다.  옳은 말이다. 참으로 후진국 대선 꼴이다. 당사자인 이명박 후보는 오죽 하겠는가.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선 분기탱천할 일임에 틀림없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데, 더구나 자신은 범죄자는커녕 사기 피해자인데, 상대 후보들이 자신을 집요하게 사기꾼과 공범으로 몰아간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다수는 아닌보살하진 않을 성싶다.


당장 앞서서 김경준의 귀국을 요구하지 않겠는가. 그가 귀국하면 당장 검찰로 찾아가 대질신문을 원하지 않겠는가. 자신과의 관련성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상대 후보와 몇몇 언론사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르지 않겠는가.  

 

자신의 결백을 훼손하는 무리에 놀라운 참을성 

 

하지만 아니다. 이명박 후보의 ‘참을성’은 생게망게할 정도다. 분노를 찾아볼 수 없다. 되레 그의 측근들은 끝까지 김경준의 귀국을 막으려 애썼다. 귀국했는데도 검찰에 찾아갈 섟에 엉뚱하게 검찰을 겨눈다.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검찰의 수사 결과가 “공정하면 받아 들이겠다”면서도 “정치적 판단을 내리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인간 이명박이 인내심 많은 것은 좋다. 울뚝밸 삭이는 모습도 놀랍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체 어쩌자는 건가. 검찰 수사에 공정성을 촉구하면서 사실상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명박 후보의 언행은 더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운전기사 위장 취업 의혹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선에 맞는 질문을 해 달라”고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대선에 맞는 답변’을 하지 않은 사람이 바로 이명박 후보다.


보라. 이 후보는 방송기자클럽에서 ‘두 자녀가 이 후보 소유의 빌딩 관리업무를 실제로 했느냐’는 질문에 “실제 근무를 했느냐, 안했느냐는 실체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제 불찰이라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질문자가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크든 작든 돈이 자녀들에게 급여로 지급됐다는 것 자체를 이 후보가 알고 있었냐는 것”이라고 물었을 때도, 이 후보는 “알든 몰랐든 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제 불찰이기 때문에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어떤가. 둘 중의 하나다. 그가 무엇이 문제인가를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문제를 얼렁뚱땅 피해 가거나이다. 어떤 것이든 대통령 후보로선 큰 문제다. 전자의 경우엔 판단력 결핍이, 후자의 경우엔 엉너리 부리는 사기성이 묻어나서다.


만일 이 후보의 자녀가 실제 근무를 했거나, 급여가 지급된 사실을 자신이 몰랐어도 그렇게 말했을까. 만일 그랬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자신에게 탈세 혐의를 들씌우고 있는 저들이 너무 괘씸하지 않은가. 심지어 저들은 자신과 아내의 운전기사 월급까지 탈세 의도가 있다고 들먹이지 않은가. 여기서 다시 이 후보의 참을성에 경탄해야 옳은가.
  
유권자 불안 해소하기 위해 당당하게 검찰 출두를

 

아니다. 이 후보에게 진심으로 권한다. 울뚝밸 삭일 때가 아니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가라. 대통령이 되는 통과의례로 여겨라. 명토박아 두 가지를 권고하는 까닭이다.


첫째, 지지자들의 불안을 씻어주기 위해 검찰에 당당하게 출두하라. 의혹을 서둘러 해소할 일이다. 참고 있으니까 이회창 후보까지 등장하지 않았던가. 

 

둘째, 자녀를 자신의 회사에 위장 취업시킨 게 아니라면, 실제로 아들과 딸을 자신의 회사에 취업시켰다고 솔직히 말하라. 혹 그 사실을 몰랐고 자녀에게 급여를 지급한 사실도 몰랐다면,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찾아내 유권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징계하라.

   
그렇다. 아주 간명하고 상식적인 권고다. 결코 참을 일이 아니다. 결백하다는 이명박 후보가 확실하게 대통령에 당선되는 길이다. “후진국중의 후진국 대선”이라는 <조선일보>의 조롱을 온 국민이 넘어서는 길이다.


태그:#위장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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