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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교가 '네이스'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통해 학부모들이 인증서 등록을 하라고 반강제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 심지어 한 달여 독촉에 시달리다 결국엔 내키지 않지만 인증등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서로 편리하자고 한 네이스. 네이스가 도대체 무엇일까?

 

 

네이스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의 약자이다.  간단히 말해 온라인으로 우리나라의 초등 및 중등 교육과 관련된 모든 행정정보를 관리하는 체계이다. 즉 이는 각 시·도 교육청과 산하기관, 그리고 각급 학교를 교육인적자원부와 인터넷을 통해 연결, 교육관련 정보를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전산환경을 의미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옥동자를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옥동자가 그야말로 말썽꾸러기이고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툭하면 학교 컴퓨터 서버가 다운돼 업무에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주범이 되기도 한다.


학교측은 학생들에게 부모의 인증동의서를 받아오지 않을 경우 벌을 주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으며 경쟁적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려 하고 있다. 원래는 편리하자고 도입했는데 네이스를 운영하면서도 종이로 된 성적표를 따로 작성해 학부모에게 통지하는 관행은 여전하다. 이것을 생산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


네이스는 학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 네이스 홍보영상이 기막히게 잘 만들어졌다. 한 무리의 학생과 학부모가 모델로 나온다. 학생이 “엄마! 학교에서 현장학습 가는데 돈 좀 주세요!”라고 하자 학부모는 “어? 지난번에도 현장학습 간다고 했던 것 같은데…. 사실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라고 자문한다.


이어 학부모가 “이번에 성적표 왜 안보여주니? 나온 것 같은데…”라고 하자 학생은 “엄마! 아직 안나왔어요!”라고 얼버무린다. 이런 상황에서 궁금증이 생길 때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네이스라며 편리성을 한껏 강조한다. 그러나 그 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나마 남아있는 부모와 자녀간의 믿음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네이스는 서로의 불신을 은연중에 조장하고 있다.

 

수시로 감시를 받는 학생들은 어떻게 자유롭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로 몇몇 교사, 학부모들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A교사는 “요즘 학교는 각자 개인의 반에서 출근과 퇴근을 하는 상황이다. 교사들끼리도 교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 네이스를 운영하면서 더 심해지고 있다. 모든 결재도 컴퓨터 네이스로 이뤄져 얼굴 볼 수 있는 시간이 전체 교직원회의 외에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B교사는 “왜 이렇게 학부모들한테 기본적인 개인정보가 들어가야 하는 것을 굳이 하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교육청에서 할당량이 내려왔다. 할당량을 못 채우면 학교장이나 교감들 승진에 불이익이 갈 수도 있다니 저렇게 난리를 치는 것이다.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성적표 안나가는 것도 아니고 일만 2중 3중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느 학부모는 “우리 아들 학교에선 그거 안받아오면 무안을 준다고 난리를 쳤다. 그래서 담임에게 직접 이야기를 했다. ‘난 애초에 이 제도 자체를 반대한 사람이다. 그러니 난 절대로 이 네이스에 등록을 할 수 없으니 그렇게 알라’고 했다. 그리고 난 내 자식을 믿는다고 했다. 성적 좀 먼저 보기 위해, 아들 학교생활이 궁금해서 몰래 들여다보는 그런 것은 정말 하기 싫다고 했다. 어떻게 부모 자식간에도 못 믿게 만드는 게 새로운 방식이냐고 따졌다”라고 열을 올렸다. 

 


결국 이 제도는 교사나 학부모, 학생 당사자에게 쉽게 용납되지 않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첫째, 네이스로 모든 업무처리를 하면서도 여전히 성적표를 가정으로 송부하고 있어 이중의 업무와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둘째,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녀들과의 사이에 일어나는 불신의 문제가 있다.

 

셋째, 한번 접속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접속할 때마다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데 적게는 5분에서 많게는 10여분이 걸린다.


넷째, 인간관계의 단절을 가져오고 있다. 네이스로 모든 결재업무를 처리하다보니 같은 학교에서 근무를 해도 한달에 한두 번 얼굴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그전엔 결재과정에서 서로의 정보와 견해를 자연스럽게 교환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다.

 

다섯째, 서버에도 잦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업무를 처리하는 도중에 종종 시스템이 다운된다. 네이스의 프로그램 운영의 문제로 일선 교사들도 수시로 연수를 받는 상황이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음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가며 이를 운영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편리하자고 최신의 정보통신기술로 업무능력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작업들을 줄여나가는 방식의 네이스. 그러나 그 믿음과는 달리 서로의 불신을 조장하면서 인간관계의 사막화를 가져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천시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네이스,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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